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귀신 이야기를 아시는지요?
산골에서 살다 보니 귀신 이야기가 많답니다.
어릴 적 선머슴처럼 자라서 그런지
남자 여자 구분 없이 놀았답니다.
겨울에는 비료 포대 눈썰매 타고 놀고
눈이 많이 오는 곳이라 눈싸움도 많이 했고
눈 내리는 밤이면 눈 귀신이 있어서 밤에 다니면 안 된다고 했답니다.
봄이면 진달래가 피면 산등성이를 타고 다니며
진달래를 따 먹고 다녔답니다.
막 꽃이 피기 시작하면 여린 꽃잎을 따 먹으면 새콤한 맛이 나서 생각 없이 마구 따 먹었답니다.
친구들과 여러 명이 따 먹으며 서로 뒤에 서지 않으려고 싸웠답니다.
맨 뒤에 서지 않으려는 이유는 하나였습니다.
진달래 귀신이 따라온다는 이야기 때문입니다.
진달래를 따 먹고 뒤돌아보면 마지막 뒤에 선 사람을 잡아간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진달래 귀신은 분홍 옷을 입고 어린아이들을 좋아한다고 했답니다.
참 웃기는 이야기죠.
진달래 귀신 이야기를 하면서 왜 굳이 산등성이를 타고 다니며 진달래꽃을 따 먹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놀잇감이 없어서 자연을 통해서 놀았고 함부로 꽃을 꺾고 버리고 훼손할까 지어낸 이야기 같기도 합니다.
나물을 뜯으러 가서는 물이 먹고 싶다고 이야기하면 안 된다고도 했습니다.
아무리 목이 말라도 말을 하면 안 되었습니다.
물이 먹고 싶다고 하면 물귀신이 와서 잡아간다고 했습니다. 산에서 함부로 물을 마시면 안 되어서 그런 소리가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름에는 물에서 물장난을 치고 놀면 발을 잡아당기는 물귀신이 물속으로 끌어당긴다고 했답니다.
물속에서 함부로 장난을 치다가 혹여나 빠질까 싶어서 경고를 하기 위한 어른들이 만들어낸 귀신 이야기인 거 같습니다.
다양한 귀신 이야기에서 어른들의 지혜를 옆 볼 수가 있었답니다.
귀신 이야기를 믿었던 순수한 그때가 그립습니다.
진달래가 지천으로 핀 요즘 조심하세요.
혹시 뒤에 진달래 귀신이 있을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