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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말 감기, 초기에 잡는 법

제주마 관계자에게 전하는 말 건강레터 '월간 말톡' 1호지

by 말자까

말 건강레터 ‘말톡(Horse Talk)’은 말관계자가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을 사전 접수 후, 답변을 자체 제작하여, 매월 건강레터 형태로 발송할 예정입니다. 이번 말톡 1호는, 올 봄에 유독 심했던 호흡기 질환 (감기)에 관한 내용입니다. 월간 ‘말톡’이 제주말 관계자 분들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점점 독해지는 감기..독감..코로나


이번 환절기에는 독감과 코로나에 걸린 사람들이 유난히 많았다. 일반 감기도 예전보다 훨씬 독해졌다고 한다. 특히 이번 감기는, 전염력이 강력하니 마스크를 꼭 끼고, 손소독도 잘 하며 다니라고 한다. 누구나 대부분 한번 이상은 앓아본 감기, 과연 제주말들도 사람처럼 감기에 잘 걸릴까?


제주말도 감기에 걸릴까?


올해는 제주경마장에도 유독 감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제주경마장은 연간 약 6,000두의 경주마가 입사한다. 이 중 평균 30% 정도가 1회 이상의 진료 경력이 있고, 2024년 기준 연간 진료건수는 약 3,500건이다. 그 중 호흡기 질환은 약 400건으로 전체 진료의 약 11% 정도에 이른다.


그런데 올해는 호흡기 질환 건수가 작년보다 유독 크게 늘어났다. 2025년 월별 호흡기 질환 건수를 따로 떼어보면, 2025년 1월은 총 19건, 2월은 총 25건, 3월은 136건으로 진료건수가 폭증하고 있다. 오늘 (4.24) 기점으로 4월 역시 이미 132건을 넘었다. 도대체 왜 올 봄 시즌에 감기가 이렇게 많아졌을까?

왜 봄에 잘 걸리는 거야?


감기는 주로 일교차가 큰 환절기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갈 때,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갈 때)에 잘 걸린다. 왜냐하면 낮밤의 기온차가 크면 면역 체계가 약해져서 감염에 취약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온이 급격하게 변하고, 특히 습도가 감소하면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져서 바이러스의 생존 기간이 길어진다.


거기에, 환기가 안되는 마방에 있거나, 일교차가 큰 날에 훈련을 하며 땀을 흘리다 보면 체온 조절이 어렵다 보니 더더욱 면역력이 떨어진다. 사람도 감기가 걸리면 정상적인 활동을 하는데 힘이 드는데, 거친 숨을 쉬며 전력 운동을 해야 하는 경주마가 감기에 걸리면 당연히 운동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콧물 말고 다른 증상도 많아


보통 한쪽 코나 양쪽 코에 투명하거나 누런 콧물이 보일 때 병원에 진료를 의뢰한다. 하지만, 콧물 증상 말고도 체온이 올라가기도 하며, 기운이 없고, 밥을 잘 먹지 않기도 한다. 따라서, 코주둥이가 지저분하거나 누런 콧물이 보이지 않더라도, 말이 평소보다 활력이 없고, 조교 능력이 떨어져도 감기 증상 중의 일부일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항상 염두해야 한다.


감기가 아닐 수도 있다

내시경 검사를 통해서 코 안을 살펴보면, 조금 더 정확한 병명을 찾을 수 있다. 누런 콧물은 코 안에만 있을 수도 있고(비염), 목구멍이 부을 수도 있고(인후염), 얼굴뼈의 빈 공간 안에 농이 차 있을 수도 있고(부비동염, 사람의 축농증), 말의 긴 목 안에 있는 기도(기관염, 기관지염) 안에 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폐 안에서 시작될 수도 있다(폐렴).


증상의 근원을 찾지 못한 채, 짧은 주기의 약을 간헐적으로 맞다 보면, 오히려 내성이 생겨서 나중에 치료가 훨씬 어려워질 수 도 있다. 따라서, 증상이 유독 심하고, 치료에 반응이 없으며, 재발이 잦은 말은, 정밀진단을 해서 그에 맞는 최적의 치료를 찾는 것을 권장한다.


