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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과 의사결정

초불확실성의 시대 : 스마트한 의사결정 어떻게 해야할까?

by PODO

Chapter 1: 경영과 의사결정의 기초


경영이란 무엇인가? 가장 기본적인 정의에 따르면, 경영은 조직이 이용 가능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여 조직이 추구하는 목표를 최대한 달성하고자 하는 역동적 생명체다. 이는 단순한 관리 행위를 넘어서는 개념이다. 역사는 사실의 기록이고, 소설은 가능한 세계의 표현이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경영은 우리가 꿈꾸는 소망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경영의 기본 프로세스는 투입(Input), 변환(Transformation), 산출(Output)의 세 단계로 이루어진다. 전통적으로 투입 자원이라 하면 토지, 자본, 노동을 떠올렸으나, 현대 경영에서는 지식, 정보, 데이터, 네트워크와 같은 무형자원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러한 자원들은 변환 과정을 거쳐 더 큰 가치를 갖는 산출물로 전환된다. 여기서 산출물은 제품이나 서비스 같은 직접적 결과물(Outputs)뿐만 아니라, 매출, 고객 만족도, 사회적 영향력과 같은 사업 결과(Outcomes)까지 포함한다.


경영의 핵심은 조직의 방향성을 명확히 하고 이를 실현하는 것이다. 이는 미션(Mission)-가치(Values)-비전(Vision)-전략(Strategy)-목표(Objectives)-행동(Action)으로 이어지는 체계적인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통해 이루어진다.


미션은 "우리는 왜 시장에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이는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라 조직의 존재 이유와 정체성을 규정하는 것이다. 미션을 설정할 때는 보통 5Whys 방법을 사용한다. "왜?"라는 질문을 다섯 번 반복함으로써 표면적인 사업 목적을 넘어 근본적인 존재 이유에 도달하는 것이다. "To refresh the world"(코카콜라), "To make people happy"(디즈니)와 같은 미션은 단순해 보이지만 기업의 본질적 가치를 함축하고 있다.


가치는 조직 구성원들의 행동과 의사결정의 기준이 되는 신념 체계다. 흔히 건훈, 사훈, 급훈 등으로 표현되지만,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구성원들 사이의 믿음과 그 가치를 나타낸다. 중요한 것은 이 가치가 미션과 정렬(align)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가치가 미션과 충돌한다면 조직은 끊임없는 내적 갈등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비전은 바람직한 미래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그러나 비전에 대한 심각한 오해가 있다. 많은 기업들이 비전은 반드시 장기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오히려 '벽걸이용 비전'이 될 위험이 있다. 좋은 비전의 다섯 가지 조건이 있다:


1. 기업의 사명이나 가치와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

2. 구체적이어야 한다

3. 조직구성원 모두가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추상적이거나 현학적이면 안 됨)

4. 도전적이면서도 실현가능해야 한다

5. 반드시 시간제약이 있어야 한다


SK텔레콤의 'Vision 2020(시가총액 100조, 글로벌 업계 100위)'이나 스타벅스의 '2000 by 2000(2000년까지 2000개 점포)'는 이러한 조건들을 잘 충족하는 비전의 예다. 특히 1961년 케네디 대통령이 NASA를 위해 수립한 "10년 내에 우리는 사람을 달에 올려놓겠다. 그리고 무사히 귀환시키겠다"라는 비전은 지난 60년간 가장 완벽한 비전으로 평가받는다. 왜 이 비전이 그토록 성공적이었을까? 그것은 이 비전이 매우 구체적이고, 시간제약이 명확하며, 도전적이면서도 실현 가능했고, 무엇보다 모든 구성원이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비전 수립에서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있다. "21세기 초우량 기업이 되자"와 같은 추상적인 비전이 대표적이다. 이는 구성원들의 실질적인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또한 비전이 너무 장기적일 경우 '벽걸이용 비전'이 되어버릴 위험이 있다. 그래서 현대 기업들은 5~10년 정도의 중단기적 시계를 가진 비전을 선호한다. 이는 구성원들의 실천적 참여를 유도하면서도,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해준다.


전략은 이러한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차별화된 방법이다. 여기서 '차별화'가 핵심이다. 같은 업종의 기업이라 하더라도 각자의 미션, 가치, 비전이 다르기 때문에 그것을 실현하는 방법 역시 달라야 한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와 테슬라는 같은 자동차 산업에 있지만, 전혀 다른 전략을 구사한다. 현대자동차가 다양한 차종을 통한 포트폴리오 전략을 취한다면, 테슬라는 전기차에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취한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이 간과하는 중요한 사실이 있다. 전략은 만고불변의 진리가 아니라는 점이다. 전략은 틀릴 수 있고, 환경이 변화하면 수정되어야 한다. 노키아의 몰락은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2000년대 초반 세계 최대 휴대폰 제조업체였던 노키아는 하드웨어 중심의 전략에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시장에서 급격히 몰락하고 말았다. 좋은 전략이란 비전 달성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지를 끊임없이 점검하고, 필요하다면 과감히 수정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춘 것이다.


목표는 이러한 전략이 제대로 실행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인 도구다. 많은 기업들이 목표 설정에서 실수하는 것이 바로 모호성이다. "고객 만족도를 높이겠다", "품질을 개선하겠다"와 같은 추상적인 목표로는 실제 진척도를 측정할 수 없다. 목표는 반드시 계량화되어야 한다. 삼성전자의 사례를 보자. 기술 개발이라는 전략을 세웠다면, 먼저 현재의 기술 수준을 측정 가능한 지표로 정의하고, 향후 1~2년 내에 이를 얼마나 향상시킬 것인지 구체적인 수치로 명시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목표의 분화(cascade) 과정이다. 전사적 목표는 부서 목표로, 다시 팀 목표로, 최종적으로는 개인의 목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이때 각 단계의 목표는 서로 연계성을 가져야 하며, 하위 목표의 달성이 상위 목표 달성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고객 만족도 향상이라는 전사 목표가 있다면, 이는 각 부서별로 구체적인 지표로 변환되어야 한다. 제품 개발팀은 신제품 출시 속도를, 품질관리팀은 불량률 감소를, 고객서비스팀은 응답 시간 단축을 목표로 설정하는 식이다.


