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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과 시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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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새꽃
Dec 15.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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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죽과 전복
육지와 바다
땅과 물
참 다르다.
결혼한 여자라면 친정이 있고
시댁이 있다.
팥죽은 내게 친정이다.
전복은 시댁이다.
팥죽은 아버지가 친정엄마에게 보여준 사랑방식
전복은 시어머니가 내게 보여준 사랑방식
가끔 사랑이 그리우면 난 팥죽을 쑨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치면
엄마에 대한 미안함이 사무치면
팥죽 한 그릇에 담긴
그리움과 사랑을
번거로움을 버리고
한 그릇의 팥죽에
정성을 담는다.
한 그릇에 다 담을 수는 없지만
내 마음 가득한 그리움과 사랑을 넘치도록 담아낸다.
목까지 차오르면 난 참지 못하고
그저 솥단지 팥죽을 눌어붙지 않도록
젖고 또 젖는다.
팥은 아버지에 대한 사랑이라 하고
팥에 넣은 쌀알은 엄마에 대한 사랑이라 하고
소금은 그리움이라 이름 부친다.
팥죽은 나의 친정인셈이다.
가끔 하고 싶을 때 맛나게 즐겁게 하는
전복은 시어머니 사랑이다.
같은 여자로 한 핏줄을 나누어 가진 사이
불편하면 한없이 불편하고 힘든 관계
해야만 하는 편한 관계
언제나 평행선처럼 교차점 없이 그저 한 곳을
바라보고 갈 뿐
오랜 시간 함께 아들을 나누어 가진
두 여자 시어머니와 며느리
가깝게 지내면 가깝고
한없이 멀게 느끼고 살 수 있는 관계
좁히기에는 너무 멀고도 먼 관계
여자대 여자로 보기까지는 참
오랜 세월이 흘렀다.
한도 있고 상처도 있지만
묻고 가야만 함께 할 수 있는 사이
언젠가부터 내 밥상에 전복이 올라왔다.
널 위해서 준비했다고 하시며
먹으라고 한입 크게 썰어 주신다.
한 번도 내 몫은 없었는데
많은 시간이 흐르고 돌고 돌아온 지금에서
서로에 대한 애틋함을
전복 한 접시에 담아내어 주신다.
난 팥죽과 다른 맘으로
전복 한 접시를 받아 든다.
이젠 과거는 잊고 서로 의지하며 살자는
메시지라고 다가온다.
한 남자를 사이에 두고
마주한 두 여자의 힘겨루기는 끝내고
서로 마주하면서 살아가자는 의미로 본다.
이젠 팥죽 한 그릇도
전복 한 접시도 따로가 아닌
한상에 올려진 맛난 음식으로 받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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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고통과 상처를 글로 풀어내는 평범한 주부로 아픔을 극복하고 나를 위한 삶을 도전하는 50대 후반 백발 여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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