이건 아닌 것 같다
나는 괜찮은데 보는 사람은 이상했나?
역시 타국에 나오면 먹는 즐거움이 최고다.
하루 한잔 마시던 커피도 여기오니 서너 잔은 기본이다. 쉴 곳을 찾아서, 아니면 기다림을 위해 또 권유로 마신다. 다른 점이라면 그래도 찾아가는 커피점마다 스토리가 있어서 재미있다.
그리고 또 기대되는 것은 다양한 새로운 맛, 익숙했던 추억의 맛 그리고 추천해 주는 먹는 맛이 기다리고 있어서다. 이제 겨우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 성급한 마음은 벌써 체해 버렸다.
그러다 보니 한국에서 두 달여 PT 받으며 가꿔온 몸이 흐트러질까 봐 걱정이 크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는 마음 단단히 먹고 운동에 나섰다. 낯선 동네 한 바퀴를 돌아보기로 했다. 양팔을 휘저으며 익숙한 한국 아저씨의 걷기 폼으로 지나다 보면 가끔 인도 할머니, 조깅을 하는 삼촌도 만난다. 하나같이 오래전부터 알아온 듯 미소로 인사를 건네며 굿모닝을 외친다. 당연 무뚝뚝한 나도 미소를 풀어헤치며 굿모닝을 지른다. 여기서는 이래야 한단다. 아니 이곳뿐만 아니라 어디서든 그래야 하는데 아직 우리 문화로는 익숙지 않다.
이번에 돌아가면 인사 잘하는 미친놈 소리나 한번 들어볼까 잠시 생각했다.
분명 동네가 크다고 했는데 잘못 들었던가 한 바퀴 돌아도 20분 밖에 안 지났다. 아쉬움이 가득하여 한번 더 돌을까 망설이고 있는데 집 앞에 나서던 딸이 커피를 마시러 가잔다.
나도 모르게 큰소리가 터져 나왔다.
'내가 걸어가서 받아 올 테니 전화 주문만 해줘' 성급한 자신감에 분명 '가지 마, 많이 녹을 텐데' 하던 딸의 소리는 흘려 들었다. 그게 무슨 소린지 그땐 잘 몰랐다.
신나게 집을 나서 어제 차에서 본 거리를 기억하며 흥겨운 콧바람에 팔을 휘두르며 걷는데 공사 중 팻말이 자꾸 나온다. 이상하다. 어쩔 수 없이 아끼며 쓰는 데이터로 본 구글맵은 돌아가란다. 아차 거꾸로 걸어왔다.
다시 인도를 따라 내려가다 보니 짧게 끊어진 길도 있어 씩씩하게 풀밭을 가로지르며 당당하게 20여분 걸어 커피를 받아오는데 이곳에선 커피를 가져가기 쉽게 봉투에 넣어주질 않는다. 어쩔, 쟁반 받치듯 한 손을 치켜들고 돌아가야 한다. 난감하네~.
이런 이상한 모습으로 조심조심 돌아오는 길에서 그제야 주변이 둘러 보인다.
길을 걷는 사람 하나 없다. 더욱이 나처럼 커피를 들고 걸어가는 사람은 더더욱 없다. 벌써 해는 달궈져 따가운 햇살이 가득하여 쓸데없는 욕이 저절로 새어 나오며 터벅터벅 걷다 보니 주변 차들이 계속 신경 쓰인다.
그렇잖아도 배려의 신이라며 아내의 구박을 달고 살아온 나로서는 달리는 차에서 풀밭을 가로지르며 따가운 햇살아래 커피를 쟁반 받쳐들듯 걸어가는 사람을 뭐라고 볼까 쓸데없는 상상이 춤을 춘다.
아니나 다를까 차 한 대가 옆을 지나가며 친근한 미소로 뭐라고 한다. 느낌상
'태워줄까?'
'아니, 난 운동 중이야'
땀도 흐르고 뜨겁던 커피는 흘러넘쳤고 얼음은 녹아 내려간다.
( - - - )
의욕이 지나쳤다.
미국에선 더욱이 이곳 맥키니에선 이건 아니라고
시차적응이 아직 안 끝났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