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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란 Apr 10. 2024

뮤지컬 더라스트맨

스포포함


뮤지컬 더라스트맨은 1인극이다. 100분 동안 ‘생존자’라고 불리는 주인공 한 명이 혼자 노래하고 울고 웃고 다하는 극이다. 배우는 남녀 멀티캐스팅이고, 배우에 따라 극의 디테일이 꽤 다르다.


이 극은 코로나시절 온라인 중계로 처음 만났다. 누워서 작은 휴대폰으로 우연히 만났는데, 몹시 강렬했다. 끝나고 벌떡 일어나서 이건 레전드라고 탄복했다. 이 극은 좀비를 피해 방공호에서 홀로 버티는 한 인간에 대한 이야기다. 원래는 창작 웹뮤지컬 콘텐츠로 대상을 받은 영상이 원작이다. 그걸 소극장 뮤지컬 극으로 만들었고, 현재 재연으로 대학로에서 공연 중이다.


코로나 시절부터 온라인으로만 보고 후기만 탐독하며 앓던 내가, 드디어 올해 처음으로 이 극을 직관하게 되었다. 유튜브로 커튼콜이나 프레스콜 등 짧은 영상들을 하도 많이 봐서 넘버도 다 알고, 내용도 다 알지만 나는 직접 보고 싶었다. 배우의 호흡과 내 호흡과 악기의 호흡이 함께하는 그 어두컴컴한 순간에 있고 싶었다.


이 극은 세상 신나는 락음악으로 시작되지만 내용은 상당히 어둡다. 주인공의 심리묘사는 내 마음을 갈리게 하고, 실제로 입장객에게 개인적 트리거가 자극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여기서부터 스포포함)


실제로 이 극은 세상과 스스로 단절하고 고독사하는 현대인의 이야기를 ‘좀비’를 피해 ‘방공호’에서 버틴다는 생존자의 환각으로 표현했다. 생존자는 스스로 혼자가 되고 고립을 선택하면서도,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라는 말을 관객에게 끝없이 전한다. 세상과 스스로 단절한 사람도, 사실 한편으로는 사람과 연결되고 싶은 것이다.


나 역시 나랑 맞지 않는 주위를 차단하고 혼자를 자처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을 나누고 싶다. 또한, 누군가 나에게 손을 내밀 때 나는 불신과 두려움 때문에 모르는 척할 때도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어렴풋이 안다. 그 사소한 다정함 하나로 사람이 죽고 산다는 것, 그리고 당신은 혼자가 아니며, 혼자가 아님을 서로 확인시켜 줄 수 있다는 것을.


5월에 극이 끝나는데 그전에 한 번이라도 또 볼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 마지막 인사의 박수 속에 나도 있을 수 있다면 소원이 없겠다.


* 참고 : 최초 웹뮤지컬 영상으로 찍어 맛보고 싶다면 아래의 링크가 있습니다. (총 2개 영상중 1번) 하지만, 현재 하고 있는 대학로에서의 직관을 추천드립니다.


https://naver.me/GB5egh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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