목표가 설정되면 다음은 실행이다. "1g의 행동이 1t의 아이디어보다 무겁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훌륭한 미션과 비전을 가지고 있지만 실패하는 이유는 바로 이 실행 단계에서 발생한다. 행동(Action)은 반드시 구체적인 계획(Action Plan; Initiatives)을 동반해야 한다. 앞서가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가르는 가장 큰 차이는 아이디어의 창출과 기획 능력이 아니라, '누가 그때 그 아이디어를 행동에 옮겼는가'에 있다.


Knowing과 Doing 사이에는 Gap이 존재한다. 이를 'Knowing-Doing Gap'이라고 하는데, 많은 기업들이 매년 문제점도 똑같고 해결책도 똑같은 컨설팅을 받는다. 그러나 컨설팅을 받고 컨설팅 보고서가 행동을 대체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행동으로 옮겼을 때 발생하는 문제점은 그때그때 대응하면 된다. 환경 분석 후, 지향점으로 가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을 택하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실행 과정에서 효율성(Efficiency)과 효과성(Effectiveness)이라는 두 가지 핵심 개념이 등장한다. 효율성은 투입 대비 산출의 비율을 의미한다. 적은 자원으로 더 큰 효과를 얻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세 회사의 사례를 비교해보자:


A사: 투입 100, 산출 90 (효율성 = 0.90)

B사: 투입 80, 산출 75 (효율성 = 0.94)

C사: 투입 120, 산출 100 (효율성 = 0.83)


단순히 효율성 수치만 보면 B사가 가장 우수하다. 그러나 이것이 전체 그림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효과성은 목표 대비 실제 결과의 근접도를 측정한다. 만약 시장 점유율 30% 달성이 목표였다면, C사의 낮은 효율성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전략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현대 경영에서는 이 두 가지 개념의 균형이 매우 중요하다. 과도한 효율성 추구는 단기업적주의(Short-termism)로 이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제너럴 일렉트릭(GE)은 잭 웰치 시대에 매 분기 실적을 맞추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주가 상승을 이끌었지만, 장기적으로는 혁신 역량의 약화를 초래했다. 결국 GE는 2018년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에서 제외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경영의 순환고리는 이러한 실행과 평가의 과정을 체계화한다. 실행 결과는 측정과 평가(Measurement)의 단계를 거치며, 이는 두 가지 형태의 학습으로 이어진다. 단일고리학습(Single Loop Learning)은 개인의 행동 결과가 왜 목표에 뒤쳐졌을까를 분석하고 그 행동을 수정하는 것이다. 반면 이중고리학습(Double Loop Learning)은 조직의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던 전략이 비전 달성에 별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전략 자체를 수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동온도조절장치를 생각해보자. 실내 온도가 설정온도에서 벗어나면 이를 감지하고 자동으로 조정하는 것이 단일고리학습이다. 반면 표준온도 20도가 적절한 것인지, 계절이나 시간대별로 다른 온도 설정이 필요한지를 고민하여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은 이중고리학습이다.


경영에서도 마찬가지다. Big Data에서 강조하는 개념은 Data Mining이 중요하고, 정형화된 개념이 아닌 비정형화된 개념을 포함한다. 경영통계에서 배우는 기본적인 기법만 활용해서도 많은 데이터 분석 기법을 배울 수 있다. Day to Day Operation에서는 단일고리학습이 중요하지만, 전략적 의사결정에서는 이중고리학습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등장한 것이 스마트 경영이다. 스마트 경영이란 단순히 스마트 기기나 첨단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해야 할 일을 올바른 방법으로 수행하는 것'(Do right things in Right way)을 의미한다. 이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스마트 경영이라 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가야 할 목적지는 제대로 골랐으나 가는 방법이 잘못되었다면, 이 역시 스마트 경영이라 할 수 없다.


현대의 경영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하고 불확실하다. 시장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기술 혁신의 속도는 나날이 빨라지며, 고객의 요구는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성공적인 경영을 위해서는 시스템적 사고가 필수적이다. 시스템이란 공동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상호작용하는 구성요소들의 집합을 의미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시스템 경계의 설정이다.


시스템 경계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요소와 그렇지 않은 요소를 구분하는 기준이 된다. 예를 들어 제품의 가격을 생각해보자. 독과점 시장에서 기업은 가격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지만, 완전경쟁 시장에서는 시장 가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전자의 경우 가격은 내부 환경 요소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외부 환경 요소가 된다. 이처럼 내부 환경은 내가 가진 자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외부 환경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내가 그 안에서 살아야 하는 환경을 이야기한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경영자가 수행해야 할 핵심적인 의사결정은 크게 세 가지 영역으로 구분된다. 첫째는 조직의 방향성 설정이다. 이는 단순한 목표 설정에 국한되지 않는다. 목표는 아이디어처럼 반짝 떠오르는 것이 아니며, '이런 업종은 이런 목표가 좋다'와 같은 단순한 공식으로 정해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목표는 종속적인 개념이고, 그 이전에 설정해야 할 여러 가지가 있다.


둘째는 환경 분석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내부 환경(자원 및 역량)과 외부 환경(제약 조건)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특히 우리가 발전시켜야 할 핵심 역량이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가 극복해야 할 외부의 제약 조건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마치 장기판에서 자신의 말의 위치와 상대방의 말의 배치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과 같다.


셋째는 최적 대안의 모색과 실천이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은 현대 경영에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서울로 가는 다양한 방법(행동 대안) 중에는 환경 분석에 의해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대안도 있고, 이용할 수 없는 대안도 있다. 과거에는 실행 가능한 대안들 중 적당히 하나를 택해서 서울로 갈 수 있었고, 그것으로도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다르다.


오늘날의 경영 환경은 우리의 부모 세대와는 완전히 다르다. 모든 것이 굉장히 빨리 변하고 있으며, 조직의 규모는 과거보다 훨씬 커졌고, 이해관계는 더욱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따라서 최적 대안(Optimal Solution)을 찾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는 단순히 '좋은' 해결책을 찾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조건 하에서 '최선의' 해결책을 찾는 것을 의미한다.


경영자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이다. 불확실한 미래는 앞으로 일어날 사건 상황이 둘 이상이고, 각 사건 상황이 알 수 없는 경우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텍사스대의 통계학자가 내일 동쪽에서 해가 뜰 확률을 계산했을 때 99.99...%라는 결론을 얻은 것처럼, 자연 현상조차도 100%의 확실성을 가질 수 없다. 세상의 변화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에 불확실성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으며, 과거가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하는 결정적 지표가 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성공적인 경영을 위해서는 탄력성(Resilience)과 적응력(Adaptability)이 매우 중요하다. 이는 마치 대나무가 강한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고 휘었다가 다시 일어서는 것과 같다. 경영자는 단기적인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생존과 성장을 위한 조직의 탄력성을 키워나가야 한다.

