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기술- 발견하기!
CAFÉ STARBUCKS
알렝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이란 책에서 보면 그가 타국 여행에서 처음으로 느끼는 ‘이색적인 것, 이국적인 것’은 같은 알파벳의 다른 표기 모양에서라고 했다. 나는 애써 그 책의 내용을 떠올리며, 나에게 이 곳의 ‘이색적이며 이국적인 첫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봤다. 아직 이 도시가 낯선 시점에서, 한국에서 선 경험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별다방이 반가웠다. 우리나라는 STARBUCKS COFFEE, 여기는 CAFÉ STARBUCKS. '맞다, 내가 있는 곳은 그냥 캐나다가 아니라, 프렌치 캐나다였지!' 스타벅스의 다른 알파벳 표기 모양을 보면서 문득 내가 있는 곳의 아이덴티티를 재 확인했다. 그리고 벗겨진 벽면의 자연스러운 낡음이 말해주는 의미를 생각해봤다. '이 곳은 도시지만 빡빡한 서울은 아니야. 그리고 이 곳의 시간은 좀 느려...'
STOP
"멈추라구?" 몬트리올의 빨간불 신호는 내게 경고를 주고 있었다. 안 멈추면 딱지라도 떼일 것 같은 손바닥 멈춤! 사람 기호와 손바닥 기호가 주는 동서양의 차이가 있는 걸까? 나는 문득 '공격적인 포크 문화, 수동적인 젓가락 문화'란 책 제목이 떠올랐다. 동작을 설명하는 사람 기호가 수동적인 젓가락 문화를 대변하는 방식이라면, 제지하는 손바닥은 공격적인 포크 문화에서 비롯된 것일까? 이러한 잡다한 생각도 잠시, 몬트리올을 걸으며 계속 드는 한결같은 감상은 역시 이 도시는 참 낭만적이란 것이었다.
땅 덩어리가 크면 모든 것이 큰 줄...
한국에 있을 때 중국산 채소는 모두 크기가 커서, ‘땅 덩어리가 크면 식재료도 큰 건가?’ 어리석은 의문을 품은 적이 있었다. 캐나다는 땅 덩어리도 큰데 왜 이렇게 다들 작아...? 이 곳의 과일, 채소들은 이상하게 다 작음작음 했다. 집주인이 처음 건네 준 먹을거리에는 사과가 있었는데, 보자마자 그 앙증맞은 크기에 귀요미를 느꼈다. 처음엔 그 작은 사과를 보고, 여러 품종 중의 하나려니 했다. 그런데 웬만해서 이 곳의 사과들은 다 그렇게 작았다. '배'는 또 어떻고? 우리나라의 ‘배’는 크고 둥글둥글하니, ‘이따만’ 한데 이곳의 배는 상단이 뾰족한, 모양으로만 보면 ‘모과’와 비슷하게 생긴 것이 ‘요따만’ 했다.
과일과 야채들의 생김생김, 그리고 감자를 담아놓은 바구니에서도, 볶지 않고 파는 납작한 ‘깨’에서도, 먹거리라는 것은 땅과 햇살 아래 있는 것이니, 밟고 있는 땅과 비추이는 햇살에 따라서 이색적인 것, 이국적인 것들일 수밖에...
'나 또한 지금 그 땅과 그 햇살 아래에 있는 것이지?' 거리를 좀 걷고, 주위를 좀 둘러보니, 도착한 첫날에 느꼈던 6월의 한기는 다행히 조금씩 누그러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