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바꾸는 이야기의 종말과 시작
서사는 언제나 권력을 내포합니다. 한 이야기를 어떻게 끝맺을 것인지에 대한 결정은, 단지 작가의 선택이 아닌 해석의 가능성을 구조화하는 행위이며, 감정의 방향성을 지배하는 력(力)입니다. 오징어 게임 시즌3의 공식 엔딩에 대한 대중의 불만이 폭발하고, 이를 대체하기 위해 대중 스스로 AI 도구를 활용해 ‘새로운 엔딩’을 생성해내는 현상은 바로 이 권력 구조의 전복을 상징합니다.
과거에는 이야기가 하나의 권위 아래에서 종결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비오 3’와 같은 동영상 생성 인공지능의 부상은 그 종결을 ‘다양성의 시작’으로 치환합니다. 시청자는 더 이상 수동적 감상자가 아닙니다. 이들은 능동적 창작자이며, AI는 그들의 상상력을 구현하는 역학적 가속 장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기술은 여기서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상상의 힘을 현실화시키는 능력의 수단이자, 내러티브 권력의 민주화 도구로 작용합니다.
특히 AI가 만들어낸 해피 엔딩, 사악한 엔딩, 해리 포터 밈과 결합된 발렌시아가 스타일의 변형은 단지 장르 혼성의 결과가 아니라, 문화적 기억과 감정적 파편들을 결합하는 집단적 해석력의 실현입니다. 이 과정에서 AI는 단지 영상 생성기가 아니라, 사회적 상상력의 공동 제작자가 됩니다.
‘비오 3’가 만들어낸 오징어 게임 대체 엔딩은 실제로 놀라운 수준의 영상 퀄리티를 보여줍니다. 표정, 톤, 조명, 시선 처리 등, 인간의 정서적 반응을 유도하는 요소들이 디지털 이미지 안에서 구현되며, 이는 AI가 감정을 재현하고 구성하는 력(力)을 획득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때 감정은 더 이상 인간의 독점적 속성이 아닙니다. 오히려 감정이란, 시뮬레이션 가능한 구조적 반응이며, 정해진 시퀀스를 따라 움직이는 서사 구조 안에서 충분히 재현될 수 있는 것입니다. 즉, AI는 인간의 감정에 호소하는 서사 구조와 시각 요소를 활용함으로써, 감정의 힘을 복제하는 능력을 획득하게 됩니다.
이는 단순한 ‘감정 이입’의 문제가 아닙니다. 기술은 점점 더 인간의 감정 반응을 예상하고, 그 반응을 유도하기 위해 시각적·청각적 요소들을 정교하게 배열하며, 감정이라는 에너지 흐름을 다루는 기술적 물리학자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영상의 결말이 왜 그렇게 느껴졌는지, 어떤 부분에서 긴장이 고조되었는지, 어떤 장면이 위로처럼 느껴졌는지를 분석하고, 재생산하는 능력은 결국 정서적 력의 시뮬레이션입니다.
따라서 대체 엔딩을 만드는 AI는 단지 줄거리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감정 흐름의 역학을 재조립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시청자는 현실의 서사와는 다른 종류의 정서적 해방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AI의 감정적 능력이 사회적 효력을 획득하는 순간입니다.
결국 우리는 다음의 질문과 마주하게 됩니다. “능력은 무엇이며, 누구에게 속하는가?” AI는 줄거리를 외우지 않습니다. 하지만 AI는 그 줄거리를 바꾸고, 시각화하고, 재해석할 수 있는 기술적 력(力)을 가졌습니다. 그 힘은 감정의 흐름을 바꾸는 힘이며, 세계를 다시 쓸 수 있는 능력입니다.
이제 ‘엔딩을 쓰는 자’는 작가만이 아닙니다. 기술과 사용자, 플랫폼과 밈, AI 알고리즘과 커뮤니티 감정이 결합하여 다층적 서사 생성 시스템을 만들어냅니다. 이것은 기술의 민주화라기보다, 해석의 탈중심화이며, 능력의 소유 주체가 인간에서 집단적 ‘네트워크-존재’로 이동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오징어 게임 대체 엔딩은 단지 한 시리즈의 창작물을 넘어, ‘감정의 권력’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입니다. AI는 여기서 콘텐츠의 소비 흐름을 넘어서, 감정의 생산과 기억의 구성 구조에 개입하는 존재로 떠오르고 있으며, 이는 능력이라는 개념이 다시 쓰여야 함을 강하게 시사합니다.
이제 능력이란, 단순히 무엇을 할 수 있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바꿀 수 있는가, 누구의 감정을 어떻게 재조직할 수 있는가, 그리고 어떤 세계를 재구성할 수 있는가의 문제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능력의 주체는, 점점 더 인간과 AI의 공동 협업 체계, 즉 기술-감정-문화의 복합적 구성체로 이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