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어둠 속의 촛불
책을 시작하며: 나의 스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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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은 과학자가 아니었다. 과학에 관해서는 잘 모르는 편이었다. 그래도 아버지와 어머니는 과학적 방법의 중핵이 되는 두 가지 사고 방식, 그러니까 경이와 의심이라는 서로 툭탁대면서도 어떻게든 동거하는 두 가지 사고 방식을 가르쳐 주었다. 우리 집은 가난했지만 내가 천문학자가 되겠다고 하자 부모님은 아무 말씀도 하지 않고 찬성해 주었다. 두 분 모두 천문학자가 무슨 일을 하는 직업인지도 거의 몰랐으리라. (하긴, 나도 잘 몰랐다.) 그렇지만 두 분 중 누구도 의사나 변호사가 되는 게 현명하지 않겠냐 하고 결코 묻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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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다닌 1950년대, 나는 훌륭한 스승들의 가르침과 인도를 받을 수 있었다. 나는 지금까지 그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잊은 적이 없고, 그 마음을 그들 한 분 한 분에게 전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아 왔다. 하지만 이제까지의 인생을 돌아보고 생각하건대 가장 중요한 것을 가르쳐 준 것은 학교 선생도, 대학의 교수도 아니었다. 이제 아주 오래전이 되어 버린 1939년이라는 해에 나는 암흑 속에서 더듬더듬 길을 찾기 시작했다. 그때, 최초의 도움을 준 것은, 다시 말해 어둠을 밝힐 촛불이 되어준 것은 과학은 하나도 몰랐던 부모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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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현실에 비하면 우리의 과학은 모두 초보적이고 유치하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가진 것 중 가장 소중한 것이다.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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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과학에 대해 알고 싶어 했다. 그러나 과학은 모두 그에게 도달하기 전에 걸려져 버렸다. 우리의 문화 시설, 교육 체계, 통신 매체는 이 사람을 저버렸다. 그에게 흘러가는 것 중 이 사회가 허락한 것은 주로 거짓과 혼란이었다. 이 사회는 진정한 과학과 싸구려 모조품을 구분하는 방법을 그에게 전혀 가르쳐 주지 않았다. 그는 과학의 현황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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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미생물은 변종을 만들어 낸다. 새로운 질병들이 들판에 난 불처럼 번진다. 미생물의 도전과 인간의 응전 사이에 끊임없는 전투가 이어진다. 우리는 새로운 약을 제조하고 치료법을 고안하는 것뿐만 아니라 생명의 본질에 대한 이해, 즉 기초 연구를 향해 더 깊이 다가감으로써 미생물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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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현대 천체 물리학의 놀라운 발견들보다 우리와 우주를 더 깊이 연결해 주는 것을 알지 못한다. 수소 말고는, 우리를 구성하는 모든 원소(혈액 속의 성분, 뼛속의 칼슘, 뇌 속의 탄소 등)는 우리로부터 공간적으로 수천 광년 떨어져 있고 시간적으로 수십억 년 이전에 존재했던 적색 거성들에서 만들어졌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우리는 별을 구성하는 물질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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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내가 ‘과학’이라는 말의 의미를 알고 있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어쨌든 나는 과학이라는 근사한 세계에 푹 빠지고 싶었다. 우주의 광휘에 사로잡혔으며, 사물들이 실제로 어떻게 작용하는지 이해하고 깊숙이 감춰진 신비를 밝히는 데 도움을 주고 새로운 세계를 탐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꼼짝 못 하고 붙잡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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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지식 이상의 것이다. 과학은 생각의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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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논문에서 데이터를 조금이라도 제시하려면 반드시 오차 막대(error bar)를 함께 표시해야 한다. 이것은 어떠한 지식도 완벽하거나 완성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조용하면서도 강력하게 상기시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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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spirituality, 즉 정신성이나 영성과 모순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심대한 원천이기도 하다. 우리가 광년으로 측정되는 광막한 공간과 시간의 흐름 속에서 우리가 위치를 인식했을 때나, 생명의 복잡성과 아름다움 정묘함을 파악할 때 솟구치는 감정, 즉 일종의 의기양양함과 겸손함이 결합된 감정은 확실히 정신적 또는 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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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내가 틀릴 수도 있다.
113
어느 시대든 그 시대 나름의 어리석음이 있다. 그것은 음모나 계획일 수도 있고 환상일 수도 있다. 사람들은 그것을 향해 달려드는데, 경우에 따라 획득에 대한 욕망이나 자극에 대한 필요, 아니면 흉내라도 내야 한다는 압박이 박차를 가하기도 한다. 어떤 것이든 여기에는 일종의 광기가 따른다. 그러한 광기를 정치적, 종교적, 또는 양자가 결합된 대의명분이 자극한다.
