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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석 Oct 02. 2020

싱어송라이터 카코포니 인터뷰

2020년 9월 7일

카코포니는 2018년 그야말로 깜짝 등장해서 음악계를 놀라게 한 싱어송라이터로 깊은 정서적, 영적인 울림이 전해지는 음악을 들려준다.

그전까지 어떤 음악적 수업도 활동도 없다 어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운명처럼 곡을 쓰고 녹음을 시작한 천재형 뮤지션이다.

데뷔 앨범 후 1년 만에 또 다시 높은 수준의 정규 2집을 발표, 한국대중음악상 팝 음반 부문에 후보에 오른다.

음악뿐 아니라 이미지, 뮤직비디오, 의상, 공연연출 등 모든 것을 스스로 컨트롤하는 보기 드문 예술가형 뮤지션이다.

카코포니는 오는 11 27() 홍대 프리즘홀에서 열리는 '프리즘 브레이크 - 아트팝 특집' 공연에 출연한다.


- 코로나 대재앙의 시대에 카코포니의 삶은 어떤가요? 올해 무엇을 계획했고 무엇을 했으며 못한 거는 어떤 건가요?

카코포니가 공연활동 전혀 없이 갑자기 곡부터 나온 애(?)라서 올 해는 공연을 제대로 해보자, 공연 잘하면 잘 풀리지 않을까? 그런 계획을 했었는데 다 취소되고 망가져서 아쉬워요.


- 올해 공연 몇 번 했어요?

한 2번 한 것 같은데요. 코로나 확산되기 전에 1월에 한 번 하고 싱어송라이터 버둥씨랑 조인트 공연하고...

공연을 못하는 대신에 저의 새 프로젝트 음반 준비를 많이 했어요. 이제 작업이 거의 끝나서 10월에 발매돼요.


- 어떤 프로젝트인가요?

기타리스트 거누씨와 같이 하는데 '문소문(聞所聞)'이라고, 소문을 듣다라는 뜻이고요,

거누씨가 카코포니 세션으로서 활동하고 있어요. 어느 날 꿈에서 좋은 기타 라인을 들었다며 들려주는데 좋아서 작업을 시작했고 처음에 EP 정도 생각했는데 곡이 쏟아져 나와 정규앨범 분량이 됐어요.


- 새로 이름을 붙인 프로젝트라면 기존 카코포니와 다른 색깔인가요?

장르는 포크(웃음) 기반인데 제가 이상한 짓(?)을 많이 해서 포크로 인정받을지는 모르겠어요.


- 전자음이 많이 들어가는 포크트로니카 같은 건가요?

제가 장르에 대해 잘 몰라서 모르겠어요.. 전자음도 들어가지만 어쿠스틱 기타, 클래식 기타 기반 음악예요. 변형된 포크 음악 같은...


- 그렇군요, 역시 또 기대가 많이 되네요.(웃음). 그 외에 다른 활동은요?

장편영화 음악감독을 맡아서 준비하는 게 있고, 국악과의 콜라보 제의도 있고요...

마포문화재단에서 기획한 뮤지션과 다른 분야 예술가들이 함께 무대에 올라 공연하는 게 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사전 녹화 후 영상 송출로 대체될 것 같아요. 카코포니는 미술가 한 분과 같이 해요. 제가 노래 부르고 동시에 미술가는 그림 그리는 그런 형식의 무대...


- 제 생각에 카코포니 음악이 워낙 예술적이라 그런 타 장르와의 협업이 앞으로도 많을 것 같아요.

네. 다행히도 공연은 못하지만 다른 음악작업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있어서 그런 면으로는 올해 좀 풀린 것 같아요.


- 코로나 블루, 코로나 우울증은 없겠네요.

근래도 공연 못하는 건 좀 슬프고 아쉽죠.


- 데뷔후 공연을 많이 못했다고 했는데, 저는 작년 벨로주에서 열린 2집 발매 쇼케이스를 보고 속된 말로 '뻑이 갔어요'. 음반이 너무 좋았지만 무대 경험도 별로 없는 이가 이 예민하고 깊은 내면의 감정을 어떻게 공연으로 구현할까 기대와 걱정이 교차했었는데 그걸 음악과 영상, 의상과 메이크업 등 종합예술로 만들어 내는 걸 보고 '와, 이 사람 정말 대단한 예술가로구나'라고 놀랐죠.

감사합니다. 그 공연은 정말 많은 준비와 노력, 여러분들의 헌신적인 도움과 지원 때문에 가능했어요. 참여한 모든 이의 마음으로 이뤄낸 공연이었어요.



