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 서평 『스무살 반야심경에 미치다』, 『정적』
나는 책을 매우 소중히 여긴다. 책을 구매할 때 표지에 찌그러짐이 없는지 꼼꼼하게 살피고 파본이 없는지 잘 살펴본다.
며칠 전 새로운 책을 인연이 닿아 몇 권 접하게 되었다. 한권은 도올 김용옥의 『스무 살 반야심경에 미치다』 라는 내용이고, 또다른 한권은 배철현 교수의 『정적』 이라는 책이다.
두 분 모두 대한민국에서 최고라 말할 수 있는 철학자 들이고, 어느 정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들어 봤을 법한 철학자들이다. 특히 종교학에 도가 튼 사람들이라 종교가 객관적일 수 있음에 놀랄 것이다. 글 자체가 깔끔하게 잘 다듬어진 대리석 같은 느낌을 주고 대중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글을 쓰는 필력을 가진 분들의 책이라 읽어 보았다.
두 권 모두 내용을 보면 글이 정육면체의 느낌으로 논리가 딱딱 맞으며, 모서리가 잘 다듬어 매우 부드러운 모양을 하고 있다. 규격에 맞게 글이 매우 깔끔하고, 그 속에 들어 있는 내용은 아주 단단하다.
본격적으로 두 책의 후기를 적자면, 두 책은 매우 닮아 있으나 다르고, 관점이 다르나 결국 하고자 하는 말은 하나로 합쳐지기도 하고, 정반대로 귀결이 될 수 도 있다.
우선 『스무살 반야심경에 미치다』는 금강경(금강반야바라밀경; 줄여서, 금강경, 반야심경)』을 쉽게 설명해 놓은 책이다. 반야심경의 또다른 이름인 금강경을 살펴보자. 금강이라는 것은 벼락이라는 것을 의미하고, 앞서 필자가 언급한 책은 탄소 분자의 연결일 뿐이지만 그 글을 보는 관점에 따라서 내 머리 속에서 많은 일이 내 머리 속에 일어난다고 설명을 했다. 그 관점에 따라서 긍정적 이미지, 혹은 부정적 생각이 일어날 수 있는데 금강이란 단어는 벼락을 의미하며 그 “관점에 벼락”을 때려서 생각을 바로 잡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신에 벼락”을 때리면서 생각을 바로 잡기를 원한다. 그리고 그 생각이 깨지면서 “세상에 모든 것이 공(비어있다, 존재가 없다)하다” 라고 표현을 한다. 금강경 자체가 워낙 심오하고 학자들마다 해석이 다르니 차이가 있겠지만, 그 심오한 학문을 조금이나마 맛보았다는 점에서 좋은 인연이 된 책이었다.
금강경에서 말하는 자신에게 벼락을 내려서 자신을 깨부수는 것이 무엇일까? 자신을 정말 물리적으로 깨부수는 것이 종교의 최고의 율법 중 하나일 리가 없다. 결국 자신을 잘 성찰해서 자신의 어리석음 무지함을 깨닫고, 집착과 욕망을 버리라는 것이 포인트다. 자신을 깨기 위해서 살펴봐야하는 그 과정, 자신을 성찰하는 방법을 담는 것이 『정적』의 내용이다. 그러면서도 『출애굽기』 와 같이 기독교적 관점도 매우 많이 녹아 있다. 물론 도올 김용옥의 『스무 살 반야심경에 미치다』 에서도 성경구절이 나오는 등 두 책 모두 종교적인 내용을 넘어서서 인간 본질을 샅샅이 살펴본다. 『정적』이란 책 제목이 바라는 것이 이 것이 아닐까? 책 표지에 쓰여있는 “나를 유혹하는 외부의 소리에 복종할 것인가, 내 안에서 흘러나오는 미세한 소리에 전율할 것인가” 이 메시지가 전하고자 하는 말이 불교에서 말하는, 성경에서 말하는 위대한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금강경에서 말하는 자신의 무지함을 깨닫는 것은 결국 겸손을 말하는 것이고,
“진리는 겸손한 사람에게 다가와 조금씩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친구다.” <욥기> 38:2-4 구절을 들어서 『정적』에서는 설명을 하고 있다.
몇가지 “마음의 소리”에 관한 구절을 『정적』에서는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인생은 자신의 운명을 모르는 자에게는 불평과 불만의 대상이다. 그는 자신이 가야 할 길에 들어서지 않고 남들에게 주어진 길을 따라가기 때문에 신명이 나지 않아 하루하루가 힘들다. 그러나 자신의 임무를 아는 사람은 인생 여정의 지도를 가졌기에 하루하루 가야 할 구간을 간다. (p.53)”
“인생은 지금 이 순간에 떠오르는 생각과 행동의 집합이다. 나의 삶은 겉으로는 상관없어 보이는 수많은 생각과 행동이 만들어 내는 총체다. 이 총체가 바로 나다.(p60)”
고전문헌학자답게 다양한 동,서양의 고어들을 파자(破字)의 형식을 통해 어원을 설명하며 지혜를 던저주는 책이다.
두 책 모두 “~해야 한다”라는 투의 자기계발서는 아니다. 오히려 수필에 가까울 정도로 담담하게 자신을 성찰하게 하는 수필에 가까운 글이다.
법정스님께서 우리가 살아가면서 너무 많은 소음을 내면서 살아가고 있다고 하시며, 입적하실 때 『무소유』 책을 모두 거두어 들이라는 말씀을 하셨다. 불가에서 하는 묵언 수행이 이런 것이 아닐까? 정적 속에서 소음에 귀를 닫고 내면에 귀를 기울이는 것. 곧 진정한 나를 찾는 것, 인간의 본질을 찾는 것. 종교를 뛰어넘어 현대인들이 한번쯤 고민해 볼만한 주제가 아닐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