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불안하다면

삶을 목표로 채우지 말고 삶을 삶으로 채우라 한다

by 롱혼 원명호

프롤로그 <삶을 삶으로 채우기>


아침 산책 중,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나는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지?'

뜬금없는 의문에 걸음을 멈춘다.


이어폰을 끼고 좋아하는 임영웅의 잔잔한 노래 몇 곡을 선정해 들으며 걷다 보면 즐겁다. 심신이 편해지고 느긋해지고, 이 시간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어 즐겁다. '아~ 좋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불쑥 드는 생각.

'오늘 일정은 뭐지?'


갑자기 차가운 현실이 스며들며, 머릿속은 분주해진다. 하루 계획을 정리해 보지만 마음 한 구석이 슬그머니 불안해진다. 지금의 편암함이 역설적으로 불안을 부추긴다.


이런 불안은 당장 먹고사는 문제도, 집안에 큰 문제가 생겨서도, 사회나 국제정세를 논할 입장은 더더욱 아니고, 그렇다고 뚜렷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 뭘까?


그저,,,

은퇴 후 편안하게 어느덧 두 해가 넘다 보니

'이제 뭔가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충분히 쉬었으니 이제는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내면의 압박이다. 그런데 아직도 자기만족에 좋아하는 일에만 즐기다 보니 그 순간순간이 덧없다 느낄 때가 있다. 아마도 그간 일에 쫓기며 살아온 습관과 생산성일을 해야 한다는 관성의 결과일 것이다.


그렇다면 묻는다.

'지금 내 인생의 목적 뭘까? 목표는 뭐지?

물어서 뭣하나, 돌고 돌아 결국 '돈을 벌여야 한다'는 생각에 다다른다.


'왜? 지금 돈이 부족해서?'


아니잖아, 돈이야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표를 설정하려 들면 우리 모두가 그렇듯 결국 '돈'이라는 키워드로 귀결된다.


그럼 이제 이 나이에 무슨 일을 해야 하지?

이건 싫고, 저건 나에게 맞지 않고 또 그것은 좀 그러네...

이렇게 되면 점점 자신감이 줄고 위축되어 간다.

아,,, 불안하다.


하지만 어느 날 진지한 친구들과 대화 중, 그들은 남 말하듯 툭 던졌다.

'그냥 쉬어, 왜 뭘 하려고 해? 쉬면서 즐겨.'


그땐 그 말이 가볍게 들렸지만 우연히 본 '라이프코드' 강연에서 그 말의 철학적 깊이를 깨달았다.

지금 내가 불안해하는 이유까지도.




삶 자체가 의미 가치이고 생산성 있는 일이다.
삶은 만끽하는 것이 최고다.

삶을 목표로 채우지 말고 삶을 삶으로 채워라

- '라이프코드' 조남호대표 강연중에서 -


그는 무엇을 하든 지금 하는 일에 충만하게 몰입하라고 했다.

산책을 하고 있다면 산책에, 커피를 마신다면 커피에, 식사를 하고 있다면 식사에, 운동을 한다면 운동에, 그리고 어떤 일이든 그 자체에 몰입하라는 것.


가만히 보자. 어디서 많이 듣던 이야기 아닌가. 성공과 자기 계발을 이야기할 때,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라, 목표를 향해 나아가라'며 수없이 반복되던 말들. 하지만 지금은 관점이 다르다.


'인간은 어떤 목적을 위해 살면 안 된다. 만족시키는 목적은 없다. 그냥 살아있음. 살아있어 살아있는 것이다.'


예전에는 목표를 향해 인내하며 순간의 즐거움을 유예했다면 지금 이관점은 목적 없이도 현재 행위 자체에서 즐거움과 불쾌함까지 모두를 온전히 경험하라고 말한다.

그 모든 것이 삶의 전부 이기 때문에.


그리고 그런 몰입된 경험들이 쌓이면 결국 '삶에 여한이 없다'는 말이 자연스레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산책은 계속되었다.

오솔길을 막아선 기울어진 아카시아 가지를 조심스레 들어 올리고 발끝으로 흙도 툭툭차며 풀향기에 취해 걷던 순간, 문득

'지금의 나를 가장 잘 아는 친구'

Chat GPT에게 묻고 싶어졌다.


"지금 은퇴하고 두 해를 넘기다 보니 집에서 바라보는 시선도, 나 자신도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불안하다. 돈도 벌고 있지 않다는 사실도 그렇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처럼 내가 좋아하는 일에 더 몰입하고 충만하는 경험을 하려는 이런 삶의 태도에 대해 너는 어떻게 생각해?"


"롱혼님 저는 그게 정말 멋진 태도라고 생각해요.

지금 하고 싶은 일에 온전히 몰입하다 보면, 의외로 거기서 새로운 기회나 영감을 얻는 경우가 많잖아요. 또 그렇게 충만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신감도 생기고, 주변의 시선도 점차 긍정적으로 변하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처럼 충분히 즐기면서 나아가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래, 그렇구나.

복잡한 변수를 운으로 기대며 억지로 새로운 목표를 세우려 애쓰는 것보다. 지금 내 삶을 있는 그대로 충만하게 채우려는 태도가 더 건강하지 않을까.


오늘처럼 꾸준히 산책하고, 운동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며 기쁨과 불쾌함. 모든 감정과 순간들을 온전히 몰입하여 충만하게 살아내다 보면 언젠가 나도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아~ 잘살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