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과 이성의 관계
우리는 스스로 이성적인 사람이라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무언가를 고를 때 ‘나는 합리적으로 판단했어’라고 말하지만, 실은 대부분의 결정은 감정에서 출발합니다. 어떤 제품을 처음 봤을 때 느껴지는 ‘끌림’, 어떤 브랜드를 봤을 때 드는 ‘왠지 모르게 좋다’는 기분. 이처럼 감정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영역이지만, 놀랍게도 많은 선택이 바로 이 감정에서 시작됩니다.
예를 하나 들어볼까요?
어느 날, SNS를 보다 우연히 예쁜 텀블러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평소에도 물을 자주 마시는 편이 아니고, 이미 집에 텀블러는 세 개나 있지만, 이상하게 그 제품이 자꾸 머릿속에 남습니다. 디자인도 예쁘고, 색깔도 지금 내 기분에 꼭 맞는 것 같고요. 그런데 막상 구매하려고 하면 망설여집니다. ‘이걸 꼭 사야 하나?’, ‘지금 꼭 필요한 건가?’라는 생각이 스치죠.
그때 우리는 설명할 수 있는 이유를 찾기 시작합니다.
"이건 환경 보호를 위한 소비야."
"요즘 무지방 라떼를 챙겨 마시니 텀블러 하나쯤 더 있어도 되지."
"나를 위한 작은 보상이잖아."
사실은 이미 사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고, 지금은 그 마음을 정당화할 '이유'를 찾고 있는 거죠. 이때 텀블러 브랜드의 상세페이지에 "매일의 루틴을 더 기분 좋게 만드는 컬러", "하루 2L 수분 섭취 습관을 위한 디자인" 같은 문장이 눈에 들어오면, 우리는 ‘그래, 이래서 사는 거야’라고 자연스럽게 결정하게 됩니다.
이렇듯 마케팅과 콘텐츠는 사람들의 감정적 결정을 ‘이유 있는 선택’으로 만들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감정은 이미 움직였고, 우리는 이성으로 그 감정을 따라가며 정당화할 근거를 찾습니다. 그런데 브랜드가 그 이유를 제대로 준비해두지 않으면, 고객은 마음이 있어도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망설이게 됩니다.
결국 우리는 감정으로 결정하고, 이성으로 그 결정을 설명합니다. 그리고 그 설명이 가능하도록 돕는 것이 바로 브랜드 콘텐츠의 몫입니다.
사고 싶다는 감정은 순간이지만, 그 감정을 따라가게 만드는 건 ‘사야 할 이유’입니다. 브랜드는 그 이유를 미리 잘 준비해두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고객은 스스로 “그래서 나는 이걸 샀어”라고 말하고 싶어 하니까요.
<디파트(De;part), Magaz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