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가지 내가 가진 아주 작은 특별함은 더 있는데,
하지만 정말 작은 특별함이라 속독보다 더 설명하기 힘들다.
'내가 이런 걸 할 수 있다'라고 말하기도 힘들고, 어찌 보면 부끄럽기까지 한 것들 말이다.
한 가지는 그래도 뒤에 말할 것보단 그럴듯해 보이는 특별함이다.
'소리를 분리해서 듣기'가 가능하다.
음악을 듣고 있으면 모든 것을 듣고 있지만, 동시에 모든 파트를 따로 분리해 듣는다.
언제든 한 가지 파트를 꺼내서 흥얼댈 수 있다. 파트가 얼마나 많은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교향곡에서 클라리넷의 소리, 록을 듣고 있으면 베이스 기타의 선율을 곡이 끝나고 금세 흥얼댈 수 있다.
주변에 아무도 없이 나 혼자 음악을 했으면 오히려 대단한 것이라 착각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주변에는 진지하게 음악을 하는 사람이 많았고, 나는 그들에 비하면 음악을 시작하지도 않았다.
절대음감을 가지고 반의 반음이 떨어진 것도 눈치채는 친구도 있는가 하면, 아버지는 수십 페이지의 오케스트라의 악보를 외우는 것이 일상인 지휘자셨다.
그러다 보니 이런 작은 특별함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기엔 참 민망한 상황이었다. 자랑할 거리도 아니었으니까.
속독보다, 소리를 분리해 듣는 것보다 더 사소한 것은 '이미지화'다. 상상력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역사서를 보고 있으면 사극을 보는 것처럼 눈앞에 장면들이 구체적으로 펼쳐졌고,
음악을 들으면 그에 맞는 장면들이 뮤직비디오처럼 구체적으로 그려졌다.
이미지를 상상할 수 있는 것이라면 어떤 것이든 구체적이고 서사를 가진 영상으로 머릿속에서 그려졌다.
이 특별함은 속독만큼이나 학창 시절 때는 쏠쏠하게 도움이 되었다.
문학을 공부할 때면 남들은 텍스트를 억지로 넣는 동안 한 편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만 같았고,
역사를 공부할 때는 선사시대부터 펼쳐지는 장대한 대서사시가 머릿속에 펼쳐졌다.
여기에 속독이 더해지니 남들보다 빠르게 지문을 '감상해버려' 학습의 효율이 뛰어났다.
두 작은 특별함은 정말 사소하다. 속독처럼 가지고 있지 않은 척 짐짓 억누르지 않아도 됐다.
거기에 더해 모두가 이 정도는 하는 줄 알았다. 정말 특별하지 않은 줄 알았다.
속독은 눈에 띄는 속도의 차이라도 나지, 내가 말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몰랐다.
공부를 할 때도 그냥 열심히 해서 성과가 더 잘 나왔겠거니, 음악을 들어도 그냥 내가 많이 들어서 그렇겠거니 넘겼다.
그러다 요즘에 들어서야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내 경험이 공감받지 못하는 것을 깨달았다.
'그게 모두가 그럴 거라 생각하지 마'
한 친구의 말에 작은 어지럼을 느꼈다.
나는 '조금은 특별한 것'을 가지고 태어났었구나. 그때서야 실감했다.
이제야 말이다.
왜 말을 하지 않았을까.
어렸을 적 누군가에게 얘기해봤다면 어쩌면 내가 꿈꾸는 삶에 조금은 더 가까웠을지도 모르겠다.
그냥 지나가는 '좋은 사람'이 아닌 꿈 꾸는 것을 실현하는 사람이 벌써 되었을지도 모른다.
아주 작은 특별함이지만 분명 음악과 영상을 만드는 데는 도움이 되는 특별함이었을 것이다.
남들과 차별화되지는 않아도 이점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확실했다.
아니, 말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나는 내 특별함을 '작은 특별함'이라고 과소평가했던 것뿐이었다.
어정쩡한 것이 싫으면서, 보통 사람으로 사는 것이 싫으면서도 나는 내 특별함을 과소평가했다.
눈에 띄고 싶으면서도 특별함은 '작은 특별함'이라고 일축시켜버렸다.
'이건 별 것도 아니야, 내가 꿈꾸는 것을 하는 사람들은 더 대단해.'라고 되뇌기만 반복했다.
내가 가지고 있던 게 다이아몬드는 아니었어도 좋은 강철은 되었을 것이라고 깨달은 지금,
이미 주변은 나무를 가지고도 멋들어진 조각을 만들고 있다.
하늴없이 꿈만 꿔서, 어쩌다 보니 뭐 하나 제대로 못해서, 돈이 없어서, 시간이 없어서.
지금까지 내가 어정쩡한 이유를 대기 위해 많은 이유를 대 왔다.
물론 조금씩은 지금의 나를 형성하는 데 보태졌을 거다.
하지만 정말 큰 이유는 어쩌면 내가 나를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특별하고 싶은 범재라는 건 어쩌면 내가 만들어 낸 허상일지도 모르겠다.
난 내 특별함을 자라면서 죽여온 건지도 모르겠다.
내 작은 특별함을 몰랐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