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 끝날지도 모르는 암투병 관찰기 그 후
40대가 끝나가고 있는 지금 아버지가 안 계신다는 것은 마치 인수인계를 제대로 못 받았는데 전임자가 그냥 사라져 버린 것 같은 기분이다.
결혼 후 10년 가까이 아버지와 데면데면하게 살았다.
그다지 아버지에게 기대하는 바가 없어서 그랬는지, 그저 조용히 지내는 게 마음이 편했다.
처음으로 아버지가 안 계시는 추석을 얼떨떨하게 보내고, 곧 당신이 살아계셨으면 팔순이 되었을 생신이 다가온다.
여러모로 꼬이고 뒤틀린 1년이 이제 두 달여밖에 남지 않았는데 여전히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지금 아예 아버지가 안 계시니 뭘 물어볼 수도 없고 마음이 어렵다.
사업에 실패하셨을 때 어떤 마음이 드셨나요.
당신과 사이가 좋지 못했던 할아버지,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어떠셨나요.
자식한테 가장 서운하셨던 건 뭔가요.
매일매일 무슨 마음으로 살아가셨나요.
무서운 병에 걸렸을 때 어떤 마음이 드셨나요.
제일 기뻤던 일은 뭔가요.
아버지의 꿈은 뭐였나요.
30년 뒤 내가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나이가 된다.
그때도 내 딸은 아직 40대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후회할 일은 만들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