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원석 Aug 18. 2020

밴드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리더 조웅 인터뷰

2020년 8월 13일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이하, 구남)'는 2005년부터 활동한 한국의 대표적 인디밴드 중 한 팀이다. 특유의 뱃놀이하듯 넘실대는 토속적인 그루브로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고 한국적인 밴드 음악이 뭐가 있는지 떠올릴 때 반드시 거론되는 독창성을 지닌 팀이다. 그동안 여러 번 멤버 변화를 겪어 리더인 조웅과 정식 멤버와 다름없는 실력파 세션 뮤지션들이 함께 하고 있다.

구남은 또 다른 대세 밴드인 '추다혜차지스'와 함께 2020년 9월 4일 '프리즘브레이크 vol.5 - 쌈장구루브'라는 공연을 앞두고 있다.


- 코로나시대 구남, 코로나시대 조웅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흐흐, 많이 쉬는 느낌이죠, 뭐.

저는 한 15년간 빡세게 활동해 왔고 많이 지치기도 해서 처음 쉬는 느낌이에요.  진작에 받아들였고 이 참에 쉬자 마음먹어서 편하게 지내고 있어요.


- 코로나 시대 뮤지션들이 흔히 겪는 멘탈이 나간다던가 그런 느낌은 안 받아요?

저는 그전에 이미 멘탈이 많이 나가서요(웃음)


- 저는 조웅 씨가 멘탈이 센 사람 같은데 (웃음)

그렇게 볼 수도 있는데(웃음), 그동안 구남에게  많은 일들이 있었잖아요. 멤버들도 많이 바뀌고 이런저런 사건도 있어서 그런 일들이 멘탈이 나가는 과정이었어요.

처음 시작해서는 공연도 정말 많이 했고 좋은 음악 만들려고 노력하느라 정신없이 지냈는데 그러다 보니 주위 돌아보지도 못했고 멤버들이 상처 받는 일도 있었고 그래서 최근 몇 년간은 많이 내려놓는 과정이었어요.

그럼에도 하던 관성이 있어서 무대 계속 섰었고 들어오는 스케줄 꼬박 다 소화했고 작년에 4집 발표해 활동해서 올 해는 좀 쉬는 바이브로 생각했는데, 속된 말로 아다리가 맞았어요.(웃음)


- 코로나 이전 원래 구남의 올해 계획은 어땠나요?

페스티벌 몇 개, 해외 활동 조금 그 정도였죠.


- 최근에 모래내 본인 작업실 한 켠에 술집이라고 해야 하나? 바라고 해야 하나? 하여튼 업소를 새로 개업했는데 상황이 어떤가요?

아시겠지만 전에도 한두 번 술집을 하다 망했었는데요(웃음) 이번엔 입장이 좀 다른 게 새로 가게를 얻은 게 아니라 있는 작업실에 차렸구요, 여기서 꼭 돈을 벌자 이런 개념보다는 최근에 제게 노동이 필요했어요.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겠더라구요. 그래서 이번에는 큰 부담 갖지 않고 쉬엄쉬엄 장사해요.


- 다행이네요(웃음). 작년 발표된 4집 '모래내판타지'는 그 전까지의 구남과는 다른 내성적이고 쓸쓸한 분위기이었는데 이런 바이브는 앞으로 구남 음악에 계속 유지되는 건가요?

그런 분위기가 제가 처한 상황과 감정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왔구요, 저는 그걸 명확하게 인식하면서 작업을 했어요. 그리고 지금 질문하신 내용이 여태까지 쭉 해왔던 얘기와 맥락이 맞는 귀결이라 생각이 드는데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인디뮤지션 생활을 한국에서 해왔는데 지금 한국 인디씬이 처한 상황이 사람을 많이 지치게 해요. 밴드도 많이 사라지고 클럽도 많이 없어지고...전체 한국음악산업은 분명 앞서 가고 많이 성장했고 지금도 성장 중인데 라이브로 밴드 음악을 보고 듣는 문화는 그렇지 않아요. 그늘이 굉장히 큰 것 같아요. 그 포지션의 사람들은 많이 지쳐요. 그게 제가 처한 씬의 안타까움이에요.