128
회의주의, 즉 의심의 정신을 갖추는 데 학위 같은 고학력은 필요 없다. 중고차를 살 때 보면 대부분의 사람이 이 정신을 멋지게 발휘한다.
168
그러니까 환각은 인간 존재의 일부이다. 이 사실을 정면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분명히 우리 자신의 본성에 관한 중요한 무언가를 놓치게 될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환각이 내적인 어떤 게 아니라 외적인 실재가 되는 것은 아니다.
207
원생생물이나 세균이나 균류를 다루는 교과서를 몇 쪽 넘겨 보기만 해도 외계인 납치 체험담에 등장하는 그 어떤 외계인보다 훨씬 기묘하고 경이로운 생명체들을 만날 수 있다. UFO 신봉자들은 그들의 이야기가 서로 비슷한 것은 진실이라는 증거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 공통점이야말로 그들의 외계인 이야기가 인류가 공유하는 문화와 생물학 지식의 산물이라는 증거일 것이다.
281
열린 마음을 가지는 것은 하나의 미덕이다. 그러나 우주 공학자 제임스 에드워그 오버그가 언젠가 말했듯이, “뇌가 굴러떨어질” 정도로 마음을 열어서는 안 된다. 물론 새로운 증거가 떠오른다면 기꺼이 생각을 바꿔야 한다. 그러나 증거는 강력해야 한다. 지식에 관한 한, 모든 주장이 같은 무게를 가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282
외계인 납치 이야기가 뇌 생리학적 현상이나 환각, 아니면 어린 시절의 왜곡된 기억이나 꾸며 낸 이야기라면 우리는 아주 중요한 문제를 마주하게 된다. 그 문제는 인류의 한계와 관련된 문제이며 인간의 속기 쉬운 본성과 신념이 형성되는 과정이나 우리가 믿고 기도하는 종교의 기원과 연결된 것이기 때문이다. UFO와 외계인 납치라는 주제에는 과학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진정한 보물이 묻혀 있다. 그러나 그 보물은 분명 인류의 고향에서 유래한, ‘메이드 인 어스(Made in Earth)’, 즉 지구제라는 특질을 가지고 있다.
308
게다가 광고 모델은 부작용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다. 아스피린 사용 때문에 미국에서 매년 수천 명 이상이 사망한다거나, 아세트아미노펜, 주로 타이레놀 사용 때문에 매년 5,000건 정도의 콩팥 기능 부전이 발생한다는 사실은 말해 주지 않는다. (타이레놀의 경우 인과 관계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인과 관계는 없고 상관 관계 정도만 있을 수도 있다.)
311
회의주의적 사고란, 결국 합리적인 논의를 구성하고 이해하기 위한 수단이다. 그중에서도 중요한 것은 사람을 현혹하는 사기를 꿰뚫어 보는 것이다. 문제는 일련의 추론을 통해 나온 결론이 마음에 드는가가 아니라, 그 결론이 전제 내지 출발점에서 제대로 유도된 것인가 하는 것이고, 또 그 전제가 참인가 하는 것이다.
361
인간은 때로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보다 증거를 완고하게 거부하는 편이 더 쉽다고 느낀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가 이런 존재라는 것을 알아야만 한다.
371
그렇다면 샤머니즘과 신학이나 뉴 에이지 교리와 양자 역학은 어떻게 다르다는 말인가? 당신은 양자 역학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양자 역학이 제대로 기능하는지는 검증할 수 있다. 답은 여기에 있다. 우리는 양자 역학이 제시하는 정량적 예측과 실험으로 측정한 화학 원소 스펙트럼선 파장을 비교할 수 있고, 반도체와 액체 헬륨, 그리고 마이크로 프로세서의 작동 방식을 분석해 볼 수 있고, 어떤 원자에서 어떤 형태의 분자들이 형성되는지 조사해 볼 수 있고, 백색 왜성의 존재와 성질을 알아낼 수 있고, 메이저와 레이저 장치의 작동 원리를 이해할 수 있으며, 어떤 물질이 어떤 식으로 자기를 띠는지 예측할 수 있다. 그 이론 전체를 온전하게 이해하지 못해도 그 이론이 무엇을 예측하는지 알 수 있다.
