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오랜만에 고딩 친구한테 카톡이 왔다. 틱톡을 넘겨 보다가 갑자기 내가 나와서 놀라서 연락했단다. 아니 이렇게 몇 달이 지나도 조회수를 계속 늘리는 방송국의 능력이 실로 대단하다. 여하튼 덕분에 친구와 몇 년 만에 연락이 닿아 카톡으로 수다를 떨었다. 요즘 원거리를 출퇴근한다는 친구는 인사부서에서 처음 일하며 별 꼴을 다 본단다. 그래서 나도 요즘 승진인사 5 수생인데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토로했다.
조직의 인사부서에서 핵심 역할을 한다는 그 친구는 난데없이 내가 꽃띠이니 삼재가 지나서 네가 이번에 될 거라고 장담했다. 그리고 대상자에 꽃띠가 너밖에 없으면 분명 된다며, 단 12살 아래 띠동값 경쟁자만 없으면 된다고 했다. 다소 의기소침했던 나는 친구의 엉뚱한 진지함에 퇴근버스에서 빵 터졌다. 나는 친구에게 꽃띠 띠동값 연하는 설마 없을 것이라고, 아무리 그래도 내가 12년도 넘은 재고는 아니라고 했다.
잠시 후 친구는 별띠 올해 운세를 캡처해서 보냈다. 재물운과 연애운이 굉장히 좋았다. 친구는 나에게 “흠. 돈 벌어서 바람나는 건가?. “라고 토를 달았다. 나는 정말 버스에서 뿜을 뻔했다. 또 이번에는 사과띠 검색을 돌리는지 답이 한참 없다가 운세 캡처를 보내왔다. “아이고 사과 띠는 올해 운세가 좋네. 대상자에 사과 띠는 아마 없을 거야.”라고 그냥 확신해 버렸다.
운세와 삼재 이야기 등으로 한참을 떠들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났다. 그 친구는 집에 도착했다며 행운을 빈다고 인사를 했고 마지막 명언을 남겼다. “너 영혼은 집에 두고 마지막까지 아부 제대로 해봐.” 내가 답했다. “ㅇㅋ”
집에 와서 보니 나의 한해 띠 운세 캡쳐본을 추가로 보내줬다. 내용이 왠지 너무 맞는 것 같아서 마구 설렜다. 거기엔 올해 내 주위의 귀인이 나를 제대로 도와준다고 했다. 누굴까? 내 귀인이 과연 누구일까? 정말 설렌다.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친구 덕분에 경쾌한 마음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내가 이리 운세에 몰두할 줄이야. 그래도 인사부서 핵인싸가 이야기해 준 거니깐 찰떡같이 믿어보기로 한다. 참고로 내 종교는 카톨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