결론적으로, 현대의 경영은 과학이면서 동시에 예술이다. 데이터와 분석을 통한 과학적 접근이 필요하지만, 동시에 직관과 창의성을 통한 예술적 접근도 필요하다. 이 두 가지 측면의 균형을 잡는 것이 성공적인 경영의 핵심이다.



Chapter 2: 의사결정의 본질


프랑스의 철학자 사르트르는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다"라고 말했다. 이 말은 우리의 삶이 본질적으로 선택의 연속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우리는 선택하지 않은 대안의 결과를 결코 알 수가 없다. 현실에 대해 불만이 있기 때문에 선택하지 않은 대안에 대한 후회를 하게 되지만, 의사결정이라는 단어의 개념은 단순한 선택이나 판단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의사결정은 선택과 판단의 개념을 넘어선다. 이는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는 '행동지향적 사고'를 의미한다. 단순히 여러 대안 중 하나를 고르는 것을 넘어서, 실제로 자원을 투입하고 돌이킬 수 없는 결정을 내리는 것을 포함한다. 'irrevocable allocation of scarce resources'라는 표현이 이를 잘 설명해준다. 즉, 의사결정은 내가 가진 한정된 자원을 돌이킬 수 없게 배분하는 행위인 것이다.


이러한 의사결정의 복잡성은 현대 사회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예를 들어, 기업이 신규 사업에 진출하기로 결정할 때를 생각해보자. 이는 단순히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어떤 시장을 목표로 할 것인지,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 어떤 방식으로 진입할 것인지, 필요한 자원은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 등 수많은 하위 결정들이 필요하다. 게다가 이러한 결정들은 서로 복잡하게 얽혀있어, 하나의 결정이 다른 결정들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친다.


더욱이 의사결정과 그 결과 사이에는 시간적 간격이 존재한다. Decision과 Outcomes의 시간 간격 사이에서 나타날 수 있는 생각지 못한 변수가 출현할 수 있기 때문에, 아무리 신중하게 결정을 내렸다 하더라도 예상치 못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의사결정의 본질적인 불확실성이다.


그렇다면 의사결정을 잘 하면 항상 결과는 좋을까? 이는 의사결정을 연구하는 데 있어 가장 근본적인 질문 중 하나다. 좋은 의사결정이란 내가 이용할 수 있는 자원과 정보를 십분 활용해서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러한 좋은 의사결정이 반드시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좋지 않은 의사결정을 했음에도 운이 좋아 결과가 좋을 수도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직전의 상황을 생각해보자. 당시 몇몇 투자자들은 주택시장의 거품과 이로 인한 금융시장의 붕괴를 정확히 예측했다. 이들은 철저한 분석을 바탕으로 공매도 포지션을 취했다. 이는 당시 상황에서 최선의 의사결정으로 보였다. 그러나 시장은 이들의 예상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상승을 지속했고, 결국 포지션 유지 비용으로 인해 막대한 손실을 보게 되었다. 나중에 이들의 예측이 맞았다는 것이 증명되었지만, 그때는 이미 너무 늦은 후였다.


불확실한 미래는 앞으로 일어날 사건 상황이 둘 이상이고, 각 사건 상황이 알 수 없는 경우를 의미한다. 이러한 불확실성의 정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크다. 예를 들어, 텍사스대의 통계학자가 내일 동쪽에서 해가 뜰 확률을 계산했을 때 99.99...%라는 결론을 낸 것처럼, 자연 현상조차도 100%의 확실성을 가질 수 없다. 이는 기업 경영에서 마주하는 불확실성이 얼마나 큰지를 잘 보여준다.


세상의 변화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에 불확실성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과거의 경험이 미래를 예측하는 결정적 지표가 될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예를 들어 디즈니가 2019년 디즈니플러스 출시를 결정했을 때의 상황을 보자. 당시 넷플릭스의 독주로 스트리밍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었고, 코로나19와 같은 예측 불가능한 변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즈니는 자사의 콘텐츠 경쟁력을 바탕으로 과감한 투자를 결정했다. 이는 높은 불확실성 속에서도 기업의 핵심 역량을 기반으로 한 전략적 의사결정의 좋은 예시다.


의사결정의 접근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기술적(행태적) 접근방식, 규범적 접근방식, 그리고 처방적 접근방식이다. 각각의 접근방식은 서로 다른 관점과 목적을 가지고 있으며, 실제 경영 현장에서는 이들이 상호 보완적으로 활용된다.


기술적 접근방식은 "Describe how ordinary people make actual decisions"에 초점을 맞춘다. 즉, 보통 사람들이 실제로 어떻게 판단하고 행동하는지를 설명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이는 실제 의사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편향과 오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 사건은 이러한 기술적 접근방식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2015년 발생한 이 스캔들은 단순한 기술적 문제가 아니었다. 연구 결과, 이는 조직 문화, 보상 체계, 내부 통제 시스템 등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이는 실제 의사결정이 이상적인 모델과는 매우 다르게 이루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 다른 예로 구글의 CAPTCHA 시스템 개발 과정을 들 수 있다. 초기에는 단순히 봇을 막기 위한 보안 도구였지만, 연구자들은 사람들이 CAPTCHA를 풀 때 보이는 행동 패턴을 면밀히 관찰했다. 이를 통해 시스템을 머신러닝을 위한 데이터 수집 도구로 진화시켰고, 현재는 Google Books의 텍스트 디지털화에도 활용되고 있다. 이는 실제 사용자들의 행동 패턴을 관찰하고 이해하는 것이 혁신적인 해결책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규범적 접근방식은 "Direct how super-intelligent and rational people should make decisions"를 추구한다. 이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람이라면 어떻게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지를 제시한다. 맥킨지의 의사결정 프레임워크가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복잡한 의사결정 문제를 다음과 같은 단계로 체계화한다: 문제 정의, 의사결정 기준 설정, 대안 도출, 대안 평가, 위험 분석, 최종 결정. 이러한 체계적 접근은 특히 전략적 의사결정에서 중요하다.


아마존의 의사결정 방식도 주목할 만하다. 제프 베조스는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 "6-page narrative"를 작성하도록 한다. 이는 파워포인트 발표 대신 상세한 문서를 통해 생각을 정리하고 논리를 검증하는 방식이다. 문서 작성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논리적 허점이 드러나고, 더 깊은 분석이 필요한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이 문서는 향후 유사한 상황에서 참고할 수 있는 중요한 지식 자산이 된다.


