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봉인을 깨뜨린 가주(5화)

황궁의 심장을 지키겠습니다

by 강롸롸

숲을 빠져나왔을 때, 세레나의 호흡은 아직 가빠르게 이어지고 있었다. 심장은 여전히 귀 옆에서 울릴 정도로 요동쳤지만, 눈빛만큼은 이미 단단히 굳어 있었다.

“내가 본 걸…… 믿고 싶지 않아.”
그녀가 낮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분명했어. 숙부와 제라드, 그들이 제국을 팔아넘기려 했어.”

루시안은 허공을 바라보며 능청스럽게 웃었다.
“이제라도 알게 됐잖아. 진실은 늘 불편한 옷 같지. 하지만 네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해졌어.”

세레나는 그의 시선을 똑바로 마주했다.
“폐하께 바로 고하면 끝날 일일까?”

루시안이 고개를 저었다. 눈빛은 더없이 차가웠다.
“황제의 귀는 이미 귀족들의 손아귀에 있어. 네 말을 누가 믿을까? 사생아라는 꼬리표 하나면 충분히 거짓으로 몰릴 거야.”

세레나의 손이 떨렸다. 그러나 이내 손가락을 단단히 쥐며 목소리를 다잡았다.
“그렇다면 증거가 필요해. 내 눈으로 본 것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

루시안의 입꼬리가 다시 올라갔다.
“좋아. 이제야 내 취향에 맞는 대답을 하네.”

며칠 뒤, 로엔 가문의 저택 깊숙한 서재.
세레나는 상단에서 돌아온 보고서를 펼쳤다. 장부 속에는 미묘하게 어긋난 숫자가 있었다.

“……여기.” 그녀가 손가락으로 짚었다.
“이건 정상적인 지출이 아니야. 황궁 행사 비용이라 했지만, 금액이 두 배로 불어 있어.”

루시안은 그녀의 옆에서 몸을 기울였다.
“흘러간 돈이 어디로 갔는지 찾으면, 반역의 그림자가 드러나겠지.”
그는 장난스럽게 속삭였다.
“숫자는 거짓말을 못 하거든.”

세레나는 잔뜩 웅크려 있던 숨을 내쉬었다.
“그럼, 첫 발걸음은 상단과 연결된 마력초 거래망을 추적하는 거야. 누가 약초 대신 은밀히 무기를 실어 나르는지.”

그날 밤, 두 사람은 상단의 창고로 숨어들었다.
달빛이 희미하게 스며드는 창고 안, 나무 상자들이 줄지어 쌓여 있었다.

루시안이 단검으로 상자를 열었다.
안에는 약초 더미가 아니라, 철갑 활과 화살촉이 가득 들어 있었다.

세레나는 차갑게 숨을 들이마셨다.
“……예상보다 더 빠르군. 벌써 무기까지 준비했어.”

그 순간,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세레나는 본능적으로 그림자 속으로 몸을 숨겼다.

루시안도 재빨리 그녀 옆에 붙었다.
창고 문이 열리고, 제라드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물량은 곧 국경으로 보내라. 북방의 군세가 기다리고 있다.”

세레나는 손을 움켜쥐었다.

하지만 루시안이 조용히 그녀의 손목을 눌렀다.
“지금 나서면 끝장이야. 기다려. 듣고, 기록해.”

제라드는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창고를 떠났다.

발자국 소리가 멀어질 때까지, 두 사람은 숨조차 크게 쉬지 않았다.

루시안이 낮게 웃었다.
“좋아. 이제 우린 첫 증거를 손에 넣었어. 무기 밀매, 외세와의 내통, 그리고 제라드의 직접 명령.”

세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눈빛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아직 부족해. 황제의 눈과 귀를 가릴 수 없는 확실한 증거가 필요해.”

루시안은 그녀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좋아. 그럼 더 깊숙이 파고들자. 이건 시작에 불과하니까.”

저택의 창문 너머, 아침 햇살이 희미하게 번졌다.
세레나는 한밤의 긴장 속에서도 눈을 감지 않았다.

“이번 생은 내가 가주가 되어서 반드시…… 반역자들을 축출해 제국을 지켜내겠다.”

그녀가 작은 소리로 다짐했다.

루시안이 창가에 기대서서, 능글맞게 웃었다.
“그러면 나는 네 검이 되어주지. 네가 빛을 향해 걸어갈 때, 어둠은 내가 맡을 테니까.”

세레나는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뜨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시작이었다. 은밀한 첩보전, 증거를 모으는 싸움.
그리고 그 끝은, 제국의 운명을 가르는 전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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