상대적으로 주변 국가들 대만, 중국, 말레이시아, 태국의 라이브 씬, 밴드 씬은 아주 싱그럽게 하고 있어요. 일본은 워낙 다른 시장이니 논외로 하자구요. 주변 동남아 국가들은 규모가 크지 않고 거기도 주류는 아니지만 아주 활기가 넘쳐요. 에너제틱히고 크리에이티브해요. 구남이 이곳저곳 다니면서 그런 걸 많이 느꼈구요 그런 곳으로 영역을 확대하려고 많이 시도하고 있어요. 그러지 않고 한국만 보고 음악 하기는 너무 힘들어요.


- 원래 질문은 다음 구남 앨범의 분위기는 어떨까요?... 였는데(웃음) 조웅 씨가 굉장히 거시적인 언급을 하는 바람에 얘기가 좀 돌았구요(웃음) 그럼 아직 다음 앨범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은 없는 건가요?

아시다시피 저희가 2007년 1집부터 우연치 않게 4년 간격으로 음반을 발매하고 있는데, 이제는 진짜 4년 텀을 유지하면서 내려고 해요. 그러면 다음 앨범은 2023년이 될 거구요. 아직 시간이 있어서 천천히 하려구요. 아마 그 전 구남의 바이브와 그루브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싶은데 아직 잘 모르겠어요. 지금은 올해 나올 조웅 솔로 앨범에 집중하고 있어요.


- 제가 조웅 씨가 이센스, XXX등이 소속돼 있는 힙합 레이블 BANA와 솔로 계약했다는 소식을 몇 년 전에 듣고 매우 놀랐어요. 그리고 전혀 결과물을 발표하지 않아 계약이 해지된 건가 의아하기도 했었는데 드디어 발표되나 보네요.

네 작업은 다 끝났고 정리만 좀 하면 낼 수 있어요. 원래 10월 예정인데 음반 내고 활동하려면 코로나 상황도 봐야 하고 해서 생각 중이에요.


- 현재 구남도 원맨 밴드인데 조웅 이름 걸고 나오는 솔로 음반은 구남하고 또 다른 스타일인가요?

네. 솔로 앨범은 세션도 없고 아예 저 혼자 다 한 음반이에요. 기타도 나일론 줄 기타를 썼고요 카세트 테이프로 녹음했어요. 지금 상황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음악이다 설명드리기는 어렵구요, 하여튼 그리 길지 않은 시간 안에 발표되니 기대해주세요.


- 지금 인터뷰하고 있는 이 모래내에서 최근 몇 년간 지내고 있고 작년 4집 앨범 제목도 '모래내판타지'이고 이 동네가 조웅 씨에게 주는 의미가 매우 큰 것 같은데 어떤가요?

처음에 아는 동생이 소개해줘 우연히 오게 됐는데 아주 편한 게 저랑 잘 맞는 거 같아요. 저는 이명박근혜 시절이 너무 싫어서 사실 이민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근데 제가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달한 서구 선진국과는 안 맞는 사람인 것 같아서 아직 덜 개발되고 상대적으로 순수함이 유지되고 있는 동남아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결국 처자식도 생기고 이민은 못 갔지만 그런 관점에서 이 동네가 저한테 맞는 거예요. 여기 계신 분들이 옛날 사람들이고 정감 있어요. 걸어 다니며 구경하면 편하고. 물론 진상 분들도 많아요. 도박하고 싸우고 그런 동네 양아치 할아버지들도 있고. 근데 그런 것조차 저의 바이브랑 맞아요. 근데 이 동네 오래 못 가요. 몇 년 안에 다 부시고 재개발될 거예요. 저는 그 부서지는 것 까지 보고 나올 생각예요.


- 마지막으로 전에 요즘 음악 많이 안 듣는다고 했던 것 같은데 그래도 새로 좋아하게 된 음악 없어요?

70년대 한국 록밴드 휘닉스의 음악이 새삼 아주 좋았어요. 죽여주더라고요.(웃음)


- 저도 다시 한번 들어봐야겠네요. 오늘 인터뷰 수고했구요 9월 4일 프리즘브레이크 공연 기대할게요.

네. 감사합니다.


인터뷰 & 정리 : 정원석 (음악평론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