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 AI 안경이 말하는 기술과 감각의 미래
중국 샤오미가 공개한 ‘AI 안경’은 단순한 전자기기의 하나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시각 경험 자체를 재구성하는 장치이며, 기술이 어떻게 인간의 감각 구조에 침투해 하나의 지각 기관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번에 공개된 샤오미 AI 안경은 무게 40g, 실시간 통역, 오디오-비디오 통합, 1인칭 카메라, 10개 언어 번역, QR 결제, 라이브 스트리밍 등 다양한 기능을 통합하고 있으며, 이 모든 기능은 안경이라는 가장 인간적인 도구 위에서 구현된다. 안경은 시력을 보완하는 기기였지만, 이제는 시선을 저장하고 전송하며 해석하는 ‘지능적 프레임’으로 진화한 것이다.
이는 인간의 눈이 단지 생물학적 기관이 아니라, 기술과 결합하여 ‘정보의 관문’으로 작동하게 되는 전환점을 의미한다. 샤오미 AI 안경은 단순히 보여주는 도구가 아니라,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를 ‘선택하는’ 능동적 기술로 등장하였다.
AI 안경은 인간의 인식 능력을 확장하는 기계이면서 동시에, 그 인식을 ‘대체’하는 기계이기도 하다. 샤오미가 장착한 XiaoAI 비서는 사용자의 명령을 듣고, 해석하고, 반응한다. 더 이상 사용자는 사물을 인지하거나 이해하려 애쓰지 않는다. 사물은 인공지능이 먼저 인식하고 판단하며, 사용자는 그 결과를 수용하는 역할만 남는다.
이는 기술이 감각을 넘어서 사고의 구조를 재정의한다는 점에서 철학적이다. 인간은 정보를 보고, 듣고, 해석하고, 기억하며 결론에 도달한다. 그러나 AI는 이를 순간적으로 수행하며, 그 중간 단계를 제거한다. 판단은 인간이 아닌, 장치가 수행하고, 인간은 결과만을 받아들이게 된다.
실시간 통역, 자동 요약, 사물 인식 기능은 그 자체로 유용하지만, 동시에 인간의 판단 구조를 ‘우회’한다는 점에서 깊은 함의를 가진다. 감각과 사고의 결합 대신, 감각의 외주화와 사고의 위임이 일어나고 있다.
기술은 사용자에게 편리함을 제공하지만, 그 편리함은 사용자의 사유 능력과 해석 능력을 ‘불필요한 것’으로 만든다. 샤오미 AI 안경은 이러한 전환의 상징이자, 인간-기계 관계의 새로운 도식을 드러낸다.
샤오미의 AI 안경은 단지 소비자의 ‘기호’를 반영한 상품이 아니다. 그것은 시각 정보의 저장, 해석, 전송을 가능케 하는 ‘감시의 주체’가 된다. 1인칭 시점의 카메라는 언제 어디서든 사용자의 시선을 기록할 수 있으며, 그 데이터는 기업의 서버 혹은 정부의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될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과연 이 장치는 사용자의 눈을 보조하는가, 아니면 기업의 눈이 되는가? 즉, 스마트 안경은 개인의 감각을 확장하는 동시에, 그 감각을 외부에 개방하는 창이 된다. 시선은 더 이상 개인적 경험의 산물이 아니라, 기계적 추적이 가능한 ‘데이터화된 감각’으로 전환된다.
특히 샤오미처럼 방대한 생태계를 보유한 기업이 이 안경을 중심으로 스마트폰, 가전, 자동차와 연동시키는 순간, 사용자는 일상 전체를 기업에게 보여주게 된다. 기술은 편리함이라는 명목 아래, 감각의 통제권과 인식의 우선권을 외부에 양도하게 만든다.
결국 샤오미 AI 안경은 기술 진보의 전형이자, 감각 권력의 장치이다. 기술이 감각을 대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아름답고도 위험한 상상이다. 이 상상이 실현될 때, 인간은 더 많은 것을 보지만, 스스로 무엇을 보고 있는지를 알지 못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