처방적 접근방식은 "Prescribe how ordinary people can make better decisions"를 목표로 한다. 이는 보통 사람들이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실용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영국 정부의 'Behavioral Insights Team'(일명 Nudge Unit)은 이러한 접근방식의 성공적인 사례다. 예를 들어, 세금 고지서의 문구를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미 세금을 납부했습니다"로 변경함으로써 납부율을 크게 향상시켰다. 이는 인간의 행동 특성을 이해하고 이를 활용하여 더 나은 결과를 이끌어낸 예다.


현대 경영에서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넷플릭스의 콘텐츠 제작 결정 과정이 대표적이다. 넷플릭스는 시청자들의 시청 패턴, 검색 기록, 완주율 등 수천 개의 데이터 포인트를 분석하여 새로운 콘텐츠 제작을 결정한다. '하우스 오브 카드'는 이러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의 성공적 사례다. 전통적인 방송사들이 파일럿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시청률을 보면서 시리즈 제작을 결정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접근방식이다.


그러나 데이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사람들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를 때가 많다. 우리가 그것을 보여주기 전까지는"이라고 말했다. 이는 때로는 직관적이고 창의적인 의사결정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실제로 아이폰, 아이패드와 같은 혁신적 제품들은 시장 조사나 데이터 분석만으로는 탄생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같은 상황이라도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의사결정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를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라고 한다. 이 효과의 영향력을 잘 보여주는 고전적인 실험이 있다. 어떤 치명적인 질병의 치료법을 두고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방안이 제시되었다:


방안 A는 "200명의 생명을 확실히 구할 수 있다"고 설명되었고, 방안 B는 "600명 모두가 살 수 있는 확률이 1/3이고, 아무도 살지 못할 확률이 2/3이다"라고 제시되었다. 이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방안 A를 선택했다. 그러나 같은 상황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을 때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방안 C는 "400명이 확실히 죽는다"로, 방안 D는 "아무도 죽지 않을 확률이 1/3이고, 600명 모두가 죽을 확률이 2/3이다"로 설명되었다. 이번에는 대부분이 방안 D를 선택했다. 실제로는 A와 C, B와 D가 각각 동일한 상황을 다르게 표현한 것임에도, 프레이밍에 따라 선택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이러한 프레이밍 효과는 기업의 의사결정에서도 자주 나타난다. 2011년 넷플릭스의 사업 분할 결정이 대표적인 예다. 당시 넷플릭스는 DVD 대여 사업부를 'Qwikster'라는 별도 회사로 분리하려 했다. 이를 '디지털 전환을 위한 혁신적 결정'으로 프레이밍했지만, 고객들은 이를 '기존 서비스의 축소'로 받아들였다. 결국 극심한 반발에 부딪혀 계획을 철회해야 했다. 같은 의사결정이라도 어떻게 표현하고 전달하느냐에 따라 이해관계자들의 반응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또 다른 흥미로운 예는 기업의 비용 절감 프로그램에서 찾을 수 있다. '비용 절감'이라는 표현은 종종 직원들의 저항을 불러일으키지만, 같은 내용을 '효율성 향상' 프로그램으로 프레이밍하면 더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다. GE의 잭 웰치가 추진한 'Work-Out'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이는 본질적으로는 비용 절감 프로그램이었지만, 직원들의 참여와 권한 강화를 강조함으로써 성공적으로 실행될 수 있었다.


미래의 의사결정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의 발달은 의사결정 과정에 새로운 차원을 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알고리즘 트레이딩은 이제 금융 시장에서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다. 그러나 이는 새로운 형태의 위험도 가져온다. 2010년 5월 6일 발생한 '플래시 크래시'는 알고리즘 간의 상호작용이 어떻게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윤리적 의사결정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자율주행차의 트롤리 딜레마(사고 상황에서 누구를 우선 보호할 것인가)는 기술적 문제를 넘어 윤리적 판단이 필요한 대표적 사례다. 이러한 결정을 어떻게 프로그래밍할 것인가는 단순한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문제다.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관련 의사결정도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기업들은 이제 재무적 성과뿐만 아니라 환경적, 사회적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파타고니아가 "지구가 우리의 유일한 주주"라고 선언한 것은 이러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단기적 이익을 넘어 장기적 지속가능성을 고려하는 새로운 의사결정 패러다임의 등장을 의미한다.


결론적으로, 현대의 의사결정은 더욱 복잡하고 다차원적인 성격을 띠게 되었다. 데이터와 직관, 단기적 효율성과 장기적 지속가능성,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되었다.



Chapter 3: 의사결정의 심리적 요인


인간의 정보처리 시스템은 컴퓨터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컴퓨터가 프로그래밍된 대로 정확하고 일관된 정보처리를 하는 것과 달리, 인간의 정보처리는 여러 가지 독특한 특성과 한계를 보인다. 이러한 특성들은 우리의 의사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때로는 판단 오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것은 정보의 지각 과정에서 나타나는 선택적 지각이다. "We hear what we want to hear, We see what we want to see"라는 말이 있듯이, 인간은 100이라는 정보가 주어졌을 때 그 정보의 모든 것을 균형 있게 활용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의 입맛에 맞는 정보를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고 처리한다. 예를 들어, 어떤 경영자가 특정 사업 확장을 결정했다고 하자. 이후 이 경영자는 자신의 결정을 지지하는 정보는 쉽게 받아들이는 반면, 그 결정에 의문을 제기하는 정보는 무시하거나 과소평가하는 경향을 보일 것이다. 이러한 선택적 지각은 우리의 판단을 왜곡시키는 첫 번째 심리적 장벽이 된다.


둘째로, 인간의 정보처리는 본질적으로 순차적이다. 컴퓨터가 여러 정보를 동시에 병렬처리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인간은 한 번에 하나의 정보만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다. 이는 마치 여러 부서에서 동시에 보고가 들어올 때, 우리의 뇌가 각각의 보고를 차례대로 처리할 수밖에 없는 것과 같다. 이러한 순차적 처리의 한계는 오늘날과 같이 급격한 변화가 일상이 된 경영 환경에서 특히 큰 약점이 될 수 있다. 여러 변수들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순차적 처리는 전체 그림을 보는 것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인간의 정보처리 능력 자체의 한계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허버트 사이먼은 "복잡한 문제를 구조화하고 해결하는 인간의 능력은 객관적이고도 이성적인 해결책이 요구되는 현실 문제의 크기와 비교하면 새 발의 피 정도다"라고 말했다. 이는 매우 날카로운 통찰이다. 실제로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경영 현실의 복잡성은 인간의 인지 능력을 훨씬 뛰어넘는 경우가 많다. 바로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인간은 휴리스틱, 즉 경험의 법칙이나 자기발견적 판단방법을 발전시켜왔다.


