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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올로스 Mar 13. 2020

문명의 붕괴, 말세론이 아닌 진정한 대비책(2)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환경 문제"다. 환경 결정론자가 아님을 제레드 교수도 밝히고 있으며, 우리가 매번 이야기하는" 환경을 지켜야 지구가 생존해요.", "지구가 아파요." 이런 이야기와는 조금 다르게 환경이 파괴되면 어떻게 문명이 붕괴될 수밖에 없을지를 매우 논리적으로 보여준다. (이 책이 매우 두꺼운 이유는 다양한 사례와(예상되는 반론을 잡는), 그것을 증명하기 위한 논리와 과학적 기법을 설명하는 것에 많은 페이지를 할당한다.)

 

6cm, A4용지보다 좀 작은 크기, 800페이지 그런데 술술 읽힌다.


 앞서 언급한 우리가 사이판이나 괌과 같은 고립된 곳에서 부족을 이루었다고 가정해 보자. 소수의  인원이 수렵 채집으로 살아가면 오히려 더 장기적으로 살 수 있을 것이다.(자원의 소비 속도가 적으니) 하지만 베어 그릴스 이 아닌 이상 사냥은 힘들 것이고, 채집 정도로 연명하다가 농사를 지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질 것이다. 농기구를 돌로 어떻게든 만들고, 수로를 파고, 목초지를 발견해서 가축을 먹이고, 땔감을 구하고 또 근친혼을 피하기 위해서 다른 부족을 만나야 하고, 그 다른 부족이 우호적 일지 아니면 일단 칼 들고 설치고 나서 도움이 될지 누구도 모른다. 기후가 어떨지 토양이 어떨지 이 부분이 농경사회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면서도 인간은 토양, 기후에 대해서 생각조차 못하며 알기도 힘들다.(특히 비옥한 토양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결국 그 생각의 한계 덕분에 그린란드를 개척하던 노르웨이인들이 왜 몰락할 수밖에 없었는지 잘 설명한다. 에스키모라 불리는 이 누에 트는 수렵으로 잘 살아감에 불구하고 농경, 기독교 문화를 가진 노르웨이인들은 동사 혹은 아사를 했다. 농경  VS 사냥 문화라는 인간의 사고의 틀, 사고의 한계, 생활방식, 문화적 차이가 어떻게 인간의 생존과 문화까지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이 책은 잘 설명한다. 

 우리가 문명인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그 생각들이 몰락을 가져오는 경우들이 심심치 않게 있다. 환경을 보호한다는 주장에도 단순히 아끼고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보다. 자원고갈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방법 하는 방법을 선호한다. 또한 인류는 여태까지 그렇게 해왔다. 겨우내 먹일 건초에 양에 따라서 가축들 개체수를 조절하는 방법도 있었고, 나아가 고립된 섬에서는 인구수 자체를 조절하는 것도 보이고 있다. 극단적이며 말로 담기 껄끄러운 내용이지만, 전쟁을 통한 식인 풍습도 있었고, 낙태, 영아살해, 질외사정을 통한 피임 등도 자원 고갈을 막기 위한 인구 조절 인류의 선택이었음을 볼 수 있다. 

 인간의 사고의 틀(종교, 문화, 생활방식, 이데올로기)이 문명의 존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한 가지 예를 더 보면, 아이티라는 세계 최고의 빈국과, 야구인들이 잘 아는 푸에르토리코라는 나라의 차이다. 이 둘은 중남미 속 같은 섬에 존재한다. 하지만 경제력에 있어서는 차이가 크다. 심지어 한 때 푸에르토리코가 최 빈국 아이티의 식민지였다는 사실은 놀라울 따름이다. 이후 아이티는 프랑스의 식민지가 되었고, 다른 아프리카 식민지 국들과 다르지 않은 선택을 했다. 하지만 푸에르토리코는 에스파냐의 식민지였으며, 남미 국가들을 넘어 유럽의 사상을 기반으로 성장을 시작했다.

 우리 동아시아 역사에서도 비슷하면서도 극적인 사례가 있음을 제레드 교수에게 알려주고 싶다. 일본의 식민지로서 조선은 엄청나게 저항을 했으며, 결국 융화될 수 없는 아이덴티티를 갖고 있었다. 반면 대만은 일본의 식민지로서 별다른 저항 없이 기술, 교육 사상을 흡수했다. 그 차이는 현재에 국제 사회의 위상을 보면 알 수 있다. 그전에 1860년 경 일본은 미국의 페리 제독이 개항을 요구했을 때, 어쩔 수 없이 개항을 했지만, 서양의 사상을 배척하기보다는 빠르게 흡수했다. (이 부분은 <대변동>에 잘 적혀 있다.) 반면 조선은 척화비를 세워서 서양의 사상과 접하는 것을 극도로 피했으며, 나중에야 동도서기론 같은 사상을 갖고 서양을 배우려 했지만, 일본은 서구 열강과 같은 지위를 가졌으며, 조선은 일본의 식민지가 되어 굴욕을 맛봐야 했다. 이후 한국 전쟁 이후 북한이 더 많은 자원과 공업시설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70년이 지난 지금 선진국에 진입한 남한과 최빈국을 못 벗어 나는 북한의 차이 역시 사고의 틀이 얼마나 한 국가 및 민족의 흥망성쇠를 달리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앞 서 말한 대로, 이 책에는 선진국의 사례들도 많이 담겨있다. 호주, 일본의 사례를 통해서도 잘못된 선택의 결과를 말하고, 어떻게 극복했는지 설명한다.(일본의 조림사업과 호주의 토끼, 여우 반입이 극복과 실패 사례로 나온다.) 

 이 책이 쓰인지 15년이 지난 지금 한국은 여러 분야에서 최고 선진국으로 세계 사회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제레드 교수가 지난번 내한했을 때 우리 나이로 85세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대변동>에서 한국에 대해서 몇 페이지 정도로 나누어 관심 있게 언급했지만, 두 챕터를 할당한 일본만큼 비중 있게 다루고 있지는 않은 점이 아쉽다. 교수의 연세를 보았을 때, 앞으로 또 언급하기는 힘들 것으로 판단되나, 우리는 그의 인문학적 지식을 우리 것으로 흡수하고 세계를 조망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언급한 상의하달,  하의상달 식의  정치 시스템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하의상달의 방식이 투표라던지 직접 민주주의 방식이며, 상의하달 방식이 중앙 집권형 정치체계이기도 하다. 자원 고갈에 대해서도 원식적이나 두 가지 방법을 선택해서 지혜롭게 해결해 나간 문명이 존재한다. 5.18 민주화 운동이라던지, 3.1 운동과 같이 하의상달 방식의 민중의 의견이 주가 되며, 강력한 대통령제 혹은 삼권 분립에 따른 정치체계를 갖춘 우리도 제레드 교수가 칭찬할 만한 한국만의 생존 방식을 갖고 있다. 비록 이 책에는 언급되어 있지 않지만, 우리는 그의 인문학 적 지식을 우리 것으로 만들어서, 우리만의 유연한 "사고의 틀"을 갖출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코로나로 힘든 상황이지만, 극복하고 나면 더 좋은 세상이 올 것이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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