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간을 관리해 주는 고양이
나는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
우리 고양이는 엄청난 수다쟁이의 3살 수컷냥이이다.
그리고 애교가 정말 많아서 꽤 큰 행복을 주는 고양이다.
고양이는 시간을 볼 줄 안다고 한다. 정확히는 느끼는 걸까? 나는 퇴근하고 집에 와서 한 시간마다 12분씩 네 번 사냥놀이를 해준다. 별일 없지 않고서는 3년 동안 매일 같은 패턴으로 놀아주고 있다.
사실 처음 데려왔을 때는 굉장히 힘들었다. 내가 어렸을 적부터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갑작스럽게 데려온 유기묘를 케어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사실 가장 힘든 것은 내가 집을 비웠을 때 혼자 두는 게 미안한 게 가장 컸지만 그것만큼 힘든 것은 따로 있었다.
나는 디자인하는 것을 취미로 생각할 만큼 덕업일치를 가진 사람이다. 그래서 집에 있을 때도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던 사이드잡을 하던지 무언가를 디자인했다. 파워 P라서 전혀 계획적이지 않고 그냥 되는대로 했다.
그런데 고양이를 데려오고 나서는 계획적일 수밖에 없게 되었다.
19시 30분: 집에 와서 옷 갈아입음
20시: 고양이와 사냥놀이 및 간식 등 챙겨주기
20시 20분: 디자인 작업
21시 30분: 고양이와 사냥놀이 및 간식 등 챙겨주기
21시 50분: 디자인 작업
23시: 고양이와 사냥놀이 및 간식 등 챙겨주기
23시 20분: 디자인 작업
00시 30분: 고양이와 사냥놀이 및 간식 등 챙겨주기
00시 50분: 디자인 작업
03시: 수면
이 패턴의 반복이다. 처음엔 내가 작업하는 시간에 고양이가 애옹애옹대면 집중이 안 돼서 힘들었다. 집중모드가 끝나고 다시 작업을 시작하는데 애를 먹었던 것 같다. (귀여워서 용서되긴 했다.)
모든 고양이들이 노트북위를 좋아하는 걸까?
애기 때부터 작업하고 있으면 노트북에 올라오곤 했다. 그래서 노트북 키보드가림막까지 샀지만 그 안으로 파고드는 고양이 때문에 업무에 여전히 집중을 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뽀모도로 기법이라는 게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다가 직장인에게도 점점 퍼진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었다. 뽀모도로 기법은 시간관리 기법으로 25분간 집중해서 일하고 5분 쉬고를 반복하는 기법이다. 심지어 뽀모도로 시계라는 것도 제품으로 나오더라.
나는 이 기법을 인지하고 나서 얼마 후 주변 지인에게 고양이 키우는데 힘든 점을 이야기했다. 바로 그 지인이 강제 뽀모도로 아니냐는 말에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나같이 무계획형 인간에게 뽀모도로 기법은 들어도 실천하기 힘든 기법이었기 때문이다.
고양이가 그 역할을 충실히 해준다고 생각하니 집에서 디자인할 때 엄청난 집중력이 생기기 시작했다. 고양이가 같은 시간에 울어주니 오히려 집중력이 올라간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지금도 디자인을 하면서 뽀모도로 고양이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덕분에 원래도 사랑하던 우리 고양이가 더 예뻐 보이기도 한다. 물론 말썽도 많이 피우고 걱정도 많이 시키지만 그래도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나도 더 노력하려고 한다.
세상에 많은 유기묘들이 존재하고 있고 그 고양이들이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
물론 세상에는 극성캣맘이라는 안 좋은 소리도 있고,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래도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 입장에선 좋은 점이 꽤나 많다고 생각한다. 가장 장점은 귀여운 것.. 그리고 단점은 큰 책임감인 것 같다. 여행도 쉽게 못 가지만 집에서 작업하는 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안성맞춤인 반려동물이다.
작업하는 중에 또 애옹 댄다. 또 놀아달라는 소리를 하는 걸 듣고 얼굴을 마주치니 벌써 10년 이상 디자인 일을 해오고 있지만 앞으로도 계속 고양이덕에 즐겁게 일할 수 있을 것만 같은 하루이기도 해서 이렇게 별거 없는 글이라도 남겨본다.
종종 디자인뿐만 아니라 디자인과 관련된 우리 고양이 소식도 남겨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