406
오늘날 우리는 원자 물리학과 분자 화학에서 지성소(至聖所)라고 할 만한 번식과 유전에 이르기까지 물질 세계가 모두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추가적인 과학 원리는 필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420
연구자는 자신의 연구에서 파생된 모든 기술 혁신에 대해 상찬을 받든 비난을 받든 종속되어 있다. 당연히 종속되어 있다.
434
미국의 법정에서는 증인에게 다음과 같은 선서를 시킨다고 한다. “나는 진실을, 온전한 진실을, 그리고 오로지 진실만을 말할 것을 맹세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가 절대로 이행할 수 없는 일을 약속하라고 하는 셈이다. 우리의 기억은 틀릴 수 있고, 과학적 참이라고 할지라도 일종의 근삿값에 불과하며, 우리는 우리 우주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439
회의주의를 사용할 때에도 비용 편익 분석이 필요하다. 만약 신비주의나 미신이 주는 안식, 위안, 희망이 크고 그것을 믿는다고 해서 생기는 위험이 상대적으로 작다면, 회의주의를 마음속에만 담아 두고 꺼내지 않는 것도 방편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448
내가 역설해 왔듯이, 과학의 핵심은 얼핏 보기에 모순되는 두 가지 태도 사이에 균형을 잡는 것이다. 하나는 아무리 이상하고 직관에 반하는 것일지라도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오래된 것이든 새로운 것이든 모든 아이디어를 회의적으로, 그리고 아주 철저하게 조사하는 것이다. 이 둘 사이에 균형을 잡고 나서야 비로소 터무니없는 헛소리로부터 심오한 진리를 구별해 낼 수 있다. 창의적인 사고와 회의적인 사고의 합작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겉보기에도 모순적인 이 두 가지 태도 사이에는 약간의 긴장이 있다.
449
동시에 과학은 아주 혈기 왕성하면서 비타협적인 회의주의를 요구한다. 왜냐하면 아주 많은 아이디어가 터무니없는 것들이고 쭉정이에서 알곡을 골라내는 유일한 방법은 비판적인 실험과 분석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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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개방적인 사람도 없고 철저히 회의적인 사람도 없다. 우리는 둘 사이 어딘가에 선을 그어야 한다. 고대 중국 속담에 “너무 의심하는 것보다는 쉽게 믿는 것이 낫다.”라는 충고가 있지만, 이것은 자유보다는 안정이 낫고, 도전보다는 순종을 사랑하는 통치자가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는 극도로 보수적인 사회에서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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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둘을 사람들이 제대로 다룰 수 있게 된다면, 다시 말해 경이를 느낄 수 아는 감성을 이유 없이 배척하거나 버리지 않고 소중히 간직하고 다양한 아이디어에 너그럽게 마음을 여는 한편, 증거에 대해서는 엄격한 기준을 요구하는 것을 사람의 제2의 천성으로까지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진 일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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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발견들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뛰고 설레는 것을 느낀다. 심장이 고동치고 그것을 억누를 수 없다. 과학은 경이와 경탄이다.
과학자라면 누구나 체험한 것이겠지만, 무언가를 발견하거나 돌연히 알게 되었을 때 경외감이라고 할 법한 느낌을 받게 된다. 과학(순수 과학, 다시 말해 실용적인 목적이 아니라 과학 그 자체만을 위한 과학)은 그것을 수행하는 사람들의 정서를 심오하게 뒤흔드는 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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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로 맥스웰은 기사 작위를 받지 못했다. … 맥스웰의 경우 영국 국교회와 다른 사상을 가지고 있다는 핑계도 대지 못했을 텐데, 왜 그랬을까? 그는 전통과 관습에 충실한 기독교인이었고 대부분보다 독실한 신자였다. 그가 작위를 받지 못한 것은 아마도 그가 사람 사귈 줄 모르는 과학 너드였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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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에는 사실적인 사진, 영화, 비디오를 기술적으로 간단하게 위조해 낼 수 있다. 텔레비전은 집마다 있고 비판적인 사고 방식은 쇠퇴해있다. 이런 시대에는 비밀 경찰이 암약할 필요도 없이 사회의 기억을 재구성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내가 여기서 “사회의 기억을 재구성”한다고 한 것은 국가에 고용된 정신과 의사가 특수한 치료 프로그램을 이용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새로운 기억을 심는 상황을 상상해서 한 말이 아니라, 극소수의 사람이 뉴스 기사나 역사책이나 영향력 있는 영상을 지배해 국민 전체의 사고 방식을 커다랗게 바꾸는 사태를 상정해서 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