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말 관계자에게 전하는 월간 말톡 (Horse Talk) 2호지
요즘 동물병원에서 자주 듣는 말 중 하나가 바로 이것입니다.
“사료를 줘도 하루 종일 깨작거리기만 해요.” “살이 빠져서 걱정이에요.” “경주 전후로는 밥을 거의 안 먹어요.”
많은 말 주인과 관리자분들이 말의 ‘식욕부진’과 ‘체중감소’를 호소합니다. 살이 안 찌는 요인은 매우 다양합니다. 내부기생충 때문에 살이 빠질 수도 있고, 이빨이 아파서 밥을 잘 못 먹어서 살이 빠질 수도 있습니다. 또는 만성 장염 등의 다양한 내과적인 문제로 살이 빠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원인 뒤에 생각보다 자주 숨어 있는 원인이 있습니다. 바로 ‘위궤양’입니다.
말은 왜 위궤양에 잘 걸릴까?
제주경마공원 안에 입사해서 경주를 준비하는 말은 약 500여 두가 있으며, 이 말들은 월 1~2회 경주에 출전합니다. 경주를 뛰기 위해서는 매일같이 계획된 조교를 하며 몸을 단련하며, 운동 외의 시간은 주로 각자의 마방 안에서 휴식을 취합니다.
그렇다면 경주마가 경마장 안으로 들어오기 전에는 어떤 환경에 있었을까요? 제주 각지에는 많은 제주말 목장이 있고, 그 농가에서 제주말이 태어나고 자랍니다. 망아지가 갓 태어나면 어미젖만을 먹고살다가 대략 6개월이 되면 풀을 주로 먹으며, 추가적인 사료를 먹으며 성장합니다. 넓은 초지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어슬렁거리며 자유롭게 풀을 뜯어먹으며 살다가, 약 2세가 되어서 경주마가 되면 경마장 안으로 들어와서 본격적인 훈련과 단체생활을 시작합니다.
물론 훈련은 점진적이고, 다양한 사료와 건초로 충분히 영양을 공급합니다. 하지만 사람보다 성격이 예민한 말은, 환경변화와 훈련 만으로도 스트레스를 유독 많이 받기도 합니다. 스트레스는 위궤양을 잘 일으키고, 그 결과 식욕부진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경주마는 특히 위궤양에 취약합니다. 위궤양에 대한 여러 논문에 다르면 더러브렛 경주마의 대부분 (약 86~100%)이 관찰됩니다. 왜 그럴까요? 그 이유는 바로 환경 변화, 스트레스, 고강도 훈련, 그리고 급식 방식에 있습니다.
주요 원인
‣ 고강도 운동 : 복부 압력 증가로 위산이 위 상부까지 역류하여 점막 자극
‣ 환경 스트레스 : 좁은 마방, 잦은 이동, 격리, 낯선 환경
‣ 약물 사용 :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를 오래 사용 시 위점막이 손상됨
‣ 급식 : 식사 간격이 길거나 곡물 위주의 사료 급식은 위산을 중화하기 어려움
식욕부진, 그냥 입맛 문제일까?
실제로 제주경마장 동물병원의 진료현황을 보면 연간 진료건수 중 약 6% 이상이 식욕부진으로 내원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영양제 (비타민, 아미노산 성분) 주사로 투약을 하지만, 이건 말하자면 일시적 대증요법일 뿐 근본적인 치료가 될 수 없습니다.
이런 증상이 있으면 위궤양을 위심하세요.
밥을 깨작거리거나 사료만 남긴다.
훈련이나 경주 전후에 식욕이 떨어진다.
평소보다 살이 빠졌다.
행동이 예민해지고, 운동 능력이 떨어졌다.
치료와 관리 : 영양제보다 중요한 것
그렇다면 치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 정확한 진단이 정확한 치료를 위해 필수적입니다. 내시경 검사를 통해 식욕부진의 원인이 위궤양인지 감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위 안의 어떤 부분이 궤양이 생기는지 확인하고, 그를 고려한 진단과 치료법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1. 약물치료
위산을 감소시켜 주는 약물 (약명: 앱가드, 성분: 오메프라졸)이 가장 널리 쓰이고 효과가 크다고 보고되어 있습니다. 이 약은 구충제처럼 짜먹이는 형태이며 최소 2주 이상 먹이는 것이 권장됩니다.
2. 스트레스 완화 환경 만들기
야외 패독 방목 시간 확대
규칙적인 훈련 루틴 유지
마방 교체 최소화, 친숙한 말과 시야 확보
바닥 깔짚을 청결히 관리
3. 급식 전략 바꾸기
급식은 소량씩 자주 줘서 공복시간 최소화
곡물 사료는 건초와 같이 급여
건초는 자유급식 추천
알팔파는 칼슘이 풍부하여 위산 중화에 효과적
4. 훈련도 ‘위 건강’에 맞추기
운동 전 공복 상태 지양
매일 15~25분간 중간 수준의 운동강도 유지 (혈중젖산농도 2.5~4 mmol/l)
5. 가장 강력한 치료법 : 초지 휴양
넓은 초지에서 마음껏 풀을 뜯고 자유롭게 뛰놀 수 있는 생산목장으로의 휴양은 스트레스를 없애는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실제로 ‘휴양 나갔다 온 말이 살이 확 붙었다’는 말은 현장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결 론 : 조기발견과 일상관리가 핵심
경주마는 운동선수입니다. 최고의 성과를 위해서는 말이 건강해야 하며, 건강의 중심에는 바로 ‘위’가 있습니다. 제주마는 더러브렛에 비해 덜 예민한 성격을 가지고 있고, 근처에 생산목장이 있기에, 육지에 비해서 휴양이 자유로운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경마장 안에서 위궤양을 예방•관리하기 위한 말관계자와 수의사의 여러 가지 노력을 덧붙인다면, 보다 효과적인 예방이 가능합니다. 제주말 관계자 여러분의 말이 더 건강하고 오래 뛰며 기량을 발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작성자: 김아람 (제주경마공원 부속동물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