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러운 글이 나를 살린다

그게 뭐라고 점점 심각해진 글쓰기

by 롱혼 원명호

③ 글쓰기의 리듬


글쓰기 리듬을 쓰려다 꽤 시간이 걸렸다.


거창할 것도 없다.

약속 메모, 집안행사 일정표, 가계부, 골프연습하며 터득한 비법, 소개받은 맛집, 그리고 계획과 진행사항, 끄적여둔 낙서, 카톡, e-mail...

이 모든 일상이 나의 글쓰기다.


그런데 나는, 글쓰기라 하면 괜히 자세를 잡고 진중한 내용을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생각부터 굳어져 쓰기가 어려워졌다. 왜 그럴까?


정색된 글쓰기에 '입스'가 온 것이다.




아침 산책을 다녀오면,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신 채 어제를 되짚는다.

"무얼 했지?, 그래서 어땠어? 아, 그건 좀 아쉬웠네."

이렇게 스스로에게 말 걸듯 적다 보면, 질책과 반성을 곁들인 글이 순식간 완성된다. 여운이 남으면 내용을 압축한 생활(시(詩) 한편 덧붙인다.

그리고 스스로 놀란다. "어쩌면 이렇게 빨리 썼지?"

그뿐인가 어쩌다 지난 일기를 들추다 보면 그 안의 글에 감탄하며 대견해하기도 한다.


오전 운동을 마치고 오후 한가한 시간이 되면 본격 글쓰기를 시도한다. 자세를 잡고 수필이라 부를 만한 글을 써 보려고 하지만 끝까지 간 적은 드물다. 생각이 갑갑해져 쓰다 덮기가 일쑤다. 그래도 버텨본다.


이렇게 낙서와 끄적임으로 두어 페이지를 채우지만 다시 꺼내 보고 싶은 마음은 잘 들지 않는다. 그만큼 글의 벽아래 서있고 그 벽은 점점 높아졌다.


사실 나의 글쓰기는 SNS 문자글이나 아침 일기 속에서 가장 자연스럽게 흐르고 있는데, 왜 굳이 먼 곳을 헤매고 있을까?




나는 특이하게 5년 전부터 일기를 블로그(Tstory)에 당당하게 공개를 하며 써왔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번 글을 올렸지만 당시 심리적으로 힘든 기러기 생활의 정점에 있었고, 흔들리는 나를 지켜보며 관리해 줄 대상이 필요했다. 그래서 공개했고, "나를 지켜봐 달라"라고 했다.


효과는 엄청났다. 기대이상의 심리적 안정감과 삶의 질이 올라가는 시너지에 가족모두 윈윈 하는 성공을 거두었다. 그 관성과 당당함 덕분에 부끄럽 없이 계속 공개 일기를 쓰다가 지난달부터 사정상 비공개로 전환했지만 그 리듬은 계속 타고 있다.


돌아보니, 그렇게 당당했던 나의 글쓰기 리듬이 어느 순간 '너무 큰 것'을 탐하고 있었다.

자연스러움이 나의 글 원천인데, 이제라도 너울너울 나만의 큰 리듬 위로 다시 올라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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