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내가 과연 가당할까
뭐든 시작하고 싶고, 실천해야 할 것 같은 의지가 가장 충만한 새해인 1월이다.
나는 2022년 '거절 당하기 프로젝트'를 감히 시작해 보기로 했다.
한달에 한번 이상 나는 타인에게 거절을 당해볼 것이다.
흠.. 어떤 거절을 당해야 하지? 곰곰히 생각해도 잘 떠오르지가 않는다. 사실 거절 당하는 상황 자체만 해도 워낙 두렵다 보니, 거절할 상황을 생각한다는 자체가 어렵다. 나에게 새해에 하고 싶은 일을 적으라 하면 한가득인데, 거절 당하고 싶은 일은 정말이지 머리를 쥐어 짜도 하나도 없다. 아. 그렇구나. 나는 살면서 내가 거절 당할 일을 시도해본 것은 커녕, 이런 일을 생각 조차 안해봤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객관적으로 최대한 냉정하게 생각해 보았다.
타인에게 말하기를 어려워하는 나.
- 유년 시절 우리 집은 대화가 적었고 나는 내 생각을 표현하는 것에 서툴렀으며, 그런 상태로 나는 어른이 되어버렸다. 발표할 때 내가 유난히 목소리가 떨리는 것을 알고서는 더더욱 여러사람 앞에서 목소리 내는 것을 피했다. 직장에서는 윗사람에게 내 마음과 의견을 표현하는 것 보다는 시키는 일을 수동적으로 하는 것에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으로 살아왔다. 사고 자체를 안만드니깐 굳이 지적을 받지는 않아왔지만, 살면서 생기는 큰 갈등 상황을 직면해보니 그저 도망가고 피하고 애꿎은 내 자신만 꾸짖어대는 내가 답답하고 억울하고 고치고 싶을 때도 있었다.
좋은 사람으로만 보이고 싶은 나.
- 특히 나는 다른 사람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다. 내가 손해보고 불편한게 마음이 편하고, 밖으로 보이는 나는 사람 좋은 사람, 너그러운 사람 으로 평가받고 싶다. 까칠하고 소심한 나의 면은 꽁꽁 숨기고 나는 그냥 타인에게 좋은 사람으로만 비추어지고 싶고, 일정 부분 그렇게 연기하면서 살고 있다. 살면서 생긴 안 좋은 경험이 있어서 내가 타인에게 나쁜 면을 보이면 왕따 당할 것도 같고, 사람들이 뒤로는 나를 피할 것 같은 일종의 후천적 피해의식도 사실 있다는 걸 부정할 수 없다. 여튼 남이 나를 안좋게 보는게 나는 너무 두렵고 피하고 싶다.
흔히 말하는 진상 짓을 정말 못하는 나.
- 무언가를 요구하는 것이 어렵다. 내 생각을 표현하는 걸 안하고 살다 보니깐 부탁하는 것이 어렵다. 가족과 친구에게도 부탁을 편하게 하지 못하는 편이다. 자기 질책은 세상 잘하는 완벽주의이면서도 타인에게는 끝도 없이 눈치를 본다. 하물며 타인에게 무언가를 요구한다는 것? 그러다 보니 내가 모르는 남에게 일종의 진상 질문을 내가 먼저 한다는 것은 세상이지 내기준 가장 높은 허들이다.
내 권리를 잘 말하지 못하고 그냥 담기만 하는 나.
- 식당에 가면 종업원을 부르는 것을 하지 못하고 끝까지 참는 편이다. 물건을 살 때 깎아달라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질 못한다. 공공 장소나 상점에서 무언가 계산이 잘못되거나 착오가 있으면 그냥 따지는게 불편해서 운이 나빴네 하고 감수하고 만다. 한마디로 나는 용기가 없다. 누구에게는 별 것 아닌 일인데 왜이리 답답하게 살까 하겠지만, 정말이지 내가 사실 모든 일에 이런 사람은 아닌데 유난하게 남과의 소통에서는 한없이 작아지는 사람이다. 내 밥벌이 하며 애 키우며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용기없음과 눈치보기 카테고리로 들어가보니 맙소사 사실 나는 낙제 점수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여기까지 한번 나를 최대한 냉정하게 표현해보았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는 이 글이 도무지 이해가 안갈런지? 아니면 나도 이런 적 있어 하고 공감할 포인트가 있을런지 모르겠다. 공감하는 사람이 있다면, 지금 내가 거절 프로젝트를 내스스로 하겠다는 결심이 얼마나 나에게는 큰 결단인지 알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가상 체험하듯 이런 성격의 나로 감정이입한 후에, 과연 그녀가 고심 끝에 생각해낸 첫번째 달의 세가지 질문이 도대체 무엇인지 한번 같이 느끼면 좋겠다.
이런 내가 과연 1월의 거절당하기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