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면 나타나는 많고 많은 방송사 시상식에 나는 꽤 무심한 편이다. 매체를 잘 보지 않기 때문에 잘 알지 못하는 작품들이 대다수이니, 공감대가 없어서 감동이 잘 오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뮤지컬계의 유일한 시상식인 한국뮤지컬어워즈 역시 사실 나에게는 비슷한 느낌이었다. 내가 소극장에서 사랑한 뮤지컬은 대부분 후보에 오르지 않아 왔기 때문이다. 다만, 싱싱한 축하공연을 보는 것이 꽤 희소가치가 있었다. 그래서, 오직 안방 1열 축공 직관을 위해서 슬슬 한뮤어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올해는 시상 중간에 하는 축하공연에 '어쩌면 해피엔딩'도 있고 '난쟁이들'도 있고 '앤'도 있고 '펜레터'도 있고, 심지어 이번에는 소극장 창작뮤지컬 작품 몇 편도 여러 후보에 있다고 하여 내심 기대하며 찾아보게 되었다.
뮤지컬은 어떻게 보면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 중 하나의 작은 줄기 같지만, 사실 하나라고 말하기엔 조금 애매하다. 규모에 따라서, 제작자에 따라서, 극장에 따라서, 장르에 따라서, 등등 여러 요소에 따라 전혀 결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말(horse)이 가는 동물병원과 개(dog)가 가는 동물병원이 전혀 다르지만 동물병원이라고 이름은 같이 부르는 것과 같다. 그런데 이번 '한국뮤지컬어워즈'를 보니, 일개 소극장 뮤덕구 시점으로는, 이 판의 모든 배우들이 함께 모여 즐기는 그런 공간은 아닌 것을 또 한 번 느꼈다.
그러니 어워즈의 조각조각만 공감을 할 수 있었다. 이 업계를 잘 몰라서 이렇게 느꼈을 수도 있다. 소극장 뮤덕인 내 기준에, 이 행사 무대와 객석에는 대학로에서 늘 활동하는 많은 배우와 작품들은 대부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여우조연상 한보라 배우의 벅찬 눈물과 수상소감, 남우조연상 정원영 배우의 익살스러우면서도 진심 어린 소감이 왠지 더 특별하고 마음 아리게 다가왔다.
오히려 조금 그리워졌다. 올해 배우들이 죽도록 사랑하면서 임했던 작품, 올해 뮤덕들이 죽도록 사랑하면서 회전 돌았던 작품을 함께 나누는 자리는 어디 있을까 하는 생각에 조금, 아니 많이 아쉬워졌다. 차라리 다른 평가 기준의 시상식이 별개로 있으면 어떨까. 작지만 새로웠던 초연 창작극, 흥행은 덜했지만 배우가 캐릭터에 찰떡이었던 창작극, 넘버가 주옥같았던 창작극 등등 다양한 요소를 품을 수 있는 평가 기준으로, 그저 축제처럼 한 해를 추억할 수 있는 공식적인 자리를 바라는 게 정녕 환상일까.
상을 받는다는 것, 공식적으로 축하받는다는 것, 수상소감을 통해 감사함을 표현한다는 것, 그걸 얼마나 기다렸으며, 얼마나 큰 삶의 원동력이 되는지 나는 사실 잘 가늠하지 못했다. 그런데, 환희의 눈물이 터져 나오는 배우들의 마음이 화면을 뚫고 느껴지고, 객석에서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동료들을 보니 덩달아 기쁘면서도, 뭔가 더 알려주고 싶었다. 비록, 보이지 않더라도, 다수가 따르지 않더라도, 찐 관객들은 당신으로부터 말미암아 큰 위로를 받고, 또 힘을 받으며 현생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냥 그깟 어워즈 수백 개 뽑아서, 극을 만들고 전달하는 것에 그저 진심인 모든 분들에게 한 명 한 명 다 안겨주고 싶다.
덧) 뮤지컬 '비하인드더문' 최애 넘버 '나에게 지구인 너' 가사 일부
나에겐 지구인 너
중력으로 나를 잡아줬어
너로 인해 흔들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어.
이제 평범한 우리의 날들 속에서, 별처럼 작고 반짝이는 순간들은 함께하자.
다신 손을 뻗어도 닿을 수 없는 달을 향해 가겠다고
너의 손을 놓지 않아.
나에겐 지구인 너
중력으로 나를 잡아줬어. 너로 인해 흔들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어.
그런 너와 함께 하고 싶어.
여기, 지구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