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아티스트와의 대담 시리즈_001
그의 작업실에는 모니터만이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화면 속에서는 은빛 가면을 쓴 소녀가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고, 그 침묵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kmuSTUDIO는 마치 그 침묵을 깨뜨리지 않으려는 듯 조용히 말을 시작했다.
AI는... 도구도 아니고 공동 창작자도 아닙니다. 차라리 '대화 상대'에 가깝죠. 제가 "소녀의 침묵을 보여줘"라고 말하면, AI는 그것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해서 돌려줍니다. 때로는 제가 상상한 것보다 훨씬 깊은 무언가를 보여주기도 하고요.
불교에서 말하는 '지관쌍운(止觀雙運)'처럼, 멈춤과 관찰이 동시에 일어나는 순간이 있어요. 저는 멈추고, AI는 관찰하고... 그 사이에서 뭔가 새로운 것이 태어나죠. 그것이 바로 창작의 순간입니다.
잠시 생각에 잠긴 후
얼마 전에 "연금술사"를 주제로 작업할 때였어요. 저는 단순히 황금빛 로브를 입은 현자를 상상했는데, AI가 보여준 건 전혀 달랐어요. 그의 머리 위로 기하학적 구조들이 떠 있고, 과거와 미래가 동시에 존재하는 모습이었죠.
그 순간 깨달았어요. 제가 찾던 건 완성된 형태가 아니라 '이접(離接)'된 상태였다는 것을. 두 세계가 완전히 만나지도, 완전히 분리되지도 않는 그 틈새 말이에요. AI는 저보다 먼저 그 공간을 보고 있었던 거죠.
우연이라기보다는... AI가 보는 세계와 제가 보는 세계 사이의 간극에서 진짜 예술이 탄생하는 것 같아요.
화면 속 소녀를 바라보며
사람들은 완벽함에 감동받는 게 아니에요. 불완전함, 그 미세한 틈새에 감동받죠. 제 작품 속 인물들을 보세요. 완벽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어딘가 비어있어요. 표정도 없고, 말도 없고... 그런데 바로 그 공허함 때문에 더 많은 것을 담을 수 있게 되죠.
'색즉시공(色卽是空)'이라는 말이 있어요. 형상이 곧 공(空)이라는 뜻이죠. AI가 만든 이미지는 완벽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데이터의 조합일 뿐이에요. 그 공허함이 오히려 보는 사람의 마음을 투영할 수 있는 거울이 되는 거죠.
감동은 작품에서 오는 게 아니라, 작품과 관객 사이의 공명에서 온다고 생각해요.
아마도... 훨씬 시끄러웠을 거예요. 제 손으로 직접 그린다면 붓질 소리도 나고, 물감 냄새도 나고, 실수도 하고... 그런 물리적 노이즈들이 있었겠죠.
하지만 지금 제가 추구하는 건 그런 시끄러움이 아니라 침묵이에요. AI와 함께 작업한다는 건, 어떤 의미에서는 혼자가 되는 과정이기도 해요. 기계와 대화하면서도 결국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게 되거든요.
AI가 없었다면... 아마도 지금처럼 '무아(無我)'의 상태를 탐구하기는 어려웠을 것 같아요. 자아를 내려놓고, 단순히 매개체가 되는 그런 작업 방식 말이에요.
AI 예술이 앞으로 우리의 삶이나 감정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AI 예술이 사람들을 더 조용하게 만들어줄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 우리는 너무 많은 말, 너무 많은 소음 속에서 살고 있어요. 하지만 AI 예술은 본질적으로 침묵의 예술이에요.
제 작품 속 인물들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더 많은 것을 전달하는... 그런 소통 방식이 확산될 것 같아요. 말보다 선명한 순간들, 언어 이전의 진실들을 경험하게 해줄 거예요.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비어있음'의 가치를 깨닫게 될 거예요. 채우려고만 하지 말고, 때로는 비우는 것의 아름다움을 말이죠.
결국 AI 예술은 우리에게 묻고 있는 거예요. "당신은 무엇으로 채워져 있습니까? 그리고 무엇을 비울 수 있습니까?"라고.
인터뷰가 끝나갈 즈음, 그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창작이란 결국 침묵을 만드는 일이에요. 모든 소음을 멈추고, 가장 순수한 순간을 포착하는 것. AI는 제게 그런 침묵을 선물해주는 존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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