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사는 걸 염려 말라고?

by 농소

먹고사는 일로 지쳐 쓰러지고 자지러지는 이들에게 먹고사는 걸 염려 말라고 충고한다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머리를 끄덕이며 수긍할까? 아니면 돌팔매질을 당할까?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졌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돌팔매질은 안 당했다.


로마의 압제에 시달리는 것도 모자라 되지도 않은 교리를 앞세워 죄인 되지 않으려거든 절대 속이지 말고 제대로 바치라고 윽박지르면서 착취하기에 바쁜 알량한 종교 지도자들의 협박 아래서 죽어나는 건 민초들이다. 논 팔아, 집 팔아 바치다 보니 거리를 떠도는 홈리스 신세가 되어버렸다. 거리거리마다 하릴없이 배회하는 숱한 노숙자들만 득시글거린다. 그처럼 째지게 가난한 이들이 할 수 있는 게 무어란 말인가. 먹어야 목숨이 부지되고 목숨이 붙어 있어야 뭐를 하든지 말든지 할 텐데.


예수는 억장 무너지는 소리를 한다. 먹고사는 걸 염려 말란다. 그런 걸 염려하는 것은 속되고 천한 것들이나 하는 짓이란다. 한 술 더 뜬다. 내일 해가 뜰까 말까, 지구가 멸망할까 등등 부질없는 염려에 빠지지 말라한다. 오늘에 자족하며 살란다. 그보다 먼저 신국神國을 구하란다. 신국神國을 이끄는 의로움을 찾으란다. 그리하면 먹고사는 일은 저절로 해결된단다. 등장할 때부터 범상치 않은 모습에 새 세상을 끌고 오리라는 벅찬 기대감으로 쫄쫄 굶어가며 낮밤 가리지 않고 따라다녔더니 고작 한다는 말이 먹고사는 걸 염려 말라고?

과연 그들은 예수의 당부에 끄덕거렸을까?

식주의食住衣는 삶을 지탱하고 인류 역사를 쌓아 온 주춧돌이다. 인간의 존엄성도 식주의 문제가 해결될 때에야 그 의미가 가능한 것일진대 듣고 있자니 참 불편하다.

그럼에도 예수의 당부를 다시 헤쳐보자.

먹고사는 문제보다 신국神國을 먼저 구하라는 말은 무슨 뜻이며 신국神國은 무엇인가? 신국神國은 바로 너의 ‘마음속에 있다’고 했으니 마음이 바로 신국神國이요 더 나아가 마음을 먼저 구하라는 뜻이 아니겠는가. 그럼 마음을 구한다는 말은 또 무슨 뜻인가? 무위자연無爲自然! 세상만사 흘러가는 현상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바라보는 삶! 天道에 따라 만개한 백합화, 天道가 가르쳐준 대로 날갯짓 하며 먹이를 찾는 까마귀보다 사람이 못나지 않았으니, 지금 당장 배고프다고 해서 정신줄 놓지 말라는 뜻 이리라. 막막한 삶이 끝을 보이지 않을지라도 마음을 다잡으라는 천둥소리 이리라.

마음을 다잡은 이들이 함께 하는 세상을 살다 보면 어느 사이 ‘배부른 삶을 목청껏 부르는 노래福音’가 거리마다 후미진 곳마다 울려 나는 세상이 눈앞에 펼쳐질 것이란다. 산다는 것은 지나간 삶을 들추어 후회하는 일도,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까 걱정하는 일도 아닌, 바로 지금 이 순간 행복을 누리는 것. '자기'를 찾고 삶의 진수를 깨달은 자만이 가능한 일이니 지금 당장 힘들다고 해서 정신줄 놓지 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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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광풍이 온 세상을 휩쓸고 있는 중에 ‘있는’ 자들과 ‘없는’ 이들의 간극은 더 지독하게 찢어지고 있는 중이다. ‘있는’ 자들은 광풍따라 더 많이 굴러들어 오는 수입으로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 채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입맛 따라 고르느라 정신줄을 놓고 있는 중에, 너무 많이 먹어 다이어트해야 한다고 부산을 떨면서도 더 많은 밥을 차지하려 온갖 지저분한 짓거리를 행하는 또 다른 ‘있는’ 자들의 남사스러운 소식이 엉켜 붙어 들려온다.


‘없는’ 이들은 찬밥 더운밥 가릴 겨를도 없이 한 끼 배부르게 먹는 게 소원이 없다는 듯 하루하루 허우대며 생을 이어가고 있으니, 먹고사는 일이 팍팍하니 지치고 또 지쳐 차가운 강물에 몸을 던진 널브러진 삶들이 나뒹군다. 어떻게 먹고살아야 하나. 온통 머릿 속을 떠나지 않는다. 오늘도 밥을 얻지 못해 스스로 생명을 멈추는 이들.


나랏일을 책임 맡은 이들은 소리 높여 주절댄다. 코로나 광풍 염려 마라. 부동산 광풍 염려 마라. 등골이 휘는 소상공인들아, 자영업자들아, 염려 마라. 나라가 책임진다. 염려 마라. 염려 마라.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나랏일을 책임 맡겠다고 앞서서 나선 이들도 먹고사는 데 염려없도록 하겠다고 목청 터져라 부르짖으니, 염려 마라고 외치면 외칠수록 오히려 염려 가득한 메아리로 들려오는 것은 과문한 탓일까.


이때 또 다른 음성이 들려온다.


마음을 다잡아라!

우선 먼저 마음을 다잡을 때 삶의 깨달음을 주고, 삶의 깨달음은 탐욕으로 가득 찬 세상을 갈아엎어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드는 에너지를 일으키고, 이러한 에너지는 남보다 밥을 더 많이 차지하려는 욕심을 녹여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 것이니, 탐욕에 찌들어 질척거린, 지금은 흔적조차 사라진 솔로몬의 영광을 쫓기보다는 밟히고 밟혀도 여전히 살아남은 생명력 넘치는 들풀처럼 사는 마음을 연마하라!

먹고사는 걸 염려하는 것도 어려운 판에 마음을 다잡는 일까지 덮어오니 사는 게 첩첩 산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먹고사는 걸 염려 마라!

정신줄 놓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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