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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의 도구로서의 인공지능

‘비오3’와 광고 산업의 재정의

by AI러 이채문

1. 사건의 전환점 —
2000달러로 시작된 영상 혁명


AI 영상 생성 도구 ‘비오3(Veo3)’가 가져온 미디어의 혁명은, 단순히 기술의 진보가 아닌, 창작의 정의를 근본적으로 재구성하는 사건이다. 이 전환의 중심에 선 인물은 미국의 광고 감독 PJ 아케투로이다. 그는 수백만 달러 규모의 광고 제작 시장에서 단 2000달러라는 제작비로 AI 기술을 활용한 영상으로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그의 광고는 NBA 파이널 도중 송출되었고, 공개 48시간 만에 1800만 회 이상의 노출을 기록하였다. 광고주의 요청은 폭주했고, 그는 편당 수만 달러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다. 단순한 성공 신화를 넘어, 이 사건은 콘텐츠 산업의 권력 구조가 AI 도구의 손에 의해 어떻게 재편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아케투로는 대본 작성에 ‘제미나이’를, 아이디어 도출에 ‘챗GPT’를, 영상 제작에는 ‘비오3’를 사용하였다. 단 3일 만에 완성한 이 광고는 수백 번의 프롬프트 실험과 영상 편집을 통해 정제된 결과물이며, AI의 창작 능력이 인간의 상상력과 결합할 때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를 입증하였다.




2. 창작의 재정의 —
예술인가, 자동화인가?


이 사건에서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보다 ‘창작의 주체가 누구인가’에 대한 문제이다. 기존의 광고는 대규모 제작비, 팀 단위의 작업, 복잡한 기획 절차를 거쳐 완성되었다. 그러나 아케투로는 속옷 차림으로 집에서 일하며, AI를 조정해 수만 달러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이 경험은 ‘노동의 전통적 정의’와 ‘가치 창출의 구조’를 동시에 해체한다.


여기서 비오3는 단지 영상을 만드는 기계가 아니다. 사용자의 언어, 감정, 논리, 창의성을 받아들이고 이를 영상이라는 결과물로 환원하는 ‘지각 가능한 상상력 장치’이다. 다시 말해, 비오3는 영상 제작의 도구라기보다는 사용자 상상력의 증폭기이며, 그 자체로 창작의 행위자가 된다.


아케투로는 "프롬프트는 마치 비오3가 전후 맥락을 전혀 모르는 존재인 것처럼 써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창작이란 전지적 기획이 아니라, 제한된 단서로부터의 창발적 구성임을 보여준다. 비오3는 과거 영화 산업에서 ‘시나리오-촬영-편집’이라는 선형 구조를 파괴하고, 사용자의 명령어라는 점에서 ‘즉각적 재조립’이 가능한 순환 구조로 전환한다.

1. 사건의 전환점 — - visual selection.png



3. 광고의 미래 —
창작의 민주화인가, 가치의 탈구인가


아케투로의 사례는 궁극적으로 한 가지 물음을 던진다. “AI를 활용한 창작은 진짜 예술인가, 아니면 단지 기술의 응용인가?” 이 질문은 곧 콘텐츠 산업 전반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된다. 수천만 원의 제작비를 절감한 기업은 더 이상 전통적 제작사에 의존할 필요가 없게 된다. 기술이 예술의 형식을 대체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창작의 진정성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동시에, AI 기술이 ‘진입 장벽’을 낮추어 더 많은 사람들이 창작의 장에 뛰어들 수 있게 만든 것은 사실이다. 이 점에서 비오3는 창작의 민주화를 상징한다. 그러나 이 민주화는 곧 ‘가치의 탈구’로 이어질 수 있다. 수십 번의 실험과 수천 개의 프롬프트를 돌려 얻은 장면은 정제되어 보이지만, 그 기반은 기계적 반복과 알고리즘의 우연이다.


결국, 비오3를 통한 성공은 인간의 능력과 기술의 가능성이 결합된 결과이지만, 동시에 기술이 인간 창작의 고유성을 점점 더 흡수하고 있는 구조적 변화의 상징이기도 하다. 광고주는 더 이상 사람을 찾지 않는다. ‘아이디어를 잘 프롬프트할 수 있는 사용자’를 찾는다.


이는 광고 산업뿐 아니라 영화, 음악, 디자인, 심지어 교육과 정치적 메시지 전달까지 포함하는 전방위적 전환의 서막이 될 것이다. 아케투로는 자신을 “손에 들고 있던 폭탄이 폭발한 것 같은 느낌”이라 표현했지만, 그 폭탄의 파편은 이미 전 세계 창작 생태계에 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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