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관이 되기 위한 교육을 받았다. 강사님이 말씀하길, 요즘 애들은 스터디 꾸려서 공장형 면접 연습을 하고 공장형 자소서를 만든다고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자소서는 항상 자신이 팀리더였고, 이탈하는 팀원과의 갈등을 중재해서, 1등을 하고, 입상을 하는 쾌거를 이룬다는 스토리라고 했다.
실제 취준생 몇명을 대상으로 모의면접 실습이 있어서 그들의 자소서를 받게 되었는데, 놀랍게도 스토리가 다 유사 유형 (수상 쾌거ㅜㅜ) 이었다. 이러니 대학 입학사정관도 고등학생 생기부들을 보면 얼마나 지루할까 싶었다. 생명 동아리 들고, 대회 입상했다는 수백 개 자소서보다, 뜨개질 좋아한다는 뻘한 자소서가 얼마나 눈에 띌까 싶었다.
일론머스크는 사람 뽑을 때, 본인에게 가장 어려웠던 일과 그 해결방법을 자세히 캐묻는다고 했다. 우리도 창의성과 주체성을 평가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진학을 위해 올인해야 하는 시스템에 충실해서 면접스터디까지 마스터한 우리나라 청년에게, 인생의 가장 큰 고난에 대한 답변으로 무얼 원하는 걸까. 진학과 취업을 향한 순응적 길에서의 이탈은 나무라면서, 왜 이제야 영화 속에나 나올 법한 주체성 넘치는 기행을 기대하는 걸까?
순응적인 범생이 우리 애기들이 참 짠하다. 면접을 위한 학원까지 다니는 범생이 아이들의 최종목표인 그 기업에 입사한다 치자. 그리고 그다음은 미생의 삶이 또 시작된다. 고작 이러려고 오랜 시간 공부하고, 대학 가고, 취업하는 것일까? 애기들이 자유롭게 헤엄치는 주체적 삶은 어떻게 스스로 꾸려가는 건지, 나도 안 가본 길이라 잘 모르겠다. 한때는 그게 재정적 자유라고 생각했으나, 그것 또한 수단이지 본질은 아닌 것 같다. 진짜로 주체적인 삶을 사는 사람, 어떻게 커 왔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 방법이 참 궁금하다.
좋은 면접관이란 지원자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질문으로서 지원자를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적절한 질문을 한다는 것도 센스있고 사려깊게 사람을 이해해야 하기에,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실감했다. 내가 좋은 질문을 하는 유형의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나에게 주체성이 있다면, 점점 더 그런 사람, 따뜻한 사람으로 변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