- 이미지랑 다르게 명문대 경영학 전공인데(웃음) 어떻게 된 건가요? (웃음)

입학은 자유전공으로 했고요, 원래는 영상에 흥미가 있어 전공을 언론홍보영상학과를 하려고 했는데 1학년 때 학교 방송국 PD를 하면서 수직적인 기수문화를 못 견디겠더라고요. 잘못하면 막 소리 지르게 하고(웃음)... 그래서 전공을 경영학으로 선택했어요. 성적이 괜찮으면 어떤 길을 가던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그래도 그때 방송국에서 영상 기술을 배워서 지금도 써먹고 있어요. 제 뮤직비디오 같은 데서.(웃음)


- 고시준비도 했었다는데(웃음)

제가 남들이 가치를 두는 거에 엄청 신경을 많이 쓰는 타입이라서 학교 다닐 때 성적 잘 받으려 공부도 열심히 했고요, 대학 때도 스펙 쌓으려 노력도 많이 했던 그런 사람이었어요. 남들한테 칭찬받고 싶고 우러러 보이고도 싶고. 그리고 사실 공부하는 것도 좋아해요. 그런 맥락에서 외무고시 준비를 했었는데 어느 순간 이게 다 무슨 의미가 있나? 내가 진짜 원하는 게 아닌 것 같아서 그만두게 됐어요.


- 음악을 어릴 때부터 좋아했겠지만 찾아 듣게 된 계기가 있나요?

고등학교 때 싸이월드 홈피 BGM 꾸미려고 찾게 됐죠(웃음). 그러면서 Radiohead 듣고 Queen이나 The Beatles 등 옛날 음악 듣게 되고, 너무 좋더라고요. King Crimson, Led Zeppelin도... 하나하나씩  들으니까 다른 것들이 계속 따라 나오고...


- 한국 음악보다 외국 음악을 많이 들었나 봐요.

네 고등학교 때는요. 가요는 친구들이랑 노래방 다니면서 따라 불렀는데 찾아 듣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 노래방도 다니는군요.(웃음)

네. 친구들이랑 놀 때는 그런데(웃음)... 평상시 MP3 저장돼 있는 건 많이 달랐어요. 아무도 모르는 것 듣고...


- 1집 수록곡 전곡을 뮤직비디오로 만들었잖아요. 이런 건 외국에서 Beyonce 정도는 되어야 하는 건데(웃음) 어떻게 처음부터 기획된 건가요?

아뇨, 전혀 그럴 생각이 없었고요 처음에 '로제타' '숨' 2곡만 뮤비로 만들었어요. 그런데 1집 커버 사진 찍어준 친구가 그냥 한 번 더 찍어볼래 해서 찍었는데 너무 재밌고 그게 뮤비가 된 거예요. 그렇게 재미 들려서 그때부터 1달에 한 번 꼴로 막 찍게 된 거죠(웃음). 저희는 정말 빨리 찍고 당일 편집으로 하루 만에 끝나요(웃음). 친구들이랑 작업해서 돈도 거의 안 들었고요.


- 그러다 2집은 뮤비가 한 편만 나왔는데 이제부터는 좀 심혈을 기울여서 찍기로 한 건가요?

추가로 두 편이 현재 제작 중이고요, 진작 나왔어야 하는데 마음에 안 드는 점이 있어 제작과정이 길어졌어요... 또 하나는 한국애니메이션제작협회 지원사업에 선정돼 애니메이션으로 올해 말 정도에 나올 예정이에요. 다 되면 2집에서 총 4편이 제작되는 거네요.


- 저는 1집 전곡이 뮤비로 나왔는데 2집은 한 곡만 나와서 '이 사람이 1집 뮤비에 모든 걸 갈아 넣어서 이제 환멸을 느끼나? 아니면 이렇게 분산해서 나오면 의미가 없어서 제대로 한 펀만 만드나?' 이런 생각을 했죠.

그런 건 아니고 시도를 했는데 생각보다 괜찮게 안 나와서 좀 늦어지고 있는 거죠.


- 뮤비에 대한 기대치가 많이 올라갔나요?

그런 면도 있고. 저도 큰 자본을 들여 제대로 찍고 싶은데 여건이 안되니까 기회를 기다리는 것도 있고요...



- 제가 처음에 카코포니를 보고 영향받았을 것 같은 뮤지션으로 떠올린 건 Björk이었어요. 뛰어난 영상미의 뮤비를 봐서 그랬는지도 모르지만. 근데 본인은 Björk에게 그다지 영향받은 게 없나 봐요?

