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기주머니 Oct 24. 2020

집을 구하는 신박한 방법 1

몬트리올에서 룸메이트 찾기

a College Town


몬트리올은 말하자면 ‘캠퍼스 도시’다. 캐나다라는 나라 자체가 이민국가라 외국인이 많은데 더하여, 이 곳은 캠퍼스 도시라서 외국인의 유입과 출입이 빈번한 곳이기도 하다. 세계 명문대학 중 하나인  McGill 대학교가 이 곳에 있고, 영어기반 대학과 불어기반 대학이 있어, 이 곳의 독특한 이중언어 문화를 대변해 준다. 7,8월에는 대학생들이 고향으로 돌아가는 기간이라 잠깐 동안만 세를 놓는 경우가 많고, 9월에는 신학기를 앞두고, 바로 ‘집 구하기 전쟁’이 시작되는데, 나 또한 그 전쟁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방문 약속을 잡아놓았다가, 금세 집이 나가 약속이 취소되기도 하고, 더 좋은 방을 구하려고 살피다가 그 사이 집이 나가버리며, 괜찮다 싶은 방은 간택되기를 오매불망 기다리기도 한다.




Quick & Smart


캐나다에는 룸메이트를 구하는 웹 사이트, kijiji가 있다. 사이트를 보고 메일이 몇 번 오가면, 방문 약속을 잡고 여차저차…. 처음에는 멋모르고 메일을 깨끗(?)하게 보냈다가 점점 요령이 생겨 오고 가는 메일을 스마트하게 다듬기 시작했다.

-

‘나는 Graphic Designer이며, 

South Korea에서 왔고(그냥 Korea라고 하면 North인지 South인지 되물어보는 경우가 있음), 

공부를 위해 약 6개월~1년 정도 머물 예정이다.‘

-

‘너네는 방이 몇 개이며,

한 집에 몇 명이 살며, 

남녀 비율은 어떻게 되니? 등등…’

-

나의 아이덴티티를 분명히 하여 신뢰를 주면서, 내가 알고자 하는 정보 또한 명확히 얘기해야 일 처리가 빠르다.



집 구하는 사이트를 통해 처음으로 얻게 된 방. 천장의 팬, 바람결을 타는 커튼, 흔들의자... 이 집은 살랑거림이 있었다.



Good Luck


한 번은 이런 경우가 있었다. 사진 속 집 곳곳이 절제된 클래식 조형미와 아름다운 조망권의 낭만이 있어 메일을 보냈는데, 나에 대해서 더 깊이 알기를 원했다. 자기들은 서로의 문화를 공유하며... 등등 그래서 우리와 잘 어울릴 수 있는지 나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알고 싶다고…. 그 집이 워낙 맘에 들었던 터라 쿨하게 계정까지 공개했고, 인스타그램까지 합격(?)한 이후, 그들은 마지막으로 내 나이를 물었다. 40대 초반의 나이, 나는 내 나이를 공개하였고, 이후 룸메이트 최종 불합격 통보 메일을 받았다. 

그리고, 난 쿨하게 답장을 보냈다. ‘Good Luck’  

그리고, 첫 메일에 보내는 나의 소개 내용에 항목을 하나 더 추가했다.

-

‘나는 Graphic Designer이며, 

South Korea에서 왔고, 

공부를 위해 약 6개월~1년 정도 머물 예정이며,

42살이다!

-

서양문화권이 나이에 열려있다고 생각했던 것은 나의 착각이었나???



살랑거리는 집의 지하철역은 올림픽경기장이 있는 PIE-IX역. Depuis1976(Since1976)의 역사가 참 깜찍하다.



게이라도 괜찮아?!?


집을 알아보던 어느 날, 룸메이트 요청 메일 하나를 받았다. 남자 2명이 사는 집…. “남자 2명?” 나의 망설임을 느꼈는지, 그 친구는 이렇게 답했다.

-

“형은 게이이고, 나는 여자친구가 있어” 

"아………."

-

난 마음속으로만 답했다. 영어가 짧아 설명하기도 힘들었지만,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나의 결정을 결정하지 못했다. 내용을 읽다 보면 'LGBT' 약자로 된 표현이 있는데, 성소수자 룸메이트에 열려있다는 의미로 종종 내용 안에 포함시킨다. 몬트리올에는 게이빌리지가 있을 정도로 동성애자가 일반적인 곳이다. 학원 선생 중에도, 룸메이트 중에도…. 의식적인 면에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에 대한 선긋기가 열려있는 곳이다. 하지만 그 당시 나는 게이 친구에게는 자연스러웠지만, 게이 룸메이트에는 열려있지 않았다. 



집 주변을 걷다 손가락을 따라가니 레스토랑이 있었다.('점심과 저녁'이라는 의미)



같이같이


나는 거의 모든 집을 겁도 없이 혼자 보러 다녔다. 하.지.만 객관적인 시선을 잡아줄, 집 구경을 함께 할, 길잡이 친구는 분명 필요하다. 나는 굉장히 분위기에 쉽게 좌지우지되는 편이라,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의 정도에도, 내리는 비에도, 주변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많이 받는다. 클래식의 손때 묻음을 낭만으로 착각하고 집을 선택한 후, 심적으로 물리적으로 춥게 보낸 적이 있었다. 가장 저렴하게 구한 집이었는데, 결국 가장 많은 돈을 썼다. 집에 들어가기 싫어 바깥에서 방황한 일종의 '방황비용'이 추가로 들었다. 그런 면에서 감성적으로나 이성적으로 내가 여기에 머물러도 되는지 길잡이 친구와 함께 집을 보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 그리고 자신을 알아야 한다. 돈 몇 푼을 아껴서라도 여기가 내가 머물만한 곳인지, 내가 여기서 채우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했다.

나는 이 곳에 젊은 혈기로 오지 않았다. 

정말 쉼을 얻으려고 왔다. 

그러니까 정말 따뜻한 곳을 찾자!

-

그리고 기도했다...





작가의 이전글 이색적인 것, 이국적인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