마지막으로, 인간의 기억 처리 과정도 컴퓨터와는 매우 다르다. 컴퓨터가 정보를 있는 그대로 저장하고 그대로 불러오는 것과 달리, 인간은 정보를 저장할 때 이를 여러 조각으로 파편화시키고, 나중에 기억을 재생할 때는 이 파편들을 재구성한다. 이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다른 정보들의 파편이 함께 조합될 수 있다. 이는 마치 여러 퍼즐 조각들이 뒤섞여 있는 상자에서 필요한 조각들을 꺼내 맞추는 것과 같은데, 가끔은 다른 퍼즐의 조각이 섞여 들어가기도 한다.


이러한 인간 정보처리 시스템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은 더 나은 의사결정을 위한 첫걸음이다. 우리의 뇌가 가진 이러한 한계들을 인정하고 이해할 때, 비로소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복잡한 의사결정 상황에서 이러한 한계들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따라서 현대의 경영자들은 이러한 인지적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다양한 도구와 시스템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인간은 복잡한 문제에 직면했을 때 이를 단순화하여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때 사용하는 것이 바로 휴리스틱, 즉 경험의 법칙이나 자기발견적 판단방법이다. 휴리스틱은 우리의 의사결정을 도와주는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지만, 동시에 심각한 판단착오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대표성 휴리스틱은 가장 흔히 발견되는 사고방식 중 하나다. 이는 어떤 집단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어서, 자신의 독특한 경험으로 형성된 고정관념임에도 그것을 해당 집단의 전형적 특징으로 일반화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한 번 성공한 사업 모델을 다른 시장에도 그대로 적용하려는 시도나, 특정 지역이나 학교 출신자에 대한 획일적인 평가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러한 대표성 휴리스틱은 지역차별, 성차별, 학력차별과 같은 사회적 폐단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회상용이성 휴리스틱도 우리의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친다. 사람들은 머릿속에서 쉽게, 신속하게 떠오르는 정보에 더 큰 비중을 두는 경향이 있다. 이것이 바로 기업들이 광고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는 이유다. 소비자의 머릿속에 브랜드를 각인시켜 구매 시점에 쉽게 떠올릴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는 "내가 해봤는데..."라는 식의 선례의 함정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과거의 경험이 현재 상황에 반드시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쉽게 떠오르는 과거 경험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


앵커링조정 휴리스틱은 특히 협상이나 가치 평가 상황에서 자주 나타난다. 인간의 판단은 특정 기준점이 주어지면 그 주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특성이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외국인에게 불국사의 창건 연도를 물어볼 때, 서기 500년을 기준으로 제시한 경우와 1000년을 기준으로 제시한 경우 답변이 크게 달라진다. 이는 마치 배가 닻을 내리면 그 주변에서만 움직일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다.


감정 휴리스틱의 영향력도 간과할 수 없다. 특히 마케팅 분야에서는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단어를 피하고 긍정적 이미지를 주는 용어를 선택적으로 사용한다. '프리미엄', '내추럴', '순한' 등의 용어 선택이 대표적이다. 반면 'GMO'와 같은 용어는 '프랭큰푸드'라는 부정적 이미지의 용어로 대체되어 사용되기도 한다. 이러한 감정적 판단은 때로 치명적인 비즈니스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1980년대 왕연구소(Wang Lab)가 IBM에 대한 부정적 감정 때문에 DOS 운영체제 사용을 거부하고 독자적인 운영체제를 개발하려 했다가 실패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다양한 휴리스틱이 존재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인간의 사고 체계가 두 가지로 나뉘어 있기 때문이다. System 1은 빠르고, 직관적이며, 감성적인 판단을 하는 체계다. 반면 System 2는 천천히,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체계다. 문제는 우리가 어떤 상황에 직면했을 때 항상 System 1이 먼저 작동한다는 점이다. 더 심각한 것은 많은 경우 우리가 System 1이 내린 판단에 만족하여 더 이상의 깊은 사고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System 2는 교육과 훈련을 통해 발전시킬 수 있지만, 65세 정도가 되면 그 기능이 쇠퇴하기 시작한다. 이것이 바로 "노인은 어린애와 같다"는 말이 나온 이유다.


우리가 저지르는 판단착오 중 가장 위험한 것은 아마도 '확신의 덫'일 것이다. 이는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는 정보는 반복되는 정보라 할지라도 빠르게 받아들이고,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받아들이지 않거나 외면하는 현상을 말한다. 마치 자신의 생각을 강화하는 정보만을 골라 담는 필터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확신의 덫을 피하기 위해서는 'Consider the opposite strategy', 즉 반대로 생각해보기 전략이 필요하다. "나의 생각이 만약 잘못되었을 경우, 어떠한 일이 벌어질까? 만일 내 생각과 다른 것이 사실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와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다른 관점을 고려하자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판단이 틀렸을 경우의 결과까지 진지하게 검토하자는 의미다.


더 깊은 심리적 현상으로 '인지부조화'가 있다. 이는 자신의 생각과 행동의 차이에서 오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바꾸기 어려운 행동 대신 생각을 바꾸는 현상을 말한다. 이솝우화의 '여우와 신포도' 이야기가 전형적인 예다. 여우는 따먹을 수 없는 포도를 보고 "어차피 덜 익어 신맛이 날 거야"라고 생각을 바꾼다. 이러한 인지부조화는 고가의 제품을 구매한 후의 심리 상태에서도 잘 나타난다. 비싼 물건을 구매한 후 "역시 이게 최고야"라고 스스로를 설득하는 것이다.


경영 현장에서 인지부조화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는 궤변을 양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행동은 이미 벌어졌기 때문에 되돌릴 수 없고, 그래서 자신의 생각을 바꾸게 되는데, 이것이 잘못된 의사결정을 정당화하는 메커니즘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생각과 행동이 잘못되었음을 인지했을 때는 빠른 교정이 필요하다.


