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라 머시나-호턴, 무한한 가능성의 우주들

by Arborepeary is elsewhere

과학책을 읽을 때 가장 먼저 처음과 끝을 본다. 그곳에는 과학적 사실 너머에 과학자와 과학 그 자체에 관한 함의가 담겨 있다.





지옥의 문은 밤낮으로 열려 있고 내려가는 길은 평탄하고 수월하다. 그러나 발걸음을 돌려 명랑한 하늘을 바라보는 것. 이것이 문제이고 고된 일이다. - 베르길리우스Virgil, <이이네이스The Aene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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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나는 신이 난 척했다. 나에게 스며든 절망이, 아버지가 유배를 떠나기 전 목격할 마지막 인상으로 남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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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의 슬픔 속에서 평온이 느껴지니? 바흐는 고통과 행복이라는 모순된 감정과 인간의 본질을 굉장히 잘 알고 있었어. 인생의 정점 못지않게 슬픔도 삶의 일부분이란 걸 알고 있었던 거야. … 바흐가 평온한 건 자신이 마주한 문제의 근원을 알고 있기 때문이란다. 그의 음악은 시대를 초월해 있고, 천재성은 시대를 앞서 있지. 바흐는 선택했단다. 더 높은 기준을 세우기로 했지. 동시대 청중이 무엇을 좋아할지를 생각하지 않고 영원한 아름다움을 만들기로 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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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니아에서 유년 시절부터 세뇌를 목격한 탓에, 논리와 검증을 적용해 스스로 답을 찾고자 하는 열망이 나의 내면에 새겨졌던 것 같다. 이따금 그것이 기존 신념에 반하더라도 말이다. 그 호기심은 아버지와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풍부한 모험으로 나를 이끌었다. 수학의 암호로 쓰인 우주의 아름다움과 그 근원적인 작동 원리에 대한 탐구를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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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우연히 물리학의 길에 들어섰지만, 나는 항상 숫자와 자연과학의 세상에 살고 싶었다. … 그래도 나는 수학이 좋았다. 수학의 순수한 논리와 정확성은 모든 모호함과 임의성을 없애주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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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일반상대성이라는 명칭에 유감을 표했는데, 인간의 관찰과 무관하게 세계가 절대적으로 존재한다는 믿음과 모순되는 것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이 생각하기에 우주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관찰자가 움직이는 방식이나 관찰자 본인에 따라 상대적이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그는 실재가 객관적이어야 한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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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특이점에서 멈춘다. 그 시점보다 ‘이전’의 시간이란 없다. 그렇게 시계는 얼어붙는다. 공간도 멈춘다. 그 너머의 공간이란 없다. 호킹과 펜로즈에 따르면, 과학자들이 탄생의 순간을 탐구하는 것을 자연은 용납하지 않는다. 그 순간보다 오래된 과거는 말할 것도 없다. 왜냐하면 우리우주가 탄생하기 전에는 아무것도. 정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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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자들이 우주의 전 공간에서 상호작용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원인과 결과의 연쇄, 즉 자연의 신성한 원리인 인과관계Casuality가 보존됨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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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회적으로 저돌적인 사람은 아니었지만, 학문적으로는 그런 편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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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양자세계의 특성들은 우리의 이성에 반하지만, 물리학자들이 보기엔 중력이나 계절 변화와 같은 과학적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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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양자세계의 특성들은 우리의 이성에 반하지만, 물리학자들이 보기엔 중력이나 계절 변화와 같은 과학적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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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랑크의 말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과학의 새로운 진리가 승리하는 것은 반대자들을 설득해 빛을 보여주기 때문이 아니라, 결국 반대자들이 사망하고 그 진리에 익숙한 신세대가 성장하기 때문이다(이 말은 이후 “과학은 장례식이 열릴 때마다 진보한다”라는 간결한 표현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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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고 딸을 낳기 전까지 한동안 남편은 유럽에서 일하고 나는 미국에서 살았다. 하지만 우리는 매일 통화하면서 아원자 입자는 하지 못하는 일을 할 수 있었다. 우리의 속력과 위치를 동시에 확실하게 알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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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역사는 기존의 ‘통념’과 ‘마지막 진리’에 도전하고 그것을 관철하기 위한 끊임없는 싸움의 연속이었다.

... 나는 실패할 각오를 했다. 사실 모든 이론물리학자들은 실망과 실패에 대처할 준비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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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꿈에 그린 과학적 도약은 카페에서 떠올린 한 문구에 담겨 있었다. 끈이론 경관에 대한 양자역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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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직감은 옳았다. 응집물질물리학으로 에둘러 간 끝에, 결국 완전한 끈이론 경관의 우주 파동함수에 대한 방정식을 풀 수 있었다. 만일 쉬운 길을 선택해서 경관을 두 개의 에너지 계곡으로 단순화했다면 틀린 답이 나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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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설명이 기묘하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그 특징이 실제로 기묘하기 때문이다. 멀리 떨어진 두 전자 사이에서 순간적으로 정보 전달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정보의 이동 속력이 무한대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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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양자 경관 다중우주에서 우주가 탄생하는 과정에는 선택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었다. … 중력의 줄다리기를 통해 자연은 그 특유의 ‘자연선택’을 보여준다. 원시우주들에게 각기 다른 생존 가능성을 부여하고, 종단우주는 고전세계로 성장하지 못하도록 멸종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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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도출한 우리우주의 존재 가능성에 따르면, 우리우주의 기원은 특별하지도 않고 미세조정을 거치지도 않았다. 단지 밀어내는 중력과 양자요동으로 결정되는 ‘진화적 선택’ 덕분에 탄생 가능성이 높아진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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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살면서 아버지가 누리지 못한 기회를 얻었다. 그러니 쉬운 길을 따르지 않고 그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야 했다. 그것이 깊게 뿌리박힌 믿음에 도전하는 일을 의미할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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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방식으로 생각하는 것은 위험해 보였다. 나는 우리우주의 존재가 관찰자에 의존할 수 없으며 그래서도 안 된다고 믿었다. 어떻게 우리 자신이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에 근거해서 우리의 기원을 선택할 수 있겠는가? 그러한 믿음은 나를 더욱 자극했다. 우리우주의 기원에 대한 답은 인류원리 추론을 필요로 하지 않고, 물리학 방정식과 자연법칙을 통해 도출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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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우주에서 다중우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면서, 과학은 거대 이론의 탐구에서 본격적인 다중우주로의 탐구로 옮겨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인간이 우주의 특권적 존재가 아니라는 코페르니쿠스 원리copernican principle가 우주 전체로 확장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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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인간과 자연의 관계와 관련해 아직 개척되지 않은 지면(위로는 법칙이, 아래로는 다중우주가 도사리고 있다)은 무언가 쓰이기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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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아빠의 조용한 힘과 지혜, 친절함과 정직함 그리고 함께 나눈 우정이 그리워요. 무엇보다 에스프레소를 세 잔씩 마셔가며 오랫동안 나눴던 대화가 그립네요. 우리는 흥미로운 주제라면 뭐든 이야기했죠. 그게 과학과 수학이든, 예술과 시든, 철학과 아이디어의 발전이든, 아니면 음악이든. 내가 우리의 이야기를 통해서 아빠와의 추억을 제대로 담아냈길 바랄게요. 고마워요,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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