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영상이 촉발한 시청의 진화
생성 인공지능 기술이 텍스트와 이미지를 넘어, 동영상의 영역으로 본격적으로 진입하고 있다. 그 선두에 선 도구가 구글의 '비오3(Veo3)'이다. 비오3는 단순한 영상 생성기가 아닌, 사용자 상상력의 연장선상에서 작동하는 시각적 상상력 도구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과거 챗GPT가 글쓰기, 이미지 생성이 캐릭터 창조와 감성의 표상에 집중되었다면, 비오3는 ‘이야기 흐름의 시간성’을 포함한 영상 표현을 가능케 하며, 감정의 전개와 장면의 전환, 리듬의 형성까지 포함된 복합적 창작물로 진화하고 있다.
국내 사용자는 이를 실험적 창작 도구로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단순한 모방을 넘어,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는 형식의 콘텐츠까지 제작하고 있다. 조선시대 인플루언서 먹방, 케이팝 콘셉트로 구현된 가상 아이돌, 엉뚱한 프롬프트로 생성된 해프닝 영상 등은 모두 이 기술이 사용자 상상력을 실시간으로 가시화하는 데 능숙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창작은 시청자가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 이제 영상은 더 이상 ‘타인의 창작물’이 아닌, ‘공동의 상상력’이 반영된 가변적 유희로 작동하게 된다. 이로써 비오3는 단순한 도구를 넘어서, 인간-기계 공동 창작 시대의 상징으로 부상하고 있다.
비오3 영상의 인기는 단순히 기술적 우월성 때문이 아니다. 그 핵심은 ‘프롬프트’라는 새로운 창작 기제의 등장에 있다. 사용자는 더 이상 카메라와 스토리보드로 창작하지 않는다. 대신 단어와 문장, 명령과 정서의 조합을 통해 AI에게 장면을 요구한다.
프롬프트는 새로운 신화이다. 그것은 단어가 물질을 생산한다는 마법적 구조로 작동하며, 사용자의 주관과 해석이 결합된 세계를 즉각적으로 구현한다. 이 세계는 오타 하나로 인해 기괴한 작품이 되기도 하고, 의도치 않은 결과물에서 감동을 발견하게 되는 ‘창작적 사고의 역전’을 가능하게 한다.
따라서 비오3는 영상 자체보다 ‘프롬프트로 창작하는 행위’ 그 자체가 콘텐츠가 되는 시대를 예고한다. 영상은 결과물이 아니라, 행위의 기록이며, 생성과정의 일부가 된다. 이는 예술의 개념을 물질적 결과에서 행위적 과정으로 전환시키는 근대 미학 이후의 흐름과도 궤를 같이 한다.
영상은 이제 표현의 끝이 아닌 시작이다. 사용자는 AI의 응답을 다시 편집하고, 재지시하며, 순환 구조의 무한 프롬프트를 통해 하나의 메시지를 수차례 다른 형식으로 구현하게 된다. 이 모든 과정은 시청자에게 ‘이야기의 탄생’이라는 감각적 체험을 제공한다.
비오3가 실현한 생성 영상 기술은 그만큼 높은 기술적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지만, 그 정확함은 동시에 위장이라는 비판적 프레임으로 전환될 수도 있다. "진짜 AI인지 구분되지 않는다", "가짜뉴스를 양산할 수 있다"는 네티즌의 반응은 기술의 사실성과 허구성이 분리되지 않음을 지적한다.
이러한 기술은 결국 신뢰를 교환의 기반으로 삼는 정보 소비 사회에서 일종의 위기 지점을 형성한다. 워터마크와 같은 기술적 조치는 AI가 만든 것을 구분 가능하게 하지만, 사용자 인식의 흐림은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허구’가 설득력을 갖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의 도덕성이라기보다는, 기술이 대중에게 어떻게 소비되고, 어떤 메시지를 구성하는가이다. 생성 영상이 사람을 감동시키는 순간, 우리는 그 감동이 ‘사실’에 기반한 것인지, ‘기술에 의한 시뮬라크르’인지 따지지 않는다. 진정성과 허구성이 구분되지 않는 이중 구조 속에서, AI 영상은 인간 감정의 또 다른 거울로 작용할 가능성을 제시한다.
결국, 비오3는 새로운 윤리적 구도를 요구한다. 기술이 만든 허구를 감상하는 우리의 시선은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가?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지 못하는 세계는 종말인가, 혹은 새로운 감각의 시작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