'타성의 저주'는 또 다른 위험한 심리적 함정이다. 특히 점쟁이 전략(Fortune Teller Strategy)이라 불리는 현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위기는 결코 한 번에 찾아오지 않는다. 반드시 작은 신호들, 즉 전조들이 앞서 나타난다. 하인리히(Heinrich) 법칙은 이를 1:29:300의 비율로 설명한다. 큰 사고가 있기 전에 그와 관련된 29번의 작은 사고들이 있었고, 300번의 징후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블랙스완(Black Swan)' 현상이다. 이는 터질 확률이 매우 적지만 터지고 나면 파급효과가 매우 큰 사건을 말한다. 과거의 경험으로는 일어나리라 생각하지 않았지만, 일단 발생하면 과거의 통념을 완전히 깨버리는 사건들이다. 이를 설명하는 재미있는 우화가 '칠면조의 착각'이다. 매일 먹이를 주는 주인의 사랑을 믿었던 칠면조는 1,000일 동안의 경험을 근거로 자신의 미래를 낙관했지만, 1,001일째 되는 추수감사절 날, 칠면조는 식탁에 오르고 만다.


이러한 심리적 특성들이 우리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의 뇌가 진화 과정에서 발전시킨 생존 전략과 관련이 있다. 빠른 판단과 직관적 결정은 과거 생존 환경에서는 매우 유용했다. 하지만 오늘날과 같이 복잡하고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서는 오히려 장애가 될 수 있다.


현대의 경영자들은 이러한 심리적 특성들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더 나아가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중요한 의사결정 전에 반드시 다양한 관점의 의견을 청취하는 절차를 마련한다거나, 데이터에 기반한 객관적 분석을 의무화하는 것이다. 또한 정기적으로 위기의 징후를 점검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결국 우리의 뇌가 가진 이러한 특성들은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한계를 인정하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Chapter 4: 집단의사결정의 특성과 과정


논어에 나오는 "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라는 구절은 집단의사결정의 본질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다. 군자는 화합하지만 같지 않고, 소인은 같지만 화합하지 않는다는 이 말은, 진정한 집단의사결정이 단순한 동조나 획일화가 아닌 다양한 의견의 조화로운 수렴 과정이어야 함을 의미한다.


배경이나 응집력이 높은 집단의 사고 형태는 때로 놀라운 성과를 낳기도 하지만, 심각한 판단 착오를 초래할 수도 있다. 1963년 발생한 미국의 피그만 사태는 집단 판단 착오가 얼마나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케네디 행정부의 최고위 정책결정자들은 쿠바 침공 계획의 심각한 결함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집단 내 합의를 중시하는 분위기 속에서 이를 제대로 지적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이 작전은 처참한 실패로 끝났고, 미국의 국제적 위신에 큰 타격을 주었다.


이러한 실패를 경험한 후, 케네디 대통령은 정책결정 과정을 크게 수정했다. 특히 회의에서 다른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는 건설적 불일치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역사적 교훈이 되었다. 실제로 집단 사고의 폐해는 시간이 촉박하고 중요한 사안일수록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시간이 없고 중요한 사안을 결정할 때 집단의 결속력을 증명하는 기회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리더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 리더는 회의자리에서 구성원들 의견의 불일치를 조장할 필요가 있다. 인텔의 앤디 그로브가 조용히 끝날 것 같은 회의에 의도적으로 '싸움닭'을 투입했다는 일화나, GM의 알프레드 슬론이 만장일치로 통과될 것 같은 안건의 의결을 일부러 미룬 사례는 이러한 '건설적 불일치'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이들은 공적인 일은 동호회처럼 코드가 맞는 사람끼리 모여서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의 개념은 이러한 맥락에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원래 곤충학자들이 만든 이 용어는 이제 현대 경영의 핵심 개념이 되었다. 특히 융합(Convergence)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 분야의 지식만으로는 불충분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이유로 창의적인 기업들은 신입사원 채용 시 학문적 배경의 스펙트럼을 의도적으로 넓게 가져가는 경향이 있다. 불특정 다수가 서로 협력하고 경쟁하는 과정에서 더 크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 집단지성의 핵심 개념이다.


현대의 집단의사결정은 더 이상 조직의 경계에 갇혀있지 않다.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하면서, 기업은 내부 자원뿐만 아니라 외부의 연구소, 대학, 심지어 경쟁사의 지식까지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협력의 차원을 넘어, 의사결정의 질을 근본적으로 향상시키는 새로운 방식이다.


예를 들어, P&G는 'Connect + Develop' 프로그램을 통해 혁신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전통적으로 기업들은 자체 연구개발에만 의존했지만, P&G는 내부 연구진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외부 전문가 네트워크에 공개하고, 전 세계의 과학자와 엔지니어들로부터 해결책을 얻는다. 이를 통해 R&D 비용은 줄이면서도 혁신의 속도는 높일 수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러한 방식이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창의적 해결책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다.


집단의사결정의 또 다른 중요한 측면은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 현상이다. 이는 승자가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제시함으로써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승자의 저주가 일어나는 근본적인 이유는 판매자와 구매자가 갖고 있는 정보의 양과 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성(Asymmetry of Information)은 특히 경매 상황이나 M&A 과정에서 자주 발생한다.


M&A에서의 집단의사결정은 특히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M&A를 고려할 때는 다음과 같은 핵심 요소들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는 목적(목가)으로, 여기에는 명분과 실리가 모두 포함된다. 단순한 규모의 확대나 시장 점유율 증가를 넘어, 진정한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둘째는 가치평가(역)로, 적정한 유보가격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는 역지사지의 자세다. 경쟁자와 인수대상기업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넷째는 화학적 결합의 가능성이다. 특히 기업 문화의 통합 가능성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속적인 가치창출 가능성을 평가해야 한다.


