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10. 공개구인

에필로그

by 말자까

이렇게 나는 3달간 9개의 거절당하기 미션을 시도해 보았다. 브런치북 발간 여부에 상관 없이 나는 다음 달에도 그 다음달에도 거절당하기 미션을 포스팅할 것이고, 여지없이 월초에 책상 앞에 3개의 미션을 붙여놓을 것이며 월말에 결과를 포스팅할 예정이다. 이제 별 수 없다. 글이 수정도 안되게 책을 내버렸으니 이제 낙장불입이다.


현재까지 거절을 당해보면서 내가 느끼게 된 나의 변화를 정리해본다.


그래 다를 수도 있지


나는 고정관념이 세다. 내 생각이 맞다고 자꾸 생각한다. 그런데 거절을 당하다 보니 내 생각대로 거절당하지 않는다. 의외로 굴러가는 답이 더 많았다. 내가 거절을 당할꺼라는 생각을 교정해야 하는 것이었다. 다를 수도 있다. 고정관념이 센 사람은 남이 아무리 이야기해도 쉽사리 들어먹히지가 않는다. 그런 나도 내가 경험하다 보니깐 타인의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내 생각이 맞지 않을 수 있다는 것 (당연한데 왜 몰랐니!!) 을 가장 쉽게 납득할 수 있었다. 왜? 내가 스스로 만들고 내가 스스로 받은 답이니깐.


내가 만든 만큼의 용기


거절당하기의 범위도 내가 설정한다. 내가 용기를 낸 만큼 정확히 내가 받았다. 나는 남들이 나 때문에 시간 버리고 피해 받을까봐 의견을 내지 않았다. 타인의 거절은 또 내가 과도하게 크게 받아들여서 두번 다시 남을 건드리지 말고 그냥 침묵이 최고다라는 모드로 꽁꽁 숨은 채 살아왔다. 다소 방어적인 내가 스스로 움츠린 몸을 펴고 다시 남에게 의견을 내보내려니 죽을 맛이었다. 너무 어렵고 도망가고 싶었다. 하지만 내 스스로 낸 용기는 피해의식이 덮여 있던 나의 겉꺼풀을 조금씩 벗겼다. 막상 거절 당해보니 그렇게 상처가 되지도 않았다. 내가 생각한 만큼 남한테 막대한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었다. 심지어 이롭게 되는 일도 있었다. 내가 만든 만큼의 용기를 나는 정확하게 받고있다.


생각의 확장


내 삶의 영역이 아니었다. 타인에게 질문을 먼저 하기 전까지는. 익숙한 곳에서 나 혼자 사는게 편했고, 남에게 관심도 많지 않았다. 그런데 거절을 당하기 위해 이런 저런 아이디어를 짜다 보니, 내 안에 저 구석에 있던 숨은 마음들을 보게 되었다. 아 맞다 나 글쓰기를 하고 싶었지. 아 맞다 나 이 분 만나고 싶었지. 아 맞다 이런 세상이 되기를 바랬지. 처음에는 밥 사주세요. 돈 빌려주세요. 같은 부탁을 해 보며 얼어붙어 있는 내 입이 떨어지게 만들어서 연습을 했고, 그 다음은 그것을 틀로 삼아서 내 안에서 들어 앉아만 있던 생각들을 표현하게 되었다. 그렇게 생각은 조금씩 확장되었다.


제안


요즘은 비대면으로 온라인을 통해서 관심사 하나로 바로 팀이 될 수 있다. 플랫폼은 차고 넘친다. 나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아 장님을 모방하며 거절 당하기 미션을 하고 깨달아 가고 있는데, 이 세상에 다른 사람도 안 그래봤겠는가? 아마 수많은 사람들도 나처럼 시도해 보았을 것이다. 각자의 깨달음이 있었을 것이다. 나보다 훨씬 더 멋진 거절을 당해보고 훨씬 더 변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아지지 않아서 그 힘을 확실하게 알지 못할 뿐이다. 나는 현재 나의 이 책이 누군가의 마음에 닿는다면, 그 분도 함께 할 수 있는 공유의 공간이 존재했으면 좋겠다. 일종의 하나의 플랫폼에서 서로가 알려주고 공유하며 발전하는 것이다. 서로가 각자의 거절당하기 미션을 설정하고, 미션을 클리어하는 과정을 공유하고 응원하는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나비효과가 아닐까 생각이 된다. 여럿이 가는게 무조건 큰 힘이 된다는 것은 자명하다. 클래스 101이든 어디든 이 컨텐츠가 영상이 되든 아이템이 되든 하나의 자기개발 미션 컨텐츠로서 조금 더 멋진 '거절실패의 확장 공간' 이 탄생하면 너무나 좋겠다. 그렇게 거절당하기 미션도 마치 새벽 기상이나 매일 운동같이 하나의 대중적인 공감의 컨텐츠가 되어서 나 같은 이 세상의 소심이가 슬며시 찾아올 수 있는 무언가가 된다면 참 좋겠다.


이제 3월이다. 아직도 3월이다. 1년 중에 1분기가 고작 지났을 뿐이다. 그러므로 나는 계속 거절당하기 미션을 내 브런치에 매달 연재할 생각이다. 3개월 동안 내 삶은 엄청나게 변하........지 않았다. 솔직히 거의 변한게 없다. 거절 미션 몇개 해 봤다고 고집센 내가 완전 다른 사람이 될 리가 없다. 하지만 나는 분명히 안다. 지금 겉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내 안은 조금씩 물들어가고 있고, 거절당하기 미션을 하기 위해 열심히 뿌린 씨앗 중 하나가 기적처럼 엄청 성장해서 나의 삶의 방향키를 바꿀 수도 있겠다는 그 힘이 왠지 느껴지는 것 을.


나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다. 평범한 내가 아무도 안시켰는데도 힘든데도 굳이 이걸 하고 있다는 것은, 이게 나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고 이득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좋은 건 나누라 배웠다. 그리하여, 소통을 한번도 안해본 사람이 난생 처음 이 공간에서 슬며시 말을 걸어본다.


다음 달 부터 저와 함께 거절 당해볼 할 사람 있을까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EP 9. 별안간 발간한 첫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