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지피지기
모든 문제의 원인과 책임이 나에게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마음의 정원을 가꾸기로 했다면 이제 다음과 같은 질문이 떠오른다. 그것은 ‘어떤 마음가짐과 동기로 세상과 일을 대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이 질문의 답은 이타적인 마음, 즉 타인을 위하고 돕고자 하는 마음에 있을 것이다. 나는 자주 산업 박람회나 전시회장을 방문하는데, 어떤 부스에 가면 오로지 자신들의 이익에만 초점이 맞춰져 대화가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이해 반해, 다른 부스에서는 내가 가진 문제를 이해하려 하고, 자신들의 부스를 찾아 준 상대의 성의를 진심으로 고마워하며, 무엇이라도 얻어 가게 하려는 진심이 느껴진다. 거래처를 찾아야 한다면 어떤 부스에서 찾고 싶어질지 자명하다. 나도 상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따뜻하고 진실한 마음을 지니면 그러한 마음을 지닌 사람들만 내 주변에 모이게 된다는 것이 자연의 원리다. 반면, 남을 속이거나 이용하려는 사람은 결국 자신도 속고 이용당하게 된다. 그래서 오늘의 어려움 속에서도 내가 올바른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나와 타인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 돌아보아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자칫 오해하기 쉬운 사례가 있다. 군에서 전투 기술을 습득할 때 화생방 상황을 조치하는 훈련을 한다. 이때 상황을 발견한 사람은 가장 먼저 본인이 방독면을 착용한 후 주위에 '가스! 가스! 가스!'를 외쳐 상황을 전파한다. 비행기 여행 중 기압이 낮아지는 상황에서는 산소마스크를 본인이 먼저 쓰고 난 후 도움이 필요한 주위 사람을 도우라고 안내한다. 이런 사례에서 나는 ‘내가 먼저 살아야 주변도 챙길 수 있다’는 정도의 의미로 오해했다. 내 몸이 일단 편해야지 다른 사람 처지가 눈에 들어온다며 욕심의 정당화에 쓰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 반대의 뜻이다. 내가 다치거나 임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상황이 오면 타인에게 피해를 주고 조직의 임무 달성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내가 화학 물질에 노출되어 버리면 동료가 나까지 챙기며 본인의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기압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내가 기절해 버리면 옆 좌석의 어린 아이가 의지할 대상이 없어져 결국 둘 다 위태로워진다. 그런 상황을 막고 주변을 돕기 위한 최선의 방식인 거지 나만을 위한 이기적인 태도를 대변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따라서 그런 차원에서 먼저 내가 전투 준비가 되어야지 비로소 남을 도울 준비가 된 것이다. 나의 마음을 평안하게 하고 중용을 유지하는 훈련이 되어야지 주변을 생각할 수 있다. 이기적인 마음으로는 주변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다른 사람을 돕는다는 것은 도움을 받는 사람의 마음도 중요하다. 삐뚤어진 태도로 빈정거리거나 그 도움을 당연히 여겨서는 안 되고 감사하게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사기열전에 따르면, 제나라 경공은 자신의 사냥감을 분실한 자에게 매우 화가 나서, 그를 참수하라고 명령했다. 이에 재상이었던 안영은 이것이 잘못된 판단임을 경공에게 알려주고자 하는 의도에서, 이 자가 죽어야 하는 세 가지 이유를 지적하고 죽이게 해달라고 청했다. 그 세 가지 이유는 주어진 임무인 사냥감 관리를 소홀히 한 죄, 자애로운 임금이 고작 사냥감 때문에 사람을 죽이게 한 죄, 이로써 다른 나라가 우리나라를 무시하게 한 죄였다. 이 말을 들은 경공은 슬그머니 참수 명령을 취소했다.
보통 이 고사는 신하의 지혜로운 외교술을 칭송하는 의미로 회자된다. 그러나 이 말을 듣고 있던 군주의 태도에서도 배움을 얻을 수가 있다. 타인의 조언을 알아차리고는 지금 화를 내고 있다는 사실과 이 조언이 궁극적으로 이롭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또한 직언한 신하에게 ‘나를 능멸하는 것이냐’며 역정 내지 않고 본인의 실수를 바로 잡았다. 도움을 주려는 자의 의도를 받아들이는 자의 태도가 있었기에, 안영의 이타적인 조언이 더욱 빛을 발하게 되었다.
나는 미국 미주리주의 미군 부대에서 근무할 때 문서 작성 간 나도 모르는 실수를 반복하고 있었다. A를 반영해야 하는 항목에 B를 넣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나에게 동료 미군 대위는 직접적인 지적 대신 자신의 경험을 돌려 말하며 내가 그 문제를 인식하도록 도와주었다. 그의 세심한 배려 덕분에 나도 불쾌함 없이 실수를 깨달을 수 있었고, 그의 이타심에 감사하며 지금까지 우정을 쌓아 오고 있다. 도움을 받는 사람이 이를 감사하게 여길 줄 알 때 비로소 이타심은 온전히 전달되고, 이를 통해 교우관계는 더욱 깊어진다.