토요타의 '현장 개선' 시스템은 효과적인 집단의사결정의 또 다른 좋은 예다. 이 시스템에서는 생산라인의 모든 작업자가 문제점을 발견하면 즉시 생산을 중단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이는 의사결정 권한을 현장으로 분산시킴으로써, 문제를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한다. 이러한 방식이 가능한 것은 토요타가 오랜 시간에 걸쳐 구축한 신뢰의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집단의사결정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화상회의 기술의 발달로 전 세계 구성원들이 실시간으로 의견을 교환할 수 있게 되었고, 빅데이터와 AI 기술은 의사결정의 질을 한층 높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적 진보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기술이 발달할수록 인간적인 요소, 즉 신뢰와 소통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강조할 것은 집단의사결정의 타이밍이다. 시간이 촉박하고 중요한 사안일수록 집단사고의 위험은 커진다. 따라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는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고, 다양한 관점의 의견을 청취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동시에 의사결정이 지나치게 지연되어 기회를 놓치는 일도 경계해야 한다. 이러한 균형을 잡는 것이 현대 경영자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결국 성공적인 집단의사결정의 핵심은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정신에 있다. 다양한 의견이 자유롭게 개진되면서도, 궁극적으로는 조직의 목표를 향해 하나로 모아질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 장에서는 이러한 집단의사결정을 보다 체계적으로 만들어주는 구체적인 방법론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Chapter 5: 계층화분석과정(AHP)을 통한 의사결정


의사결정의 과정에서 우리는 종종 여러 가지 기준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고려하는 평가기준이 하나일 때는 선택이 비교적 쉬워지지만, 보통 우리가 하나만 보고 선택을 하지는 않는다. 신차를 구매하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우리는 가격, 연비, 디자인, 안전성, 브랜드 가치 등 수많은 요소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각각의 기준이 서로 다른 단위와 중요도를 가지고 있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계층화분석과정(Analytic Hierarchy Process, AHP)은 이러한 복잡한 의사결정 문제를 체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다기준 의사결정(Multi-Criteria Decision Making)이 어려운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첫째는 평가기준들의 가중치(상대적인 중요도)이고, 둘째는 각 평가기준 하에서 각 대안의 매력도(선호도)이다. 이 두 가지 정보를 객관적이고 일관성 있게 도출하는 것이 쉽지 않다.


특히 가중치를 항목별로 임의로 할당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평가자의 주관이 과도하게 개입될 수 있고, 항목 간 상대적 중요도의 일관성이 결여될 수 있으며, 집단 의사결정 시 합의점 도출이 어려울 수 있다. AHP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체계적인 접근 방식을 제공한다.


AHP의 가장 큰 특징은 이원비교(Pairwise Comparison)의 활용이다. 사람은 동시에 여러 대상을 비교하는 것보다 두 개의 대상을 비교할 때 가장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다. "A가 B보다 얼마나 더 중요한가?"라는 질문에 1-9척도를 사용하여 답하게 된다. 여기서 1은 '동등하게 중요'를 의미하고, 9는 '극히 더 중요'를 의미한다. 2,4,6,8은 중간값으로 사용된다.


이 척도는 단순한 숫자가 아닌 비율척도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예를 들어, 5라는 값은 '한 요소가 다른 요소보다 5배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비율척도의 사용은 판단의 일관성을 검증할 수 있게 해준다. 만약 A가 B보다 3배 중요하고, B가 C보다 2배 중요하다면, 이론적으로 A는 C보다 6배 중요해야 완벽한 일관성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인간의 판단은 이처럼 완벽한 일관성을 가지기 어렵다. AHP에서는 일관성 비율(Consistency Ratio, CR)이라는 지표를 통해 판단의 일관성을 측정한다. 일반적으로 CR ≤ 0.1을 기준으로 일관성을 판단하지만, 문제의 특성에 따라 0.15나 0.2까지도 허용되기도 한다. 이는 인간 판단의 불완전성을 인정하면서도, 너무 심각한 비일관성은 경계하는 현실적인 접근이다.


여러 명의 의사결정자가 참여하는 상황에서 AHP를 활용할 때는 기하평균을 사용한다. 기하평균을 사용하는 이유는 매우 명확하다. 첫째, 극단값의 영향을 완화할 수 있다. 둘째, 역수관계(reciprocal property)를 만족한다. 셋째, 모든 평가자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세 사람이 A와 B를 비교할 때 각각 1, 3, 9라는 값을 제시했다면, 이들의 기하평균인 3이 최종 판단값이 된다.


AHP는 두 가지 측정 방식을 제공한다. 상대적 측정과 절대적 측정이다. 상대적 측정은 모든 대안을 쌍대비교하는 방식이다. 이는 정확한 판단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대안이 많아지면 비교 횟수가 급격히 증가하는 단점이 있다. 또한 새로운 대안이 추가되면 기존의 순위가 바뀔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반면 절대적 측정은 각 평가기준별로 등급을 설정하고, 각 대안을 이 등급에 따라 평가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학생들의 성적을 평가할 때 우리는 보통 절대적 측정을 사용한다. A, B, C, D 등의 등급을 미리 정해놓고 각 학생의 성취도를 이에 따라 평가하는 것이다. 이 방식은 많은 수의 대안을 평가할 때 유용하며, 새로운 대안이 추가되어도 기존 순위가 바뀌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절대적 측정을 사용할 때는 등급 설정이 매우 중요하다. 각 등급은 명확한 정의를 가져야 하고, 등급 간 구분이 객관적이어야 하며, 실제 데이터에 기반하여 설정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태도'라는 항목에서 '열정적'이라는 등급을 성취하기 위한 구체적인 기준이 제시되어야 한다. 모호한 기준은 평가의 객관성을 해칠 수 있다.


AHP를 실무에 적용할 때는 몇 가지 중요한 원칙들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한 계층에서 평가요소는 7개를 초과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인간의 인지적 한계와 관련이 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인간은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만약 더 많은 평가요소가 필요하다면, 이를 하위 계층으로 나누어 구조화하는 것이 좋다.


둘째, 평가기준 간에는 독립성이 유지되어야 한다. 서로 중복되거나 종속적인 기준들은 특정 요소에 과도한 가중치가 부여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안전성'과 '사고 예방'은 서로 중복되는 기준일 수 있으므로, 이를 하나의 기준으로 통합하거나 명확히 구분하여 정의할 필요가 있다.


셋째, MECE(Mutually Exclusive, Collectively Exhaustive)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즉, 평가기준들은 서로 겹치지 않으면서(상호배타적), 동시에 전체를 빠짐없이 포괄해야(전체망라적) 한다. 이는 의사결정의 객관성과 완결성을 보장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AHP의 가장 큰 장점은 복잡한 의사결정 문제를 체계적으로 분해하고, 인간의 자연스러운 판단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그 판단의 일관성을 검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것이 만능해결책은 아니다. AHP는 어디까지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도구일 뿐, 최종적인 판단과 책임은 의사결정자의 몫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AHP가 제시하는 결과를 맹목적으로 따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때로는 계량화하기 어려운 직관이나 경험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따라서 AHP의 결과는 하나의 중요한 참고사항으로 활용하되, 최종 의사결정은 여러 가지 상황적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결론적으로, AHP는 현대 경영에서 매우 유용한 의사결정 도구이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그 원리와 한계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Chapter 6: 의사결정 방법론의 실무 적용


지금까지 우리는 의사결정의 본질과 다양한 방법론들을 살펴보았다. 이제 이러한 이론들이 실제 경영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구체적인 사례들을 통해 알아보도록 하자. 1g의 행동이 1톤의 아이디어보다 무겁다는 말처럼, 아무리 좋은 의사결정이라도 실행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기업 경영에서 발생하는 의사결정의 오류는 크게 인지적 판단착오와 동기적 판단착오로 나눌 수 있다. 인지적 판단착오는 판단착오를 범하고 싶지 않지만 두뇌의 한계 때문에 범하는 것이고, 동기적 판단착오는 판단착오인 것을 알면서도 이해관계의 충돌 때문에 범하는 것이다. 머크(Merck)사의 바이옥스(VIOXX) 사례는 이러한 판단착오의 위험성을 잘 보여준다.


