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봉인을 깨뜨린 가주(4화)

황궁의 심장을 지키겠습니다

by 강롸롸


별채는 겉보기에 버려진 집이었다. 낮에는 창문마다 먼지와 거미줄뿐, 잡초가 허리까지 자라 있었다.


그러나 세레나와 루시안이 숲을 헤치고 다가갔을 때, 틈새로 새어 나오는 빛과 목소리가 어둠을 흔들고 있었다.

세레나는 담을 짚고 숨을 고르며 속삭였다.
“여긴…… 단순한 창고가 아니야.”

루시안은 특유의 태연한 미소를 지으며 창문 틈으로 몸을 기울였다.
“맞아. 사람 목소리가 최소 열은 돼. 촛불 그림자까지. 흥미롭군.”

세레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 망토 자락을 눌러 숨을 죽였다.
창문 너머로 들려온 목소리는 너무도 익숙했다.

“가문은 원래 내 것이어야 했다. 그러나 사생아 하나가 황제의 눈에 들어 우리를 위협하고 있지.”

세레나의 심장이 크게 뛰었다. 숙부, 루카스의 목소리였다.

그녀의 손이 떨렸다. 루시안은 그런 그녀를 잠시 바라보다가, 아주 낮게 속삭였다.
“보라고 했잖아. 불길은 안에서 번진다고.”

방 안의 풍경이 창틈으로 보였다. 중앙에 루카스, 그 옆에는 제라드가 있었다. 그리고 귀족 몇 명, 낯선 사절 하나가 함께 술잔을 부딪치고 있었다.

제라드의 목소리가 창문을 찢듯 날카롭게 울렸다.
“첫 불은 이미 붙였습니다! 마력초 밭 절반은 불탔습니다. 다음은 황궁입니다. 황제를 공황에 빠뜨리면 반역의 깃발은 드높아질 겁니다!”

세레나는 이를 악물었다. 마력초의 불길…… 그건 우연이 아니었어.

루시안은 미소를 거둔 채, 눈빛만 차갑게 빛냈다.
“역시 네가 생각한 것보다 더 깊숙이 썩어 있군.”

그때, 검은 망토를 두른 사절이 앞으로 나왔다. 북방의 억센 억양이 섞인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약속대로, 국경에서 우리의 군세가 움직일 때 당신들은 황궁 안에서 문을 열어야 한다.”

세레나는 숨이 막히는 듯했다. 제국을 팔아넘기다니.
루시안이 낮게 중얼거렸다.
“외세까지 끌어들였군. 이건 단순한 가문 싸움이 아니야. 내전이다.”

세레나가 그를 노려봤다.
“너…… 이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던 거야?”
루시안은 짧게 미소 지었지만, 대답은 하지 않았다.

루카스가 잔을 들어 올렸다.
“황제가 힘을 잃은 지금, 우리가 제국을 새로 세울 것이다. 불길은 이미 붙었다. 이제는 번지는 일만 남았다.”

귀족들이 함성을 질렀다. 촛불이 일제히 흔들렸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세레나의 발아래에서 나뭇가지 하나가 뚝 부러졌다. 작은 소리였지만, 정적 속에서는 번개처럼 날카롭게 퍼졌다.

안쪽에서 제라드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누군가 있다!”

세레나의 심장이 얼어붙었다. 루시안은 즉시 그녀의 손목을 잡아당겼다.
“도망쳐.”

창문이 열리고 경비들이 쏟아져 나왔다. 횃불 불빛이 숲을 가르며 퍼졌다.

세레나와 루시안은 몸을 날려 어둠 속으로 파고들었다. 칼날이 허공을 스치고, 화살이 나무줄기를 파고들었다.


루시안이 단검을 뽑아 뒤쫓는 자들의 길을 막아섰다.
“가!”

세레나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숲 속을 달렸다. 심장이 폭발할 듯 뛰었지만, 눈은 오히려 또렷했다.
숙부와 제라드…… 내 가족이, 제국을 팔아넘기려 한다.

뒤이어 루시안이 어둠에서 나타났다. 옷자락이 찢어져 있었지만, 여전히 능글맞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잡힐 뻔했네. 하지만, 꽤 재미있었어.”

세레나는 그에게 소리쳤다.
“지금 장난할 때가 아니야! 들었잖아, 내 가족이 반역자라는 걸!”

루시안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낮게 말했다.
“그러니까 내가 여기 있는 거야. 네가 이길 수 있게.”

세레나는 단숨에 결심했다. 떨리는 손을 움켜쥐며 속삭였다.
“이번 생은 반드시, 내가 가주가 되고 말겠어. 그리고…… 제국을 삼키려는 역모를 내가 직접 꺼뜨리겠다.”

달빛이 숲을 비추고, 두 사람의 숨결이 하얗게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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