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무서워

by 말자까

브런치북이 나는 처음에 진짜 책인 줄 알았다. 그래서 범접 불가의 영역 같았대. 그런데 나 같은 초보자도, 하라는 대로 제목이랑 목차를 넣으면 생각보다 그럴듯하게 책처럼 만들어진다. 신기했다. 백지에서는 시작도 못할 초보자에게 제법 친절한 포맷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브런치북을 만들면 신기한 게 제공된다. ‘인사이트 리포트'라는 창인데, 그건 나만 볼 수 있는 적나라한 성적표다. 거기엔 내 브런치북의 완독률, 하나의 글마다의 완독률과 조회수가 수치로 나온다. 그 상세한 판도라의 상자가 고맙기도 하지만 사실 난 좀 무섭다.


왜냐하면 브런치북 한 권을 책처럼 완성하기 위해, 글쓴이는 수십 번을 고쳐가며 엄청난 시간을 들이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조회수가 0으로 나오는 글의 성적표를 보면 허무하다 못해 무섭다. 한 뮤지컬 연출가가 첫 공연을 올린 후 모두 껴안고 펑펑 울었다는 인터뷰를 봤었다. 그게 사실 기뻐서가 아니고, 관객이 한 명도 없어서였단다.


이쯤 되면, 내 글이 안 읽히면 아무것도 아닌 글이 되는 건가? 가치가 없어지는 건가?라는 본질적 고민에 빠진다. 사실 아무도 안 읽어도, 누가 안 시켜도 나는 그냥 글을 써왔다. 그 자유롭던 즐거움이 성적표를 본 후에 무서워진다면 멈춰야 하나? 그러면 브런치북을 안 만들면 되지 왜 이러고 있나?


흠. 나도 잘 모르겠다. 모의고사 성적표를 보고 좌절하지만 그래도 대학은 가고 싶은 누군가처럼, 관객이 없더라도 극을 계속 올리는 누군가처럼, 나도 왠지 그런 고단한 1인이 될 것 같다. 그래도 성적표를 보고 하나씩 또 고칠 점을 또 찾아가야겠지. 다시 하려니 참 고단하지만 그래도 왠지 멈추지는 못하는 글쓰기, 그래서 오늘따라 브런치북을 다시 보는 게 살짝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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