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원래 없었던 거 길..
큰돈을 오랜만에 손에 쥐고 그 돈으로 가족들과 여행을 떠났다. 그것도 아주 멀~~~~~~ 리는 아니고 6시간 정도 걸리는 싱가포르로.
가기 전 신혼여행팀을 만나 아기와 해외여행의 경험을 자랑하던 부부는 흥을 타고 유모차와 휴대용 선풍기를 두 개 손에 빌려주며 잘 쓰고 오라고 했다.
무탈하게 돌아왔다.
구글맵을 믿던 반 인간 내비게이션도 마지막에 오점을 남기며 왔던 길을 돌아가는 경험까지 더해지며
'와~ 유모차 없이는 해외여행이 힘들겠구나' 싶었고 더운 나라에서 신나게 신고 다닌 조리(쪼리)로 인해 엄지발가락은 이미 말캉하다 못해 딱딱해져 누르면 아플 정도였으니 아기까지 직접 안고 갔다면......... 말 다했지 뭐.
그렇게 유용하게 사용한 유모차. 때론 가방을 싣고 이동하는 수단이 되어줬고, 쌀 한 가마니 무게로 변해가는 아기와 동행하기 딱 좋은 유모차라 인천공항에서도 200% 활용하고 집에 딱~ 도착했는데~
"이게 원래 이랬나? 이걸 빌려왔나?"
"음 아닌 거 같은데... 분명 정상적이었는데..
난감했다. 햇빛 가리는 용도의 천 녀석을 끼우는 고리 하나가 사라져 있다.
뭐 관심 없어서 얼만지도 검색하지 않고 빌려온 물건이지만 그 짧은 시간 엄청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얼마나 한다고. 똑같은 거 한대 사주지 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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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머리로는 생각하는데 차마 입으로 나오진 않았다.
와이프가 진짜 같은 걸로 사줄까 봐............;;
(이게 내 진짜 마음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정말 좋은 사람들이 빌려준 소중한 물건인데 왜 돈이란 녀석이 먼저 떠오를까.
참으로 어리석다. 아니 좀 그렇다.
그러면서도
'원래 고장 난 걸 빌려준 거 길....'
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내 모습에 나도 모르게 놀랐다.
혼자 살 때는 이런 모습이 없었던 것 같은데......
(원래 이랬을지도....)
이차저차 새로 사줘야 할 것 같다고 보냈더니 괜찮다고, 그런 거 신경 쓸 거면 빌려주지도 않았다는 매우 따뜻한 답변으로 마무리되었다.
휴..............
왜 초라해지지.... 그게 얼마나 한다고... 에잇
왜 가격도 모르는 물건에 대해 이렇게 신경 쓰고 있는 거지..?
어찌 보면 신경 쓸 것도 많은데 우리 것이라면 그냥 아무거나 사면 그만, 저깟 고리 하나 없어도 바퀴 잘 굴러가니까 그냥 쓰자 하겠지만 내 것이 아니기에 더 신경 쓸 일이 생겼다는 것 자체에 어깨가 무거웠나 보다.
여행에 부모님도 모시고 가고, 태어나 처음 해보는 엄마빠 놀이에 아기 케어까지..
기념품은커녕 아무것도 못 사 와서 인터넷으로 기념품을 사서 들고 가야 하나.. 에라이 이런 짓 말자. 그냥 소고기나 같이 즐겁게 먹자.
(내가 쓰려는 글들은 이런 일기가 아닌데 자꾸 이런 글들이 쌓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