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는 왜 브랜드 디렉터가 되었을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살아남기 Ver.01

by 디파트디렉터 Aiden

모든 개념은 형태를 갖는다 – 브랜드의 본질을 찾아서


"모든 개념은 형태를 갖는다."


이 말은 심리학자이자 예술이론가인 루돌프 아른하임의 책 『시각적 사고』 에서 등장하는 문장입니다. 그는 생각과 개념이 시각적인 형태로 드러날 때 더 명확해지고 이해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무엇인가를 정의하고 표현하려면 그것에 맞는 형태를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모든 개념은 형태를 갖습니다. 그리고 그 형태를 정의하는 순간, 그 개념은 고정됩니다.


8년차 예술대학강사였던 제가 미술 마케팅 강의를 시작으로 브랜딩/디자인/마케팅 스타트업을 설립하고 처음 마주한 업체는 온라인 주얼리 브랜드였습니다. 브랜드의 특성을 정의하고, 그것을 마케팅의 언어로 풀어내는 일이 저의 첫 도전이었죠. 오랜 파트너이자 클라이언트였던 K업체와의 작업에서 처음으로 제안한 것은 지금 생각해도 꽤나 파격적이었습니다.


“주얼리라는 단어를 없애자.”


고정된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음 이 제안을 들었을 때, K업체는 당황했습니다. 당연한 반응이었습니다. 주얼리 회사가 ‘주얼리’를 보여주지 않는다는 건 업계의 상식을 뒤집는 일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이 제안을 한 이유는 명확했습니다.

‘주얼리’라는 단어는 이미 너무 익숙하고 뻔한 이미지로 소비자에게 다가갑니다. 주얼리라는 단어를 쓰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를 수많은 주얼리 업체 중 하나로 인식시키게 됩니다. 브랜드의 인지도나 힘이 아직 약한 상황에서 이런 단어는 오히려 독이 됩니다.


사람들은 기본적인 사실을 잊고 있습니다. 상대방에게 내가 누구보다 뛰어난 사람임을 증명하고 싶으면서 굳이 나보다 더 뛰어난 경쟁자를 떠올리게 할 필요는 없다는 점입니다.


사람을 이해하는 일 – 소비의 본질


소비는 결국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 모든 마케팅 전략은 사람을 움직이는 트리거를 찾거나, 구매 결정의 마지막 단계에 서 있는 사람을 우리에게 모셔오는 일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소비 타겟을 이해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우리의 스타일로 전달해야 합니다.

이 부분에서 콘텐츠의 본질을 다시금 떠올렸습니다. 과거 한 PD님의 말이 생각났습니다.


“콘텐츠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하고 싶은 말을 나의 스타일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 원칙을 주얼리 브랜드에 적용했습니다.


소비 타겟에 맞춘 콘텐츠 전략

온라인 주얼리 브랜드 K의 주 타겟층은 20~30대 남성이라는 것을 데이터로 확인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가정을 해볼 수 있었습니다. 이 소비층은 주얼리를 스스로 소비하기보다는 연인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도구로 주얼리를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목표는 남성 타겟을 공략하면서 여성 타겟까지 자연스럽게 확장하는 전략이었습니다.


그렇게 집중한 것은 ‘연애 콘텐츠’였습니다. 남성의 감정을 건드리고 책임감과 표현 욕구를 자극하는 스토리를 제작했습니다. 콘텐츠의 마지막에는 티가 나지 않을 정도로 은근하게 브랜드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사랑을 표현하다.”
“그녀를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문구들은 남성들이 연애 상황 속에서 공감할 수 있도록 했고, 그 공감이 행동으로 이어지게 했습니다.


브랜드의 슬로건 – ‘마음을 보이게 하다’

두 번째로 한 일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담은 슬로건을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주얼리라는 장르의 본질을 고민했습니다.

주얼리는 단순한 액세서리가 아닙니다. 주얼리의 존재 이유는 마음을 전달하는 것입니다. 누군가에게 고마움을, 미안함을, 사랑을 표현하는 도구로 주얼리는 사용됩니다. 그리고 이 맥락은 대체로 남성이 여성에게 마음을 전하는 데 집중됩니다.


이 생각을 바탕으로 우리는 브랜드의 슬로건을 만들었습니다.


“보이지 않던 마음을 표현하다.”
Invisible to visible.


주얼리는 마음의 형태를 만들어주는 매개체입니다. 이 브랜드의 슬로건은 그 본질을 가장 간결하면서도 강력하게 표현했습니다.


콘텐츠는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다

주얼리라는 단어를 없애고, 연애라는 맥락에 집중한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우리의 전략을 통해 K업체는 800%가 넘는 ROAS를 기록했고, 이후에도 500%를 유지하며 월 광고비를 점진적으로 늘려 나갈 수 있었습니다.

결국 콘텐츠의 성패는 맥락을 얼마나 잘 이해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콘텐츠는 상대방이 하고 싶은 말을 우리의 언어로, 우리의 스타일로 전달하는 과정입니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며, 그들에게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야말로 콘텐츠의 본질입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디자인

모든 개념은 형태를 갖습니다. 그 형태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브랜드의 방향이 달라집니다. 주얼리 브랜드라고 해서 주얼리를 전면에 내세워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사람을 이해하는 일, 그리고 그들이 공감할 수 있는 맥락 속에서 브랜드를 전달하는 일입니다.


주얼리를 만들지 않았습니다. 대신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 마음을 전달하는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결국 브랜드의 힘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있습니다.


“보이지 않던 마음을 표현하다.”

그것이 주얼리 브랜드에 담고 싶었던 진짜 메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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