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이 반복되고도 명확한 흐름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조직의 방향은 점점 불안정해 보이기 시작한다. 외부에서 보면 전략이 자주 바뀌는 것처럼 보인다. 메시지가 달라지고, 타겟이 조정되며, 우선순위가 이동한다. 이전에 중요하다고 여겨졌던 것들이 어느 순간 조용히 뒤로 밀린다.
그러나 이 변화는 갑작스러운 전환이라기보다, 누적된 상태의 결과에 가깝다. 앞선 단계에서 어떤 선택도 고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다음 단계 역시 고정될 수 없다. 전략이 바뀌었다기보다는, 고정된 전략이 한 번도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 상태에서는 과거의 선택을 되돌아보기 어렵다. 무엇을 선택했고, 무엇을 포기했는지에 대한 기억이 분명하지 않다. 남아 있는 것은 실행의 흔적뿐이다. 캠페인은 기록으로 남아 있지만, 그 캠페인이 어떤 방향을 확정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설명할 수 있지만,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는 짧게 정리하기 어렵다.
전략은 문장으로 남지 않고, 상황에 따라 변하는 설명으로 대체된다.
전략이 바뀌는 것처럼 보이는 상태가 지속되면, 조직 안에서는 설명의 밀도가 급격히 높아진다.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말할 수 있지만, 왜 그렇게 하고 있는지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기는 점점 어려워진다. 전략은 방향이 아니라 맥락의 집합처럼 다뤄진다.
이때 전략은 문서로는 존재하지만, 기억으로는 남지 않는다. 회의 자료에는 전략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지만, 그 전략이 언제 어떤 판단을 통해 확정되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전략은 누군가의 결정이라기보다, 상황을 설명하기 위한 언어에 가까워진다.
전락이 고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과거를 돌아보는 방식도 달라진다. 이전 선택을 평가하기보다, 그 당시의 상황을 다시 설명한다. 설명은 길어지지만, 선택은 남지 않는다.
결국 전략은 바뀌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다시 설명된다. 설명은 늘어나지만, 선택은 남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이러한 상태는 피로를 만든다.
전략이 자주 바뀌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방향을 잃었다기보다,
한 번도 명확한 방향을 고정한 적이 없었던 상태에 가깝다.
선택의 흔적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때 조직은 종종 전략의 문제를 실행의 문제로 환원한다.
메시지가 부족했는지, 타겟이 잘못되었는지,
집행이 충분했는지에 대한 질문이 이어진다.
그러나 이 질문들은 전략이 흔들려 보이는 이유를 완전히 설명하지 못한다.
전략은 바뀌는 것이 아니라, 정리되지 않은 채 이어진다.
앞선 단계에서 남지 않은 선택들이,
다음 단계에서 다시 해석되고 다시 설명된다.
이 반복 속에서 전략은 점점 불분명해진다.
결국 전략은 하나의 문장으로 남지 못한다.
지금의 방향을 설명하는 말은 많지만,
그 방향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이 상태가 지속될수록, 전략은 더욱 불안정해 보인다.
이 장에서 드러나는 것은 전략의 부재가 아니다.
전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전략이 고정된 형태로 남지 못한 상태다.
이 상태가 이어질 때,
조직은 또 다른 방식으로 일관성을 찾으려 한다.
전략은 정말로 자주 바뀌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바뀌었다고 느낄 만큼, 남아 있는 것이 없었던 것일까.
선택이 기록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략은 어떻게 보이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