부비동염(Sinusitis)

말 머리뼈 안에는 여러 개의 공기가 찬 빈 공간들이 있는데, 이 곳에 고름이 차는 질환이 부비동염이다.이 경우에는 주로 한쪽에만 누런 콧물이 보이는 경우가 많다. 방사선 촬영 등의 정밀진단을 하며, 약물 치료가 안되고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기관지염 / 폐렴

염증이 단순히 목과 코에 존재하는 경미한 상부호흡기 질환이 아니고, 목구멍 뒤에 공기가 들어가는 통로인 기관(trachea), 기관지(bronchi) 안에 농이 고여 있거나, 몸통 안에 있는 폐에서부터 염증이 시작되는 폐렴이어도, 처음에는 감기로 오인할 수 있다. 이 때는 전신 증상이 더 심하며. 정밀진단과 원인균 검사를 하는 것이 우선이다.


감기가 잘 치료되는 약은?

감기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는 다양하고, 해마다 변이가 많아서 완전한 예방백신은 없다. 하지만, 정기접종 백신 (말 인플루엔자, 선역, 일본뇌염)을 전염병을 예방할 수 있으므로 적기의 접종이 필수적이다. 호흡기 질환 및 씨암말의 유산에 관여하는 말비강폐렴 백신 역시 접종이 권장된다.


경미한 감기의 치료는 대증요법 (진통제, 소염제)으로 시작한다. 말의 호흡기점막에 수분을 주는 네뷸라이저 치료 (코에 기계를 씌워서 약제를 흡입하게 하는 방식)도 좋은 치료법이다.

2차 감염으로 세균이 침투하는 경우를 예방하기 위해서 항생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2024년도 제주경마장 동물병원에 오는 호흡기 질환 말들의 콧물을 채취해서 세균 검사를 해본 결과, 연쇄상구균이 47% 검출되었다.)


만약. 경주의 출주주기를 위해서 임의적으로 약을 끊거나 시작하는 것을 반복한다면, 오히려 세균의 내성을 길러서 치료가 훨씬 더딜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약제의 성분에 따라 출주금지기간이 각기 다른데, 이것은 약효와는 전혀 상관이 없으며, 증상에 걸맞는 약제의 선택이 조기치료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

감기의 예방, 이렇게 해보자

첫째, 증상이 시작된 된 말의 격리

보통 마사의 끝방이나 외부 방목장에 풀어놓는다 해도, 그와 맞닿은 방목장에 있는 말에게 옮는 일이 다반사다. 따라서, 동선을 고려한 철저한 격리가 우선이다.


둘째. 환기가 잘되는 환경과 먼지 제거

제주경마장은 마방 창문이 높아서 마방 내의 환기가 잘 되지 않는 편이다. 특히 신마는 스트레스와 환경 변화로 밀폐된 공간에서 더 면역력에 취약하다. 따라서, 먼지제거, 마분 제거, 환기팬 가동, 방목지 활용 등으로 건조하고 통풍이 잘 되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감기 예방에 중요하다.


셋째, 마사와 마장구 소독

감기가 유행하는 시즌에는 특히, 재갈, 고삐, 마방 문고리, 사료통, 물통을 더 자주 세척하고, 소독제를 활용하여 마사를 청결하게 유지해야 연쇄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 관리자의 신발, 장갑, 마구 등의 주기적 소독 역시 필요하다.


넷째, 스트레스 관리

감기 증상이 완화되어도 충분히 쉴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하며, 깨끗한 물과 전해질 보충이 도움이 된다. 일교차가 큰 날이나 조교 강도가 센 날은 말의 개체별 컨디션을 체크하며 활력, 식욕, 체온, 기침, 콧물의 유무를 보다 면밀히 살펴야 한다.


결 론


제주말의 호흡기 질환은 더러브렛에 비하면, 가벼운 감기 증상 정도로 지나가는 경우가 비교적 더 많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감기 바이러스의 전염력과 임상 증상은 해가 갈수록 더 강해지는 것으로 보인다. 경주마에게 컨디션 조절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감기가 한번 오면 다른 말들에게 감염이 될 뿐 아니라, 치료와 휴양시간 까지 소요되므로, 감기를 예방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 아울러, 생산농가의 모든 말에 대한 철저한 백신 접종관리도 필수적이다. 이번 건강레터를 통해서, 제주말의 호흡기 질환이 잘 예방되어서, 조교사와 마주에게 이익이 되고, 제주말도 더 건강하게 경주에 임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작성자 : 김아람 (제주경마공원 부속동물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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