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 짓

by 말자까

논문을 쓰고 있다. 참 오랫동안 지속되던 학업의 마무리를 올해는 정녕 꼭 짓고 싶다. 그런데 자꾸 문제가 생긴다. 희안한게 집중할 때가 되면 그만큼 딴 짓을 심하게 하고 싶다. 나이가 들어서 집중력이 저하된 건지 정말 하고 싶지 않아서 이러고 있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청개구리같은 내 마음은 부담감 때문일까. 아니면 재미가 없어서일까. 아니면 너무 어려워서일까. 학창 시절에야 주위에서 누군가 압박하고 시간에 쫒겨서 했었는데, 요즘은 스스로 떠밀다가도 도망가며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하는 꼴이, 내 본체는 어지간히 수동적인 사람이었구나 싶다. 참고논문을 찾다 보면 그쪽 주제를 쫒다가 갈 길을 잃고, 영작을 어떻게 하나 싶어서 다른 논문을 찾아보면 정작 문장이 아니고, 다른 그래프와 통계 방법에 꽃혀서 또 갈 길을 잃는다. 가뜩이나 집중하는 시간도 짧은데 그 시간의 대부분을 길을 잃고 헤메다가 문득 내 원고로 돌아오면 초라하고 부족하기 짝이 없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답답하다. 그러다 또 딴짓을 한다. 집안 일이나 다른 업무의 방해라면 핑계라도 대겠는데, 조용한 새벽에도 나 혼자 이리저리 박치기 하다가 잠만 늦게 자고 다음날 헤롱거리는 상황이 참으로 웃프다. 어쩔 수 없다. 그냥 시간으로 쪼으는 수 밖에. 이번 학기는 일단 등록하고, 데드라인을 스스로 정해야 어떻게든 결론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솔직히 두렵다. 수많은 논문의 저자들은 다 나 같은 번뇌를 거치는 것일까. 영작이 자유롭다면 이 압박이 조금은 편해졌을까. 이러든 저러든 이제 오랜 기간 동안 끊겼다 이어왔다 지속했던 여러번의 실험계획과 본실험도 마치고 (물론 버린 실험이 훨씬 많지만..), 지리한 엑셀 작업도 마치고, 통계 도움도 마치고, 그저 정리해서 잘 표현하면 된다. 내 머리와 손만 일하면 된다. 이제 10년이 넘었다. 드디어 나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왔다. 겨우 얻은 기회를 놓치지 말고 감사히 잘 가져가기를 바라는 다짐으로 공표 겸 딴짓 겸 잠시 이 곳에 와서 끄적대고 있다. 오늘 밤 다시 MS 워드 속 작문의 세계로.. 부디 이번에는 새지 말고 깊게 일자로 가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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