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 끝날지도 모르는 암투병 관찰기
4월 25일. (목)
중간고사 날이라 학교에 갔다가 일찍 돌아왔다.
집사람도 4월 초에 수술을 받고 아직 회복 중이라 복귀전 며칠이라도 집에서 벗어나 쉬기로 해서 감기 증세로 어제부터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는 아이를 돌봐야 한다.
그래서 오늘은 아버지를 뵈러 병원에 가지 못한다.
열이 좀 내리는 가 싶던 아이는 저녁을 먹으면서 음식을 삼키기 힘들 정도로 목이 아프다고 했다. 체온을 재보니 38도가 넘는다.
고민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당장 dmc에 있는 야간 진료 의원으로 간다.
아이의 목안을 살펴본 의사는 아이의 학교에 독감이 유행하고 있지는 않다는 내 말에 세균성 감염일 수도 있기 때문에 항생제를 쓰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내가 내심 원했던 주사 한방을 처방해 주었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이들 병은 옛날부터 주사를 맞으면 그렇게 증세가 빨리 호전된다.
고열과 인후통으로 병원에 가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차에서 자던 아이는 금세 기력을 회복한 듯 보였다. 집에 돌아와 빨리 재웠더니 코를 골면서 곤히 잔다.
아버지도 그렇게 주사 몇 방을 맞고 푹 주무시고 나서 벌떡 일어나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호스피스 문제가 해결되자 아버지를 호스피스 병동으로 모시기 전 잠시 집에서 시간을 보내실 수 있게 할 것인가가 새로운 이슈가 되었다.
내일까지 결정해야 한다.
과연 가능할까.
환자들은 입원하면 오히려 더 빨리 병세가 깊어진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럴 리가 있나 했지만 만약 항암을 위해 입원을 안 하고 통원하면서 방사선치료만 받았다면 아버지는 좀 더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라는 가정을 하게 된다.
운전을 하면서, 밥을 먹으면서, 손을 씻으면서 하는 가정들이 이것 말고도 수백 가지는 될 것 같다.
선택을 할 때는 결과를 알 수 없기 마련이지 않나.
복기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결과를 바꿀 수는 없는 것이지 않나.
현재를 더 명확하게 바라보고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를 고민하는 게 천배는 더 나은 일이지만 후회와 가정이 훨씬 더 쉽기 때문에 오늘도 의지와 마음은 따로 논다.
이 과정에서 더 이상 가정은 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