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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란 Oct 30. 2024

뮤지컬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

깔깔극인데 내용은 울컥할 만큼 야무지게 알차서, 남녀노소에게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는 창작뮤.

그 중 자꾸만 찾아듣게 되는 넘버. 적어도 내게 뮤지컬 쿠로이는 힐링극이다.


막연한 믿음   


해웅

안 될 일, 그렇구나 안 될 일이었구나

근데 그거 되게 서운한 말이야


옥희

서운한 말?


해웅

응, 될 일이 들으면 되게 서운한 말이래

우리 형이 그러더라고

해도 해도 안 돼서 멈출 때

방법이 없어 두리번거릴 때

내가 어디 서있는지 알 수 없을 때

될 일이 답답해하며 하는 말

될 일이 이러고 있는 우릴 보면 이렇게 말할거래


멈춘 그 자리에서 한 걸음

서있는 그 방향에서 다시 한 걸음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을 때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만 걸으면

바로 거기 내가 거기 있어


안녕, 난 될 일이야!


옥희

포기하지 말라는 말을 참 어렵게도 한다


해웅

그치, 우리 형이 좀 그래


옥희

근데 영원히 안 되는 일도 있잖아


해웅

그렇지, 그럴 땐

그냥 막연한 믿음

지금보단 좋아질 거란 상상

내가 가는 길이 맞다는 확신

언젠간 될 거란 희망


그냥 막연한 믿음

빛 한 점 없는 어둠을 밝히고

절망 속에서도 길을 만드는 힘

눈을 감아도 보이는 세상


이건 세상을 보는 다른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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