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가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한 상태에서도, 조직의 움직임은 멈추지 않는다.
확정되지 않은 상황을 그대로 두기 어려울 때, 조직은 다른 선택을 한다.
바로 새로운 시도를 추가하는 것이다.
이 시도는 종종 ‘실험’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메시지를 조금 바꿔서 다시 집행하는 캠페인
타겟을 세분화해서 반응을 다시 보는 시도
랜딩 페이지 구조를 바꿔보는 작업
콘텐츠 형식을 달리해보는 테스트
예산을 소폭 조정해보는 시도
채널을 하나 더 추가해보는 집행
같은 캠페인을 기간만 늘려 다시 돌리는 행위
실험은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지금 상태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조금 더 명확한 신호를 얻기 위해,
확신을 갖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판단 아래에서 실험은 이어진다.
겉으로 보기에 이는 합리적인 다음 단계처럼 보인다.
문제는 실험의 횟수가 아니다.
실험은 충분히 많이 이루어진다.
형태를 바꾸고, 메시지를 조정하고, 대상을 달리한다.
각 실험은 나름의 목적을 갖고 시작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실험은 하나의 흐름으로 남지 않는다.
실험이 끝나면 결과는 정리된다.
성과는 기록되고, 이전 실험과 비교된다.
그러나 그 결과는 다시 ‘참고 자료’의 위치에 놓인다.
실험은 성공도 실패도 아닌 상태로 남는다.
어느 쪽으로도 명확히 분류되지 않는다.
이 상태에서는 실험이 축적되지 않는다.
앞선 실험이 다음 실험의 출발점이 되지 않는다.
각 실험은 개별적으로 존재할 뿐,
서로를 이어주는 맥락을 만들지 못한다.
실험은 많아지지만, 방향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실험이 반복될수록, 조직은 더욱 조심스러워진다.
하나의 실험 결과에 무게를 싣기보다,
여러 결과를 나란히 놓고 바라본다.
이 과정에서 실험은 점점 판단을 미루는 도구처럼 사용된다.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다음 실험을 위한 근거로 남는다.
흥미로운 점은, 실험이 실패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실험은 실패로도, 성공으로도 정리되지 않는다.
그 결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합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험은 끝나지 않는다.
형태만 바뀐 채 계속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실험은 원래의 역할을 잃는다.
무언가를 가려내기 위한 시도가 아니라,
불확실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장치가 된다.
실험은 계속되고 있지만,
조직은 여전히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
그 실험을 통해 무엇이 달라졌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이 장에서 드러나는 것은 실험의 부족이 아니다.
실험이 충분히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실험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지 못한 상태다.
이 상태가 길어질수록,
조직은 또 다른 방식으로 방향을 찾으려 한다.
실험은 왜 끝나지 않고 반복되는가.
실험이 남기지 못한 것은 결과였을까, 아니면 의미였을까.
그리고 이 반복은, 어떤 선택을 계속 뒤로 미루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