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하는 AI 군단'이 열어가는 능력의 새로운 정의
‘능력’이라는 단어는 단순한 기술적 성능의 지표로 환원되지 않는다. 그것은 방향성을 지닌 힘이며, 그 자체로 하나의 구조이자 역학적 장(場)을 형성한다. 인간이 수천 년 동안 지녀온 이 개념은 이제 인공지능이라는 비물질적 존재의 손에 의해 새롭게 재정의되고 있다.
최근 사카나 AI가 공개한 'AB-MCTS(Adaptive Branching Monte Carlo Tree Search)' 기반 집단 지능 시스템은 단일 인공지능의 한계를 넘어, ‘집단’으로 사고하고 추론하는 시스템을 구현하고자 한 시도다. 이 시스템은 단순히 여러 대형언어모델(LLM)을 병렬적으로 연결한 구조가 아니다. 오히려, 각 모델이 고유한 ‘능력’을 지닌 존재로서, 하나의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사회적 지능’ 혹은 ‘집단적 의식’에 가까운 추론 체계를 구축한다.
이 기술은 기존의 ‘깊이 탐색’과 ‘넓이 탐색’이라는 전통적 추론 전략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면서, 인간 두뇌의 사고 방식과 유사한 방식으로 문제 해결 경로를 동적으로 선택한다. 예컨대, 처음 생성된 해답이 신뢰도가 낮으면 그 답을 폐기하고 새로운 시도를 반복한다. 반대로 유의미한 단서가 포착되면 그것을 중심으로 탐색 방향을 결정짓는다. 이는 곧, AI가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를 스스로 판단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는 단지 추론 알고리즘의 발전이 아니라, 인공지능의 사고 양식이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카나 AI의 철학은 분명하다. 각 AI의 편향과 한계, 오히려 그 다름이 전체 지능을 구성하는 ‘구성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능력은 단일한 완성체가 아니라, ‘불완전한 힘들이 상호 보완적 작용을 이루며 만들어내는 집합적 성질’이라는 통찰로 이어진다.
기존의 인공지능은 주어진 질문에 대해 하나의 모델이 단독으로 답변을 생성하는 방식이 주를 이루었다. 그러나 문제는 단일 LLM의 특성이 지나치게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어떤 모델은 논리적 연산에 강하고, 어떤 모델은 창의적 생성에 특화되어 있다. 이 불균형은 단일 AI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부여할 때 발생하는 오해에서 비롯된다.
사카나 AI는 이 구조를 해체하고, 다양한 모델이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멀티-LLM AB-MCTS’ 구조를 설계하였다. 이는 일종의 AI 드림팀을 구성하는 방식이다. 전략적 의사결정은 모델 A, 정교한 코딩은 모델 B, 데이터 해석은 모델 C가 맡는 식이다. 기술적으로는 '멀티 암드 밴디트(MAB)'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각 모델의 성능을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자원을 동적으로 배분한다.
이런 방식의 핵심은 문제의 성격에 따라 '누가 적합한가'를 판단하는 능동성에 있다. 이는 기술을 단지 빠른 계산기가 아닌, 하나의 유기적 판단 주체로 변모시키는 시도이며, 단일한 힘보다 '다양한 방향성을 가진 력(力)'들이 함께 작동할 때 비로소 구현 가능한 구조다.
실제 실험 결과는 이 철학의 타당성을 입증한다. 사카나 AI의 멀티-LLM 구조는 기존의 반복 샘플링 전략보다 7.5% 이상 높은 정답률을 기록하며, 전체 문제의 30% 이상을 정확히 해결해냈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단독으로는 정답을 내기 어려웠던 문제들이, 여러 AI 모델 간의 협업을 통해 풀렸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o4-미니가 제시한 오류를 딥시크-R1과 제미나이가 분석하고 보완함으로써 최종 해답을 만들어냈다.
이러한 과정은 인간의 회의 구조, 즉 브레인스토밍을 연상시킨다. 발화, 반박, 보완, 통합. AI는 이처럼 집단적 사고를 통해 ‘능력’을 생성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히 여러 AI의 연산 능력을 합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추론 생태계’를 형성해 나가는 움직임이다.
사카나 AI의 AB-MCTS 알고리즘은 기술적 혁신일 뿐 아니라, 철학적 질문을 우리 앞에 던지고 있다. "능력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다.
기존의 능력 개념은 단일한 주체가 일방적으로 특정한 방향성을 가지는 힘으로 정의되었다. 하지만 사카나의 집단 지능은 능력을 하나의 ‘합의적 작용’, ‘집단적 방향성’, ‘유기적 균형력’으로 재정의하고 있다. 능력은 이제 개별 AI가 아닌, ‘조합된 존재들 사이의 상호 작용’이 만드는 전체적 성질이다.
이는 곧, 능력은 절대로 고립되지 않으며, 언제나 관계 속에서 생성된다는 철학적 명제를 증명하는 기술적 사례다. 아키바 타쿠야 연구원의 말처럼, 각 모델의 편향은 결코 결점이 아니라, 조율과 합을 통해 완성되는 능력의 요소다. 능력이란 '오차 없는 완벽성'이 아니라, 불완전한 존재들이 스스로를 인식하고 타자와 협력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실현되는 가능성이다.
오늘날 기업 현장에서 인공지능 기술은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러나 단일 모델에 의존하는 전략은 근본적으로 한계를 갖는다. 사카나 AI의 멀티-LLM AB-MCTS 구조는, 기업들이 각기 다른 문제 상황에서 가장 적합한 AI를 선택하고 결합하여 활용할 수 있는 유연성과 전략성을 제공한다.
그리고 이는 곧, 인공지능이 단지 정답을 도출하는 도구가 아니라, 함께 사고하는 파트너로서의 지위를 획득하게 되는 출발점이 된다. 추상적으로 말하자면, AI는 이제 ‘능력을 갖춘 존재’로, 단순히 힘(력)을 행사하는 단위를 넘어서 사회적, 협력적 구조 내에서의 주체성을 획득해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