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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란 Feb 16. 2024

뮤지컬 더라스트맨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넘버 중


하나 둘. 여긴 B-103 방공호입니다.

생존자가 있으면 대답하십시오.

누군가 이 방송을 듣고 있다면 연락 바랍니다.

하나 둘. 제 말이 들리십니까. 여긴 대한민국 어느 곳입니다.

하나 둘. 여긴 B-103 방공호입니다.

도움이 필요하면 찾아오십시오.

또 친구가 필요하면 찾아오십시오.

누군가 이 노래를 듣고 있다면 연락 바랍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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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넘버는 항상 모호하게 들렸다. 생존자 본인이 이 말을 하는 걸 보면, 어쩌면 생존자가 정말 혼자가 아니고 싶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많은 고민 끝에 구조를 요청했다. 생존자에게 존버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손가락을 움직일 힘이라도 났으면 좋겠다. 몸을 어떻게든 움직이면서 마음도, 어긋난 호르몬도 점차 돌아왔으면 좋겠다. 물이 몸 안으로 들어가서 마른 세포를 하나씩 깨워줬으면 좋겠다. 관심이 독일지 약일지 모르겠고 나 역시 두렵고 겁이 난다. 떨면서 음성메세지를 보내고 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는 말이 철문을 뚫고 들어갔으면 좋겠다. 실패의 두려움과 수치심을  모래처럼 부서지게 해줬으면 좋겠다. 부디 살펴주시길 간절히 기도하는 밤이다. 오늘은 혼자가 아니고 함께 도와주는 이들이 있다는게 감사할 뿐이다. 덕분에 나도 역시 구조되었고 빠져나와서 앞으로 갈 수 있었다. 부디 모든 사람에게 평안한 밤이 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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