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말톡 8월호
유달리 뙤약볕이 뜨거웠던 여름, 동물병원에서는 망아지부터 1세마, 임신한 말까지 산통으로 위급하게 내원하고 퇴원하며 한 시절을 보냈다. 분명 어제까지 멀쩡하던 말이 갑자기 밥을 안 먹거나, 바닥을 뒹굴고 있으면 관리자는 가슴이 철렁해진다. ‘혹시 산통인가?’, ‘갑자기 저러는 건가?’ 이처럼 말과 관계된 모든 사람들에게 가장 갑작스러운 걱정거리 중 하나는 바로 ‘산통(배앓이, Colic)’ 일 것이다.
이번 말톡(Horse Talk)은 산통말을 내원시키며 가장 자주 하는 질문에 대한 답변 형식으로 구성해 보았다. 이번 기회에 산통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조금 더 가까이 마주하는 기회가 되어서, 아픈 말을 가장 먼저 접하는 생산자에게 근본적인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왜 자꾸 말은 산통에 걸리는 거죠?
‘너는 왜 하루종일 음식을 달고 사니?‘라고 누군가가 유난히 많이 먹는 사람에게 퉁박을 준다. 하지만, 말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사람은 하루 24시간 중 음식을 먹는 시간을 따지면 아무리 길어도 몇 시간을 넘지 못할 것이다. 반면에, 말은 24시간 중에서 평균 14~18시간 정도를 먹는데 쓴다. 왜냐하면 말은 주식인 풀을 천천히, 그리고 자주 섭취하도록 소화관이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초식동물인 말은 육식동물인 사람보다 훨씬 길고 복잡한 내장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길이로 보나, 부피로 보나 훨씬 굽이가 많고 커다란 크기이다. 거대한 공간인 말의 뱃속에서, 길고 복잡한 내장은 굵기가 굵어졌다가 얇아졌다가 하며 음식물을 소화시켜서 대변으로 배출한다. 게다가 커다란 내장은 한 군데에 고정되어 있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복강 내에서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넓다.
그러니, 상습 정체구간에 차가 막히듯이 변이 위험 구간에서 못 빠지고 점점 커지거나, 장 내에 가스가 점점 차거나, 장기끼리 서로 감겨서 꼬이거나, 장의 위치가 완전히 돌아가는 경우가 생각보다 생기기 쉽다. 그야말로 사람과 다른 해부 구조 때문에, 안타깝게도 사람보다 산통이 생기기가 쉽다.
농후 사료를 안 먹이면 산통이 낫나요?
산통에 걸렸던 말을 후속 관리하면서 농후 사료를 아예 안주는 보호자가 있었다. 농후 사료를 많이 먹으면 산통이 생긴다는 말 때문에 그렇게 관리했다고 했다. 과연 농후 사료를 안 주면 산통이 완전히 예방될까? 농후 사료는 정말 산통을 유발할까?
말의 주식인 풀 (생초, 건초) 은 섬유소가 많다. 입 안으로 들어간 풀은 식도와 위를 거치며 이동하는데, 최종적으로는 대장(맹장)까지 넘어가서, 그곳에서 사는 미생물들의 도움으로 발효 과정을 통해 섬유질을 천천히, 그리고 완전히 소화시킨다.
