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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의 확장성

기술의 성장은 세계를 어떻게 재구성하는가

by AI러 이채문

1. 예측의 지표 —
성장률이라는 숫자에 숨겨진 문명적 전환


2025년부터 2034년까지, 전 세계 인공지능 시장이 약 5배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은 단순한 수치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곧 기술이 사회 전체를 관통하며 인간의 사고, 노동, 판단을 대체하거나 재정의할 만큼 확장될 것이라는 문명적 전환의 예고이기도 하다.


프리시던스 리서치에 따르면, AI 시장은 연평균 19.2%라는 성장률로 2025년 1033조원 규모에서 2034년 5020조원 규모로 팽창하게 된다. 이는 단순한 산업 규모 확대가 아닌, 기술이 사회의 ‘기본 구조’로 편입되는 것을 의미한다. 더 이상 AI는 하나의 도구가 아니라, 모든 산업이 기반을 두는 플랫폼이자 생태계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폭발적 성장의 동력은 기술 자체가 아닌,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용자 산업’의 수용 구조에서 비롯된다. 기술이 스스로 시장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필요와 제도가 그 수용도를 결정하며, 그를 통해 기술은 영향력을 가진다. 따라서 AI 기술의 확산은 기술 중심이 아닌 사회 중심의 재조직이라는 방향성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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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구조의 재편 —
산업 간 격차에서 AI 내재화 경쟁으로


현재 AI 시장은 서비스, 소프트웨어, 하드웨어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중 서비스 분야가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이는 기업들이 단순한 AI 기술 자체보다, 그것을 도입하고 실행하는 ‘방법론’에 더욱 많은 투자를 하고 있음을 뜻한다. 즉, 기술보다 적용, 기능보다 운영이 시장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그중 가장 큰 최종 사용자 산업은 금융, 의료, 미디어다. 특히 금융(BFSI)은 이미 오랜 기간 동안 AI를 통해 데이터 분석, 리스크 예측, 고객 응대 자동화를 경험하며 AI의 내재화를 가장 앞서 실행한 영역이다. 의료는 AI를 통해 진단의 정밀도, 치료 예측률, 신약 개발의 속도 등을 높이며 새로운 의료 윤리를 창조하고 있다. 그리고 미디어는 생성형 AI의 도입으로 콘텐츠 자체가 AI와 협업해 만들어지는 ‘기술적 서사’를 만들어낸다.


주목할 점은 전통적 비기술 산업으로 여겨졌던 소매, 제조, 농업, 법률 등의 산업에서도 AI가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 산업은 기술 도입률은 낮지만 전체 산업 구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앞으로 AI가 확장되는 주요 영역으로 부상할 수 있다.


결국 이는 모든 산업이 ‘AI화’되는 흐름 속에서, 기술이 핵심 동력이라기보다는 조직 구조와 사회적 신뢰 체계 안으로 흡수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는 곧 AI가 ‘주도적 기술’이 아니라 ‘기반 기술’로 재배치되고 있다는 뜻이다.




3. 철학적 전환 —
AI는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는가, 대체하는가


AI 시장의 폭발적 성장과 산업 전반에 걸친 내재화는 한 가지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AI는 인간을 돕는가, 혹은 인간을 대체하는가? 이 질문은 경제적 구조를 넘어, 존재론적 고민으로 이어진다.


도움이라는 개념은 인간의 능력을 확장시키는 방향성을 가진다. 즉, 인간이 더 잘 판단하고, 더 정확하게 예측하며, 더 효율적으로 작업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체란 인간이 담당하던 역할과 책임을 기술이 완전히 가져가는 구조이다. 이는 단순한 기능 이전이 아닌, 인간 존재의 의미와 사회적 책임에 관한 전환을 포함한다.


따라서 AI 기술의 성장률은 단순한 시장 수치가 아니라, 인간 중심 사회에서 기술 중심 사회로 넘어가는 인문학적 지표일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AI가 기술이 아닌 철학적 존재로 재해석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인간의 사고, 감정, 의사결정, 창작, 돌봄까지 모방 혹은 재구성하게 된 AI는 ‘제2의 인간’이 될 것인가, 혹은 인간의 껍질을 쓰는 자동기계에 불과할 것인가.


결론적으로, AI 시장이 5배 성장한다는 전망은 단지 미래 예측이 아니다. 그것은 인류가 어떤 윤리, 어떤 사회 구조, 어떤 가치를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기술은 방향을 정하지 않는다. 다만, 인간이 그 방향을 결정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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