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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삼각자 Apr 26. 2024

퇴원결정

짧게 끝날지도 모르는 암투병 관찰기

4월 26일. (금)

불가역적(不可逆的).

다시 원래대로 되돌려 놓을 수 없다는 것을 말할 때 붙이는 말이다.

폐암 4기 진단 이후 오늘까지 모든 것이 불가역적이다.

아무것도 되돌려 놓을 수 있는 것이 없다.


아침에 호스피스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예정대로 4월 29일에 입원을 하겠는지 결정을 하라는 것이다.

“아직 주치의 회진 전이라 자문을 못 구했다. 시간 여유가 있는가?”라고 묻자 남자 호스피스 병상이 지금 하나 남아있는 상태라고 결정을 안 하면 다음 사람에게로 넘어간다고 했다.

그래서 예정대로 입원을 하겠노라고 답을 하고 퇴원을 하루정도 먼저 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꾸기로 했다.


며칠이라도 집에 머무시다가 갈 수 있을지 주치의에게 자문을 구했다.

뜻밖에 오늘 퇴원하셔도 괜찮다는 답이 돌아왔다.

airvo는커녕 콧줄도 안 하고 호흡이 가능하며, 수액도, 모니터 전극도 하나도 없이 병실에 입원해 있는 건 어쩌면 만에 하나 있을지도 모르는 응급상태에 대응하기 위해서이지 않는가.

그러나 불안하다.

일요일에 퇴원을 해서 하룻밤만 집에서 주무시고 월요일 아침에 호스피스에 입원을 하는 것으로 정했다.


호스피스에 제출할 의무기록과 영상자료를 병동에 부탁했다.

퇴원이 예정된 일요일은 휴일이므로 내일 오전에 원무과에서 수령을 해야 한다.

입원 안내서에 나와있는 입원 준비물을 병원 내에 있는 의료기 매장에서 구입하고, 어머니를 많이 도와주신 옆 병상 간병인분에게 드릴 간식을 조금 샀다.


이제 진짜 며칠 후면 이 병원을 떠나는구나.

아무렇지 않게 아버지의 마지막을 준비하러 가는구나.

복잡한 마음으로 아버지에게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까지 학교를 쉰 아이는 컨디션을 많이 회복했다.

저녁을 먹이고 각자 할 일을 하고 있을 때 어머니가 전화를 하셨다.

아버지가 방금 침대에서 무리하게 내려오려고 하다가 배액관이 빠졌다고 했다.

지금 제일 걱정되는 섬망 때문인 것 같다.


전화를 바꿔줘서 담당 간호사와 통화를 했다.

N.S에서 전화로 확인한 주치의 의견은 지금은 흉수가 거의 안 나오므로 일요일 퇴원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필요하면 외래에서 다시 라인을 잡으면 된다는 거다.

지금은 좀 안정되신 상태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물론 옮겨갈 그 병원에도 Angio가 있기 때문에 가서 라인을 잡으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일정에 변동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내일 호스피스 쪽에 확인을 해봐야 한다.


힘없이 침대에 누워 계시는 분에게 그런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건지.

그럴수록 점점 우리와 한 발짝씩 멀어지시는 건 아닌지.

하루가 안녕하게 마무리 됐다고 마음을 놓고 있던 나는 다시 생각이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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