바이옥스는 출시 직후부터 놀라운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2000년, 바이옥스가 심장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의학저널에 발표되었다. 이때 머크의 경영진들은 중대한 의사결정의 기로에 섰다. 바이옕스는 당시 머크의 주력 제품 중 하나였고, 시장에서 철수할 경우 막대한 매출 손실이 예상되었다. 경영진들은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결국 2004년, 첫 번째 개인소송에서 패소한 후에야 제품을 철수했지만, 이미 1억 개가 넘는 바이옕스가 처방된 후였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게 된" 대표적인 사례였다.


이처럼 동기적 판단착오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이해관계의 충돌에서 비롯된다. 단기적인 기업 실적과 주가에 미칠 영향을 우려한 나머지, 필요한 조치를 미루다가 더 큰 위기를 자초하는 것이다. 이러한 판단착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내부 통제 시스템과 함께, 윤리적 의사결정을 장려하는 기업 문화가 필요하다.


월트 디즈니의 유로디즈니 프로젝트는 문화적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의사결정의 실패 사례다. 디즈니는 미국에서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동일한 운영 방식을 프랑스에 그대로 적용하려 했다. 그러나 이는 심각한 문화적 충돌을 야기했다. 예를 들어, 프랑스인들은 아침식사를 간단히 하는 문화인데도 미국식 뷔페 아침식사를 제공했고, 프랑스에서는 점심시간이 매우 중요한 문화적 의미를 가지는데도 이를 고려하지 않았다. 또한 직원들의 복장 규정에 대해서도 프랑스의 노동문화를 고려하지 않은 채 미국식 기준을 적용했다.


반면 IBM의 성공적인 변신은 효과적인 의사결정의 좋은 예를 보여준다. 1990년대 초 IBM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PC 시대의 도래와 함께 메인프레임 컴퓨터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이 도전받기 시작했고, 기업 문화는 경직되어 있었다. 이때 영입된 루 거스너(Lou Gerstner) CEO는 파격적인 변화를 시도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는 것이다.


현대 기업의 혁신적인 의사결정 사례 중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넷플릭스의 사례다. 넷플릭스는 2011년 DVD 렌탈 사업부문을 'Qwikster'라는 별도 회사로 분리하려 했다. 이는 효율성 측면에서는 합리적인 결정으로 보였다. 그러나 고객들의 강한 반발에 직면했고, 결국 이 계획을 철회했다. 대신 스트리밍 서비스에 더 많은 투자를 집중했는데, 이는 단기적으로는 효율성이 떨어졌지만 고객들의 needs를 더 효과적으로 충족시킴으로써 장기적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넷플릭스의 또 다른 혁신적인 면은 콘텐츠 제작 결정 과정이다. 시청자들의 시청 패턴, 검색 기록, 완주율 등 수천 개의 데이터 포인트를 분석하여 새로운 콘텐츠 제작을 결정한다. '하우스 오브 카드'는 이러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의 성공적 사례다. 기존의 방송사들이 파일럿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시청률을 보면서 시리즈 제작을 결정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접근방식이었다.


아마존의 의사결정 문화도 주목할 만하다. 아마존은 "Day 1" 마인드셋을 강조한다. 이는 마치 창업 첫날처럼 신중하고 철저하게 의사결정을 하라는 의미다. 특히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는 "6-page narrative"를 작성하도록 한다. 이는 파워포인트 발표 대신 상세한 문서를 통해 생각을 정리하고 논리를 검증하는 방식이다. 또한 아마존은 의사결정의 속도와 질을 높이기 위해 '2-Pizza Team' 원칙을 적용한다. 두 판의 피자로 먹여살릴 수 있는 크기의 작은 팀이 의사결정의 최적 단위라는 것이다.


구글의 '20% 룰'은 혁신을 위한 의사결정 권한의 분산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직원들이 근무 시간의 20%를 자신의 프로젝트에 할애할 수 있게 함으로써, 지메일, 구글 뉴스 등 혁신적인 제품들이 탄생했다. 이는 의사결정 권한을 개별 구성원에게 부여함으로써 창의성을 끌어낸 사례다.


토요타의 '현장 개선' 시스템은 또 다른 형태의 분산된 의사결정을 보여준다. 생산라인의 모든 작업자가 문제점을 발견하면 즉시 생산을 중단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권한 이양이 아니라, 현장의 문제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다. 이러한 방식이 가능한 것은 토요타가 오랜 시간에 걸쳐 구축한 신뢰의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현대 경영에서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관련 의사결정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파타고니아의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파타고니아는 "지구가 우리의 유일한 주주"라는 슬로건 아래, 모든 수익을 환경 보호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단기적 이익을 넘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성을 극단적으로 강조한 의사결정이었다.


미래의 경영 환경은 더욱 복잡해지고 불확실성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의 발달은 의사결정 과정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하는 동시에, 새로운 도전도 제시한다. 예를 들어 알고리즘 편향성의 문제나 데이터 해석의 오류 가능성 등은 새롭게 주목해야 할 문제들이다.


결론적으로, 성공적인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필요하다. 첫째, 데이터와 직관의 균형이다. 둘째, 단기적 효율성과 장기적 지속가능성의 균형이다. 셋째, 중앙집중적 통제와 분산된 자율성의 균형이다. 넷째, 속도와 신중함의 균형이다. 이러한 균형을 잡는 것이 현대 경영자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이론과 실제의 접점에 서 있다. 앞서 살펴본 다양한 방법론과 사례들은 더 나은 의사결정을 위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이러한 도구들을 실제 상황에 맞게 적절히 활용하고, 끊임없이 학습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자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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