제가 Björk이나 FKA Twigs랑 많이 비교되는데 사실 잘 몰랐어요. Björk을 데뷔하고 나서 처음 듣게 됐는데 너무 좋더라고요. 분위기가 비슷하다고 하는 말도 이해가 되고... 행복했어요.


- 그리고 저는, 아실지 모르겠지만 영국의 아트팝 뮤지션 Kate Bush도 생각났어요. 오페라 수업을 받은 여성 보컬리스트인데...

아, 그래요. 한 번 찾아봐야겠네요.


- 1집이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진혼곡, 장송곡이라고 할까? 굉장히 무거운 분위기였고 상대적으로 2집은 사랑이 주제여서 그런지 온화하고 푸근해졌단 말이죠. 그럼 3집은 '문소문' 활동 때문에 조금 뒤로 미뤄지겠지만 어떤 방향으로 갈 건지 러프하게라도 정해진 게 있나요?

3집, 4집까지 곡은 이미 다 있어요... 주제도 다 정했어요.


- 와, 다작에다가 상당히 전략가네요.(웃음)

3집은 더 유해질 거예요. 어떻게 표현하면 더 진해진다고 할 수도 있고요. 아마 1집처럼 무겁고 절망적인 음악은 다시 나오지 않을 것 같아요. 그런 슬픔과 절규는 인생에 더 있어선 안 되겠죠.(웃음)


- 3집 곡 선택이 끝난 거예요?

네, 트랙리스트 나왔고요, 지금 데모 상태로 녹음돼 있고 편곡 작업과 본 녹음이 필요한 상태입니다. 제작비가 좀 들 것 같고요, 무서워서 시작을 못하고 있는 단계죠.(웃음)


- 제작비 대부분은 스튜디오 사용료로 나가나요?

스튜디오 렌탈비도 있고 믹싱 비용, 제가 구현하고자 하는 음악에 제가 할 수 없는 부분은 세션 뮤지션을 써야 하는데 세션비도 포함되고요. 3집 콘셉트가 1,2집과 다른데 바로 착수하기에는 제 역량이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문소문 하면서 실력이 좀 는 것 같아요.


- 언제 나올 수 있을까요?

빠르면 내년, 진행이 어렵다면 EP정도 내년에 나올 수도 있고.


- 1,2집을 자비 제작으로 발매했고 평가도 좋았는데 전속 계약하자는 제의는 없었나요?

저를 좋아해 주는 대표님이 계셔서 계약을 할 뻔한 회사가 하나 있었는데 그분이 독실한 크리스천예요. 근데 제 뮤비의 몇몇 파격적인 장면들에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이 분이랑 일하면 편할 수는 있겠지만 자유롭게 제 예술세계 펼치기는 힘들겠다란 생각이 들어서 안 하게 됐어요.

하지만 저는 계속 소속사에 들어가고 싶어요. 제가 혼자 모든 걸 다하기는 너무 힘들어요. 저랑 잘 맞는 회사가 나타나길 바랍니다.


- 요즘에 주로 어떤 음악을 들어요? 음악 플랫폼에서 큐레이션 해주는 거나 아니면 본인이 서칭 해요?

애플뮤직 같은 데서 뭐 듣고 있으면 추천해 주는 거 있죠, 그런 거 듣고 유사한 아티스트 있으먼 들어가 보고. 인스타그램에서 다른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거 찾아보고 그래요.


- 마지막으로 본인이 음악이나 영상 등 예술을 통해 궁극적으로 말하고 싶은 건 뭘까요?

예술가의 역할이 뭘까?라는 생각을 해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그러니까 그 일상적인 범주안에서 살잖아요. 그러다 그 바운더리를 벗어나는 일이 생기면 잠깐 슬퍼하거나 그러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고 그 감정을 길게 유지하지 않잖아요. 근데 예술가는 그 범주 밖의 것을 직접 경험하고 감정을 다 느끼고 그걸 표현해서 대중들에게 경험하게 해주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비일상적인 것들을.

근데 저 같은 경우는 그걸 상상의 나래가 아니라 진실하게, 사실 사람들이 다 겪었을 이야기를 더 깊이 들어가서 더 슬퍼하고 더 기뻐한 다음에 내놔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람들이 사실은 다 가지고 있는데 외면하거나 일부러 망각하거나 하는 감정들을 보여주겠다, 카코포니는 그런 생각으로 음악을 하는 것 같아요. 진솔하고 진정성 있는 음악을 하는 게 목표고 꿈이에요.


- 그렇군요. 오늘 인터뷰 수고하셨고요 11 27 '프리즘 브레이크 - 아트팝' 공연도 기대할게요.

네 감사합니다.


인터뷰, 정리 : 정원석(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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