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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이야기

할머니 영혼

by 별새꽃


인간극장에 나온 한의사에게도 전화를 해 보았고,, 경희대 한방병원에도 전화해 보아도 해줄 게 없단다.

난 장기가 없어도 사는데 지장 없는 장기는 다 없다.

참 한 사람의 인생이 어쩜 이럴 수가 있을까 싶었다.

힘들게 살았으면 한 번은 편안하게 살아도 되지 않는가?

아버지를 여의고 그 그리움이 커서 4대가 함께 살면서 모든 제사 힘든 일은 다 했는데 아프기까지 낫지도 않는 신내림을 받으라니 아버지도 시할머니도 시아버지도 난 최선을 다해서 모시고 보내드렸는데 왜 나한데 그러냐고 소리치고 싶었다. 하필이면 나냐고 뭐 잘못한 거라도 있냐고 따지고 싶었다.

할머니 병시중 시아버지 천도재까지 해드리고 제사까지 119타고 응급실 갔다 와서까지 음식 해서 모셨는데 왜 날 괴롭히냐고 제발 나도 살고 싶어요라고

살아서도 돌아가셔도 왜 나에게 너무 가혹한 거 아니냐고 묻고 싶었다. 악다구니를 써보고 싶었다.

그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신내림은 도저히 받을 수 없었다. 과연 나의 병이 신병인가 하는 의문점이 생겼다. 교수님도 아니라고 하셨는데 무슨 신병. 그래도 겁은 났다.
평범한 삶을 살아온 난 받아들일 수가 없어서 다시 찾은 최면치료사에게 다시 연락을 하니 다른 치료 방법이 있다고 소개를 해 주었다. 퇴마치료사였다.

퇴마치료사 또한 티브 프로그램에 나온 이름이 알려진 분이었다. 마지막이라고 썩은 동아줄이라도 잡고 싶은 마음에 살고자 하는 마음에 치료를 받아야만 했다.
정신과적 병을 퇴마사 입장에서는 빙의로 본다.

퇴마 받을 때의 자세는 나는 목을 뒤로 꺾고 편한 자세로 앉으면 퇴마사는 명상 음악을 틀어놓고 무언인가 주문을 외우면서 영을 불러낸다.

목을 꺾는 것은 영이 목으로부터 들어온다고 해서 목을 꺾는다 한다.

2018년 2월 어느 날 처음 퇴마치료를 시작했는데 시할머니 영혼이 들어왔다. 퇴마가 시작되면서 난 바닥을 기어 다니며 소리를 찌르며 괴상한 행동을 했다. 보통 내가 집과 병원에서 하던 행동이었다.
퇴마사가 영을 부르는데 시할머니 영혼이 나왔다.
할머니 영혼이 들어왔는데 어떻게 들어왔냐면 마음의 목소리가 들렸다. 들리는 데로 난 종이에 눈을 감고 썼다. 내용은 이렇다.

살아생전 난 너무도 외로웠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난 혼자야. 내 곁에는 누구도 없었어. 너밖에 없었지. 넌 늘 내 곁에 있어줬지. 널 괴롭히면 네가 나와 함께 한다고 믿었는데 넌 혼자가 아니더라 내가 애지중지하던 손자 녀석이 네 곁에 있더라 난 그게 너무 싫었어.

밥을 못 먹게 하고 화장실도 못 가게 했지. 널 힘들게 하면 할수록 손주 녀석은 널 걱정하고 안아주더라 난 외로운데 넌 아니었어. 네가 미워서가 아니라 함께 있고 싶어서 그랬어.

니 곁에 오래 함께 하고 싶어서 내가 살아생전 외출 한번 제대로 한적 없어서 너도 외출도 못하게 했지.
널 괴롭히고 싶은 게 아니라 너와 함께 하고 싶어서 그랬어. 넌 유일하게 나의 말을 들어주었고 곁에 있어주었지. 난 너와 함께 있을 때가 좋았어.

그리고 넌 내가 보이고 싶지 않은 것까지 봤으니까. 세상에서 가장 편하고 좋았어 대소변을 받아내서
너랑 함께 오래 같이 있고 싶어
함께 하면 안 되겠니.
유일한 친구였지
난 너밖에 없어
난 너무도 외로워
날 보내지 마 제발
난 살아서도 죽어서도 외로워
내 곁에 있어줘
널 괴롭힐 생각은 없어
미안하다 미안해
난 살아서 투명인간처럼 살았어
내 말은 누구도 들어준 적 없어
너만 내 말을 들어줬지
고맙고 미안하다
내 말 들어줄 거지
날 보내지 마 제발....

눈을 감고 마음속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적는데 겹치는 부분이 하나도 없었다.

첫날의 빙의 이야기다
그렇게 나와 함께 하는 영혼은 48명이었다 했다.

할머니와 함께 산 시간은 6년이었다. 5년은 건강하게 사셨고 10개월 정도는 중풍으로 쓰러지셔서 할 수 있는 게 없으셔서 나의 병시중을 받으시다 세상과 이별하셨다.
함께 한 6년의 시간들 속에서 정이 들어서 그런지 할머니는 나와 함께 했던 시간이 좋으셨던 거 같다.
내가 살아생전 가장 곁에 있었던 사람이었나 보다.
아마도 할머니의 마지막 모습을 내가 지켰기에 그런가 보다.
48명의 영중에 대표가 시할머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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