반면에, 탄수화물 함량이 많은 곡물사료는 대부분 위 바로 다음 단계에 있는 소장에서부터 분해가 된다. 그런데 한 끼에 너무 많은 양의 곡물 사료가 들어가면, 장이 막히거나, 소화가 안 된 탄수화물이 맹장으로 넘어가서 장내 미생물의 균형이 깨지며 복통이 발생될 수 있다. 따라서, 농후 사료는 한 번에 많은 양을 주는 것보다는 가능한 자주 나누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민한 장을 생각해 주세요”
또한 긴 장마철에는, 말이 초지에 나갈 시간이 줄어들고, 고온 다습한 환경으로 사료가 산패되거나 건초에 곰팡이가 생길 수 있으므로, 섭취 시 장내에서 독소를 생성하여 복통을 일으킬 수 있다. 그리고 초지를 갱신하는 기간에 원래 있던 장소에서 다른 곳으로 초지를 바꾸거나, 새로 씨앗을 뿌린 초지에 이동되거나, 농후 사료를 바꾼다더나 하는 경우에도 장내 미생물은 예민하게 반응한다. 따라서 '점진적' 으로 바꿔가야 하며 환경 변화 시에는 더 자주 모니터링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말에게 농후 사료는 유해한 것인가? 물론 아니다. 양질의 초지와 영양가가 풍부한 건초로 말이 하루에 요구하는 총량을 충족시키면 좋겠지만 대부분의 말은 운동 용도로 쓰여서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또한, 임신마, 수유마, 육성마, 씨수말 등 말들도 용도에 따른 하루에 필요한 총에너지는 적절히 공급받아야 체중을 유지하고 힘을 낸다.
따라서, 산통이 완치되고 후속 건강검사에 문제가 없다면 말의 요구량에 맞는 사료를 점진적으로 늘리며 조금씩 자주 급여하며 관리를 하는 것이 핵심 포인트다. 거기에 충분한 물의 공급과 양질의 건초 역시 산통 예방에 필수적인 요소이니, 사료가 무조건 원인 제공자라고 보는 포인트보다는 보다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겠다.
산통에 걸리면 운동을 시켜야 하나요?
산통에 걸린 말이 있을 때, 관리자가 수의사를 기다리면서 하는 처치 중에는 운동이 있다. 보통은 말이 보행하면서 뱃속의 내장의 운동성을 자극시키기 위해서며 구르면서 생기는 부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경미한 산통은 30분~1시간 정도의 가벼운 손끌기 운동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너무 많이 걸으면 말이 탈진할 수 있어서 주의해야 한다. 특히 손끌기 이상의 속보나 구보 같은 격렬한 운동은 탈진을 일으켜서 체액과 에너지가 필요한 상황에서 오히려 장운동성을 저하시킨다. 따라서 말이 지칠 만큼의 공격적인 운동을 시키면 안 된다.
수의사가 오기 전까지 하면 안 되는 것
일단 산통 증상을 확인한 후 수의사가 올 때까지는 물을 포함한 음식물에 접근하지 않게 해야 한다. 말의 위는 크기가 작아 일정량을 넘으면 파열될 위험이 있다. 산통이 심하더라도 어떤 말은 여전히 먹으려고 하며, 심지어 진통을 위해 폭식을 하기도 하기 때문에 일단 음식물과의 접근은 막는다. 또한 수의사의 승인 없이 진통제를 과다하게 투여하면 안 된다. 진통제에 반응을 하지 않는다면, 약을 충분히 사용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 약이 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상태이다. 과다 복용으로 통증이 더 제어되는 것도 아니며, 위궤양, 대장염, 신장 문제를 추후 일으킬 수 있다. 관장제의 사용 역시 직장이 찢어지며 2차 복막염의 위험이 있다.
수의사가 오기 전까지 해야 하는 것
통증의 양상, 행동의 변화, 말의 오줌과 똥의 상태, 심박수와 호흡수, 최근의 급식 및 환경 변화, 최근의 진료 및 구충 내역, 따른 질환의 유무 등은 원인 판단에 중요한 정보가 되므로 미리 체크해 본다. 또한 트레일러 수배를 통해서, 긴급한 경우 말을 운송시킬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하며, 말이 산통인지 아닌지 의심이 될 때는 일단 수의사의 상담이 필요하다. 또한 말마다 겉으로 보이는 통증 양상과 실제 상태는 다를 수 있기에,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의심이 될 때에는 빠르게 수의사의 상담과 진료를 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