손자병법에서 장수는 나라를 보위하는 자라고 표현한다. 창업을 하겠다는 마음을 먹을 정도면 적어도 국가 차원의 도움이 되겠다는 마음을 먹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우리가 궁극적으로 지녀야 할 가장 숭고한 마음은 나 자신이 아닌 다른 이들을 생각하는 마음이다. 우리 에임비랩이 진행하는 일의 본질도 여기에 있다. 우리는 농가들이 사료빈에 직접 오르지 않아도 사료 잔량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를 통해 농가의 안전과 효율성을 높이고, 더 나아가 넓은 지역에 산재되어 있는 사료 재고 관제와 공급 계획 수립을 도움으로써 배송을 최적화하여 탄소배출을 줄이며 가축 전염병 확산을 막고자 한다. 나아가 사료 급이의 기록을 분석하여 사료의 공급자와 수요자는 물론, 소비자와 가축 모두에게 이로운 일을 하는 것, 이것이 우리의 목표다. 우리의 일은 단순한 고체 저장물의 측정이 아닌, 더 나은 공동체와 미래를 향한 무언가를 위해 고민하는 것이다.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나보다 위대한 존재를 위해 나의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는 것은 매우 희귀한 행운이다. 대부분은 일생을 살아가는 내내 한 번도 그 기회를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
일본의 문예평론가 고바야시 히데오는 사람은 자기 마음가짐에 어울리는 사건만 만날 수 있다고 했다. 즉, 우리의 이타적인 마음이 넓을수록 더 넓은 세상에서 의미 있는 일을 만날 수 있다는 뜻이다. 나만을 위한 일을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그 정도 수준의 일만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군 생활하면서 만났던 부대원들과 나는 이런 대화를 나누고는 했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각자의 자유를 반납하고 복무하며, 우리 아버지 세대의 위대한 유산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가 지금까지 존재하는 적의 위협을 느끼지 않고 안전하게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은, 우리 대신 거친 땅에서 잠을 자고 몸에 흙을 묻히며 기꺼이 헌신한 선배 세대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여러분이 그 소중한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여러분의 헌신 덕분에 우리의 부모님과 동생들은 우리가 그랬듯 평화 속에서 안정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여러분의 복무가 끝나면, 또 우리의 후배 세대가 이 역할을 이어받을 것이다. 우리의 모든 세대가 이렇게 서로를 위해 헌신하며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지금 이 순간, 여러분은 단순히 자신의 임무를 넘어 이 공동체와 모든 세대를 위해 위대한 일을 하고 있다. 그러니 여러분의 이 역할에 충분히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
나는 나의 선택으로 대가를 받는 직업군인이었지만, 의무 복무하는 부대원들에게는 정말 이런 존경을 더욱 보여야 하고, 그들이 스스로 자격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런 대화를 나누면 잠시나마 더 큰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이기적인 존재이고 이를 극복할 수양이 부족한 상태다. 그래서 매번 내 몸이 힘들고 불편하고 싶을 때마다 이타심이 없어지곤 한다. 방법은 수시로 이러한 생각을 반복하는 것밖에 없다. 불교의 화엄경에서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 했듯, 모든 것은 결국 마음에서 비롯된다. 진정으로 순수하게 믿고 세상을 위한 일을 추구하는 이타심만이 위대한 일을 이루도록 등을 밀어준다. 우리의 마음이 나만을 생각하는 수준을 뛰어넘을 만큼 넓고 진정성이 있다면 그것은 곧 세상에 위대한 일을 시작하는 씨앗이 될 것이다. 그 마음을 갖는 것 자체만으로도 나의 마음을 풍요롭게 하고 더 큰 인간으로 나아갈 용기를 준다.
그렇다고 당장 처음부터 위대한 일을 할 수 없다. 중용에서는 높이 오르기 위해서는 가장 낮은 곳에서 시작하라고 했다. 모든 일에는 단계가 필요하며, 작은 실천들이 쌓여야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먼저 나를 돌아보며 지피지기의 자세로 자기 성찰을 해야 한다. 그 후에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에게부터 이타심을 실천해 보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존중과 배려를 베풀어야만 그것이 차츰 확장되어 사회와 더 넓은 세상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종종 우리는 존중과 배려를 받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것은 하라고 존재하는 것이다. 내가 행한 존중과 배려는 나에게 돌아오기 마련이다. 힘들 때 팀원들을 위해 한 발 더 뛰는 것도 존중과 배려다. 축구나 농구와 같은 경기를 생각해보라. 나는 학창시절 축구와 같은 구기 종목을 좋아했다. 군에서의 체육활동은 체력 단련, 단결 및 꼭 이기겠다는 습관을 들이는 수단이다. 처음에는 군에서 축구를 즐기기가 어려웠다. 그냥 공을 차면서 놀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윽박지르고 정신없는 환경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러던 중 팀 경기의 진수인 팀워크에 대한 이해가 되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알게 되었다. 상대편 골대를 향해 공을 몰고 가는 순간에, 팀원들과 함께 골대로 달려가야 한다. 나도 함께 달려가야 우리 팀이 수적 우세를 달성할 수 있다. 내가 함께 달려가 줄 때 공을 몰고 가는 팀원은 더 많은 패스 선택지를 가지게 되고, 상대 수비도 분산되어 우리 팀원이 더 편안하게 득점할 수 있게 도울 수 있다. 숨이 차서 뛰기가 힘들고, 내가 골을 넣을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해도 팀원과 팀을 위한 나의 역할은 분명히 존재한다. 무임승차하는 팀원은 어떻게든 드러나게 되어 있다. 이처럼, 주변과 팀을 위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먼저 생각하고, 작은 일부터 실행해 보라. 이타심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가까운 사람들을 위하는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