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
시대를 가리지 않고 이보다 달콤하면서 무거운 단어가 있을까.
존경받고, 모두를 돌보고.. 다른 사람보다 한 발 앞서서 미래를 본다.
모든 스트레스를 이기며 팀원들과 함께 영광의 길로 갈 수 있는 사람.
그런 대단한 사람들이 리더라는 직책을 가지고 빛나는 것이다.
나는 그런 의미에선 참 리더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다.
언제나 앞에 나서는 것은 괴롭고, 사람과 말하는 것만으로도 큰 부하가 걸린다.
당연하게도 사람을 쓰는 방법은 모르겠다.
강력하게 일을 추진하지도 못하고, 결정은 더욱 못한다.
남들 앞에서 도저히 빛날 수가 없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리더로서 경력이 많다.
‘늘 학교에서 왕따를 당했다고 바로 앞에서 말해놓고 뭔 소리야’
글을 읽는 여러분도 믿기지 않겠지만 정말로 경력이 많다.
첫 리더의 경험은 교회에서였다.
교회에서는 말수 없이 성경만 읽는 내가 따돌림당하지 않았다.
오히려 타의 모범이 된다면 되었다.
빽빽한 작은 글씨. 두꺼운 성경책을 몇 달이면 한 번은 읽는 나는 어른들에게 무엇보다 바람직한 학생이었다.
더불어 어정쩡하더라도 음악 지식도 있으니, 찬양팀으로 활동시키기에도 좋았다.
사실 어른들 입장에선 이만큼 좋은 학생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중학교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떠밀려서 회장을 하게 되었다.
이후 청년부까지 교회에서 리더를 하지 않은 해보다 한 해가 더 많았다.
꽤 규모가 있는 교회, 나보다 학력도 리더십도 좋은 사람들이 많았다.
그 긴 기간 리더를 해오면서도 내 머릿속에는 의문이 가득했다.
‘정말 내가 좋은 리더라 이 자리에 있는 걸까?’
아무리 봐도 나를 진심으로 믿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뭔가 해보려고 해도 따라오는 이도 없었다.
마냥 내 시간 내 체력을 깎아서 늘 그랬듯이 늦은 시간까지 혼자서 일하기 일쑤였다.
힘든 소리도 못하고 그냥 혼자서 일하는 사람이니 편해서 덮어두고 날 리더로 만들어두고 있는 게 아닐까.
어둑한 예배당에서 혼자서 뒷정리를 하다 보면 그런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대학에 가서도 어쩌다 보니 떠밀려서 리더를 하곤 했다.
운동 동아리에서도 다른 운동을 잘하는 사람들이 아닌 내가 부장이 되었다.
팀 프로젝트를 해도 늘 팀장이 되어 프로젝트를 맡았다.
별로 하고 싶어 손을 들지도 않는데, 왜인지 지휘봉은 나에게 들려져 있었다.
싫으면 내던지면 될 텐데,
부담스럽고 힘든데도 그 지휘봉을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나 자신을 마주 보게 되는 기회가 생기면 도망가기 일쑤였으면서,
다른 사람들이 있으면 도망가지도 못하고 그저 벌벌 떨고 스트레스받으면서도 도망가지 못했다.
참 우스운 일이었다.
그렇게 도망가지 못하고 앞에 놓인 동아리에서도, 팀에서도 앞에 놓인 일부터 치워내기 급급했다.
잘하는 것은 꿈꾸기도 힘들었다. 앞에 놓여진 일만 간신히 완수해 낼 뿐이었다.
보통 이런 상황이면 소설이나 드라마에선 등 뒤에서 어깨를 두들겨주는 동료가 있었겠지만 내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
돌아보면 일이 완료되기를 기다리는 동료들이 있었다.
돌아볼 때면 힘이 빠졌지만 나는 아무 말도 못 했다.
아니, 어쩌면 그 팀원들도 뭐라도 도와달라고 내가 말하길 원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는 같이 하자는 제안을 하지도 하지도 못했다.
그것도 리더라면 갖출 능력이리라.
나는 쓴소리도 못하고, 같이 하자고 독려도 못하고, 보상을 걸고 일손을 끌어내지도 못했다.
그냥 여러 생각을 목구멍 뒤로 넘기며 어두커니 홀로 짐을 날랐다.
‘정말 내가 리더 일을 할 수는 있어서 이 자리에 있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는 리더가 되기엔 너무 부족했다.
좋은 구성원이긴 했지만, 언제나 겉도는 어정쩡한 사람.
내가 리더라고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없을 텐데, 왜인지 나는 계속해서 일을 맡았고 거부하지 못했다.
리더로 아무것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계속해 다른 사람들에 의해 리더라는 옷을 입혀졌고
몸에 맞지도 않는 옷을 입고는 그걸 벗지도 못한 채 거북이처럼 목만 빼고 허덕일 뿐이었다.
또 어떤 맞지 않는 옷이 입혀질지 두려웠다.
참 글을 쓰면서도 볼썽사나운 리더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